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 페어 기획 썰
오늘 글에선 '페어'와 같은 행사의 브랜드 기획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떠들어볼까 합니다.
당장 기획을 해야하는데 어찌해야 하나 답답했던 분들께 한줄기 빛까진 아니더라도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두렵네요. 이번엔 뭘까요. 오랜만에 업데이트를 잠시 하자면, 작년에 호텔페어2025를 기획했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더 큰거를 같이 해보자고 메쎄이상 측에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메쎄이상은 국내에서 큼직한 전시, 박람회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더 큰거'는 '공간 디자인 페어'라고 해서 8만명 정도가 오가는 굵직한 페어라 보면 됩니다.
무튼, 전열을 가다듬어야 했기도 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집중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여 다짐했습니다. 감사하지만 거절해야겠다.
호텔페어 뒷풀이도 할 겸 저녁 자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참에 '아쉽지만 다음에 합을 맞춰보는건 어떻겠냐고 이야기도 해야지' 라고 말씀도 드리려 했었죠.
녹색 병이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좋아 이제 탁 터놓고 말해야겠다! 지금이야! 했던 찰나... 메쎄이상 팀장님께서 진지 모드로 입을 떼셨습니다.
"제가 이 업을 14년을 할 정도로 이 일을 좋아합니다.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정말 신선하고 재밌게 풀어가는 것들이 많은데,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었어요.
제가 이 회사에 언제까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파도엔시멘트 분들과 호텔페어 기획했을 때도 정말 재밌었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어요. 아마 저희끼리 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번에도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거 같이 해봐요. 제가 지원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겠습니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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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ㄱ'자도 못 꺼내고 결국 프로젝트 시작.
'그래, 이왕 하기로 한거 제대로 해보자. 이번에도 기존 공간 디자인 페어(이하 공디페)에서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해봐야지! 잠깐 근데 뭐부터 해야하지?'
이럴 때 저희 파도엔시멘트는 항상 과거 데이터들과 피드백부터 확인합니다.
결국 오프라인 '페어'들이 원하는 것은 '최대 방문객 수' 입니다. 다시 말해 '많이 오게 만드는 것'. 그리고 페어에 참여하는 회사들도 섭외를 해야하는데 이들이 '나도 저기 참가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목표가 2개인 셈이죠.
1. 많은 모객. 2. 다양하고 괜찮은 기업들 섭외.
어떻게 해야할까. 마케팅을 더 강력하게 해야하나... 컨셉을 자극적으로 잡아야 하나... 인플루언서를 동원해야하나...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하게 얻어갈 수 있는 것'을 제시해주는 것이 1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씩 정리해봅시다.
1. 공디페에 오는 일반인
여기서 2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그냥 트렌드 구경하러 온 사람. 당장 자신의 공간에 무언가를 해야하는 건축주. 실제로 돈이 오가는건 '건축주' 쪽이겠지요?
2. 공디페에 참여하는 업체들
프로젝트 수주나 납품 수주를 해서 한 해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추가로 하나 더. 공디페 준비한다고 투자했던 돈들도 회수 해야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참고로 공디페는 참여 업체만 700개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7만 명, 8만 명이 드나드니 얼마나 정신 없겠어요. 건축주 입장에선 유명한 업체들 제외하곤 대부분 처음 보는 곳들이 많을겁니다.
하나씩 다 둘러보면 좋지만 다리 아파요...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렇습니다. 정신은 없지, 계속 걸어다니지 어지럽지 결국 몇 군데만 돌다가 끝.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의 공디페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2024년 공디페를 간 적이 있었는데 방문객 입장에서 '그래서 내가 지금 뭘 봐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의 목표는 서로가 유익하려면 돈을 잘 쓰고 싶은 '건축주'와 돈을 받고 싶은 '업체'들 사이의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서로 와야할 동기가 분명해지니까요.
그래서 저희 파도엔시멘트는 이런 컨셉을 제안했습니다.
블루투스로 이어폰과 휴대폰을 연결하듯, 건축주와 업체를 다이렉트로 연결해주자. 그래서 이름하여 '브랜드 페어링!'
<브랜드 페어링>쪽으로 참여하는 업체들에 한해서 건축주와 직접 연결을 해주는 기획 입니다. 그럼 어떻게 연결을 해주느냐.
