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룩디룩
’ 어디서 찌는 소리 안 들리세요? 살찌는 소리요.‘
날은 더워지고, 옷은 가벼워지고.
심지어 요즘엔 크롭이 유행이란다.
옷이 모두 배꼽 언저리에서 끝난다.
내 배는 어쩌라고.
근데 또 유행이라니 한번 입어보고 싶다.
역시, 의지를 돈으로 사는 방법뿐이군.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왔어요.”
“네. 잘 오셨어요. 저희 요가원에서는요..(뒷 말 생략.)“
사실 반겨주는 선생님의 목소리보다 단단하다 못해 탄탄해 보이는 선생님의 바디쉐잎을 흘깃거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멋지다.]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사회를 봐도 될 만큼 좋은 발성과 귀에 쏙쏙 박히는 정확한 딕션과 함께 인도의 어드메 온 것 같은 선생님의 시범 요가를 보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삐그덕 삐그덕. 고기와 튀김으로 기름 쳐진 관절 소리.
뽀로록 옷이 살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소리.
헙.하는 힘주는 소리까지.
나의 온몸이 통곡을 한다.
한 시간 동안 애써가며 수행한 요가였지만 참 기특했다.
사실 뿌듯했다.
의지를 돈으로 산 그 기쁨. 다들 아시려나?
’ 돈낭비 하지 말자.‘
다짐으로 한 달을 채워가던 어느 날 문득,
배와 다리사이 축구공 하나 자리 잡을 만큼 띄어져 있던 공간이 나의 몸으로 채워지고,
왼손과 오른손이 등에서도 인사할 수 있게 되고,
안녕하세요~ 하고 90도 폴더 인사를 넘어 내 이마가 정강이와 만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돈으로 샀던 그 의지의 한 계단을 올라선 것만 같았다.
다음 달에는 돈 좀 적게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