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태도
불완전함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내 속의 부족함을 떠올린다.
모자람, 미성숙함,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부분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하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살아보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자책하는 불완전함은
의외로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역할의 문제다.
아빠로,
엄마로,
남편으로,
아내로,
자녀로,
혹은 대표로, 구성원으로.
우리는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여러 역할을 살아낸다.
문제는
시간도, 에너지도, 돈도
모두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자연스럽게 덜 할 수밖에 없다.
일에 집중하면
가정이 아쉽고,
가정을 지키면
일이 늦어지고,
부모 역할에 힘을 쏟으면
자기 자신은 늘 뒤로 밀린다.
그렇게 생긴 공백을
우리는 너무 쉽게
‘내가 부족해서’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건 능력의 결함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모든 역할을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삶이 그런 구조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할에서 생기는 불완전함을
자기부정으로 연결하는 순간
사람은 쉽게 지치고 좌절한다.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항상 부족한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인다는 건
대충 살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건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내가 선택한 역할과,
그 선택 때문에
지금은 충분히 하지 못한 영역까지
모두
‘지금의 나’로 받아들이는 태도.
모자람도 나고,
하지 못한 것도 나다.
그 둘을 갈라놓지 않고
하나의 삶으로 인정할 때
자책은 줄고
책임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불완전함은
나를 깎아내리기 위한 증거가 아니라,
내가 여러 역할 속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다는 흔적이다.
그걸 이해하는 순간
삶은 조금 덜 팽팽해지고,
나는 조금 더
내 편이 된다.
불완전한 채로도
충분히 책임지고,
충분히 사랑하며,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걸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로소
다음 선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