사람이 또 응대하고 상담해서 '여기로 가보세요' 하는 것도 비효율이에요. 언제 그러고 있어요. 이럴 때 쓰라고 '키오스크'가 있지요. 대신 알고리즘을 저희와 메쎄이상 팀 협력하여 직접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건축주는 클릭, 클릭만 하면 가장 적합한 업체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교보문고 책 위치 찾는 기능처럼, 영수증으로 그 업체에 대한 짧은 소개와 부스 위치까지 나오는 방식.
그러면 서로 시간 아끼고 좋지 않을까?
좋습니다. 자 그럼 이제 컨셉 나왔고 이제 디자인으로 넘어가보시죠.
핏이 맞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이 날만큼은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였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뭐가 있을까.... 그 때 딱 생각 난 것이 있었죠.
바로 '서커스!'
화려한 무대를 보러가기 직전의 그 두근거림. 그리고 무대 위에서 현란하게 자신의 장기를 뽐대는 무대수들.
브랜드 페어링관으로 치면 '이번엔 맘에 드는 업체를 만나겠지?'를 기대하는 건축주와 자신의 특기를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업체들'이겠군요.
그렇게 디자인 컨셉을 '서커스'로 잡았습니다. 특히 서커스 묘기 중에 '트라페즈'라는 것이 있습니다.
양쪽 끝에 높이 올라간 두 명의 사람이 서로 봉에 의지한채 공중에 떠서 내려오면서 맞은 편 사람에게 점프해서 매달리는 묘기죠. 글로 쓰니 애매한데, 사진으로 보면 바로 이해가 갈겁니다. 좋다. 이건 메인 그래픽이다!
이제 이걸 공디페에 적절히 녹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공디페에서 이미 지정해놓은 메인 컬러와 질감이 있었거든요. 보라색과 글로시한 느낌. 서커스가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그래픽과 앞서 이야기 했던 트라페즈를 섞어보니 아래와 같은 그래픽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웹 디자인도 마찬가지.
홍보를 하고 랜딩을 공디페 공식 홈페이지로 했을 때, 페이지만 보고 '나도 참여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든다가 1번. 자주 물어볼 것 같은 내용을 그 다음으로 노출하여 궁금증을 해결해주는게 2번.
그래서 어떤 기업들이 참여하고, 그 기업들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쉽게 설명하는 것이 3번 이었어요.
저희 파도엔시멘트가 잡은 디자인 기획을 토대로 공간 연출은 '초록동색' 팀에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회의, 실행, 회의, 실행을 해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공디페 오픈 날이 다가오고 있었죠...
점점 초췌한 모습으로 눈이 퀭 해진채로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페어를 진행하는 기간에는 메쎄이상 팀장님의 표정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표정이 어두우면 지금 뭔가 뜻대로 안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밝으면 기대 이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라는 의미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표정을 관찰했습니다. 오... 그런데...
표정이 생각보다 밝습니다! 아, 근데 표정 구경하다 눈이 마주쳤네요. 이 참에 그냥 대놓고 여쭤봤습니다.
'반응들은 좀 어떤가요?'
그리고 돌아온 말.
<브랜드 페어링 관>에서 건축주들이 원하는 업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돕는 기획과 시스템을 DDP 관계자, 코엑스 관계자 그리고 굵직한 전시회를 여는 담당자분들이 자기들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셨다고. 그리고 메쎄이상 팀장님께서도 그러시더군요. '이 기획 계속 저희가 써도 될까요?'
'그럼요. 그러세요'
이제 정량적인 데이터를 확인해야지요. 브랜드 페어링관에 와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지류로 출력된 숫자가 중요했습니다. 이 숫자가 너무 적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했죠. 공디페 마지막날 집계된 숫자. 6,192건. 공디페 방문객 약 7만명. 약 10%가 이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만하면 우리 할 일은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주와 업체 연결을 6천건 가까이 한 것이니까요. 그 안에서 실제로 돈이 오가는 계약체결까지 마구마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
프로젝트 : 공간디자인페어 2025
의뢰인 : 메쎄이상
업무 범위 : 컨셉기획, 그래픽 디자인, 웹 디자인
공간 연출 : 초록동색 (인스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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