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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Aug 10. 2020

휴가 다녀왔습니다 -  거리두기 속 나의 일상 거리두기

휴가를 다녀왔다. 이번 휴가는 사실 '굳이 가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코로나 영향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나까지 보태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는데 긴 휴가를 내야 하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으며, 안 그래도 많은 관광지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가를 가야 한다는 회사 분위기에 등 떠밀리듯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올린 제주에 내 마음이 다시 설레기 시작했고, 그렇게 짧은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휴가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쉼이 되었다. 휴가의 기록을 통해 '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1. 오랜 시간 여유를 느껴볼 유일한 시간


숲 속에서 요가하기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를 피해보려 고민하다가 알아보게 된 요가 프로그램. 한 수목원에서 소수의 인원만 모집하여 아침 요가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게다가 이 날 아침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 취소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운이 좋게도 참여하는 인원이 단 세명, 우리뿐이었다. (알고 보니 소수인원이라 취소될 뻔했지만 비 오는 날 신청한 우리의 의지를 높게 사 선생님이 그냥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



그렇게 숲 속의 정자에서 선생님의 섬세한 지도에 맞춰 요가를 시작했다. 평소 집에서도 가끔 숲 속 음원과 함께 명상하는 걸 좋아했었는데, 정말 나는 숲 속에 있었고 맑은 공기와 새소리, 비 오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절로 힐링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여유는 평일에는 절대 꿈꿀 수 없는 것이 었는데, 이 여유야 말로 휴가의 특권 같이 느껴졌다.



2.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


아침의 커피와 베이커리


아침의 향긋한  냄새와 커피를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평일의 나의 아침은, 없다. 단 십 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타이트하게 맞춰 놓은 기상 시간 덕에 눈을 뜨자마자 번개처럼 준비해서 출발하기 바쁘다. 사람이 꽉 찬 지하철에 몸을 싣고 간신히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 해가는 것이 나의 유일하고 소소한 아침의 행복이었다. 그런데 아 맞다, 그랬지! 제주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나의 행복을 다시 찾았다. 갓 구운 빵과 커피의 향이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꼭 매일 이러한 아침을 누릴 수 있는 일을 찾으리라.


  

3. 일상의 새로움을 느끼는 시간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나의 사진을 보며 느낀다. 내가 행복할 때는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이런 모습이 있구나. 물론 회사에 있을 때의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주는 행복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5일,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그 시간들이 나에게 익숙해져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여행에서 발견된 나의 모습은 업무적으로 참고하면 좋을 부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 들고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더 잘해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짧은 여행 속에서 나는 어쩌면 흐려진 내 눈을 닦아내고 다시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한남동에 위치한 스틸 북스에서 '100 인생 그림책'을 우연히 보았는데 그 책에 대해 스틸 북스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생은 어쩌면 새로웠던 것이
이내 지루해지다가
다시금 새로워지는 것



지루하게 느껴졌던 나의 일상이 적당한 쉼을 통해 다시 새로워지는 것을 느꼈듯이, 나의 인생 역시 이러한 순간이 모여 다시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혹시 휴가를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평소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나의 일상과 거리두기를 해보면 어떨까. 안전한 거리두기를 통해 나의 일상과도 현명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기를.





글을 쓰고 생각을 담은 글쓰기 모임,

'쓰담' 멤버로 함께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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