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든 선수이든 한마음 한뜻이 되어 즐기는 지역 축제
*마라톤을 위해 달리기
'마라톤을 위해 달리기' 시리즈는 '1년에 최소 2번, 최대 N번 마라톤에 나가기' 리추얼을 하며 경험한 마라톤을 리뷰해 보는 시리즈예요.
달리기를 위해 장수까지 가는 이유
요즘 러닝과 트레일 러닝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에 따라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 대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회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며 참여자의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건 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와중에 확고한 팬이 있는 대회도 있다. 그게 바로 '장수트레일레이스'이다. 이 대회는 트레일 러너들 사이에서 대회 운영을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대회 중 하나이다.
도대체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어떤 매력으로 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위해 장수까지 가게 만드는 걸까? 직접 달려보고 자원봉사를 해본 내가 느낀 점을 토대로 생각해 보았다.
달리 위해 장수까지 가는 이유가 무엇
장수에는 만남이 있다. 장수종합운동장에 도착한 후, 환복을 하고 짐 맡기는 곳을 물어보려고 운영본부에 갔다. 그곳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WBC 명해를 마주쳤다. 그리고 참가자 인원을 파악하고 있는 WBC 지영도 마주쳤다. 작년에 나는 장수트레일레이스 스태프로서 선수로 참여한 지영을 피니시라인에서 마주하고 응원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선수로 참여하고 지영은 스태프로 참여했다. 역할이 바뀌어 서로를 마주하니 괜스레 ‘저희 잘살고 있군요!’와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스태프든 선수이든 유연한 입장으로 레이스에 참여하고 싶게 한다.
대회 시작 전에 짐을 맡긴 후, 셔틀을 타고 20K 출발 지점인 무룡고개로 이동했다. 출발 지점에 다다르고 400명 사이에 부대껴서 있었지만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고관절 이곳저곳 풀어주고 다리를 동동거리면서 추위를 견뎠다. 전화하고 인증 사진을 찍으며 출발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앞에서 익숙한 얼굴이 인사를 하는 것이다. 바로 작년에 함께 장수트레일레이스 CP2 스태프로 있었던 다인님이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함께 레이스를 출발했다. 뿌듯함과 반가운 마음을 간직하고 20km 트레일 러닝을 시작했다. 역시나 완주 전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완주 전까지 끝나지 않는 쉽지 않은 오르막길
문제 푸는 느낌을 주는 내리막길
시원한 물로 지친 발을 쿨다운 해주는 웅덩이
하지만 이 우여곡절을 견디면 넓게 펼쳐지는 장안산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장수는 힘듦을 견딘 선수들에게 아름다운 경치로 보상을 준다. 특히 20K 피니쉬라인 직전에 마주하게 되는 논개활공장, 동촌리가야고분군은 힘듦을 견딜 이유가 마땅하다고 알려준다. 더불어 장수트레일레이스에서는 배려와 공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레이스 도중에 배려의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레이스 도중에 작지만 중요한 물건(ex. 손수건, 등산 스틱)을 공유했다. 함께 참여한 동반자가 숨이 차면 상대는 동반자의 숨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동반자가 덜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도록 뒤에서 허리를 받쳐주었다.
장수에는 나눔이 있다. 내리막길에서 힘든 와중에도 밧줄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분을 보았다. 그 구간은 가파르고 돌이 없어서 속도 조절을 잘하며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었다. 앞에 있는 분들도 모두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나 또한 그들처럼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앞에서 밧줄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나의 잘못된 자세를 본 앞에 분은 몸을 뒤로하여 밧줄을 잡아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분이 밧줄을 제대로 잡는 방법을 알려주신 덕분에 그 구간을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레이스를 이어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때, 자신이 길치라면 이러한 구간에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헷갈린 것이다. 분명히 주최 측에서 코스를 잘 표시해 놓았겠지만 그런데도 길치에게는 어려운 법이다. 그럴 때 앞에 먼저 가고 있는 사람이 안 보이면 더 난관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앞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에게 이 길이 맞겠죠?’ 물어보며 의지하고 갈 수 있다.
20K를 완주한 후, 시원하게 맥주를 먹고 숨 좀 돌린 후 짐을 찾았다. 여러 브랜드가 참여한 장수트레일엑스포에서 이벤트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35K에 출전한다고 연락하셨던 지영 님이 생각났다. 그래서 바로 연락을 하여 경기장에서 오랜만에 지영 님을 뵙고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2년에 탑걸즈, 7979, 영덕 해파랑길트래킹 등 다양한 행사에 함께했던 지영 님을 뵈어 너무 반가웠다.
장수에는 도전이 있다. 장수에서 이루어진 만남은 즐거움을 주며 달리기가 지속 가능한 관심사가 되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또한 달리는 도중에 서로 배려하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일상을 잘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웅덩이에 신발이 적셔지는 것을 허용하며 지친 발을 쿨다운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무언가에 마음껏 빠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장수에서만 겪을 수 있는 만남, 나눔, 도전의 시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장수군의 '장수트레일레이스'를 알게 된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장수군에 거주하는 청년 트레일러너가 만든 대회이며 20K, 38K, 70K, 100K 종목으로 진행이 돼요. '한국의 샤모니'를 꿈꾸는 장수군의 '장수트레일레이스'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대회 일정을 참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