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노동자를 위한 아침
내가 아일랜드에서 놀랬던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너무나도 친절한 아일랜드 사람들, 두 번째는 아일랜드의 놀라운 경치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그들이 먹는 아침이었다. 평소에 나는 아침에 커피와 바나나, 혹은 토스트 한 조각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게 다였는데, 이곳의 아침은 저녁상만큼이나 항상 푸짐하고 배부르게 나왔다. 배낭여행을 하는 나에게 이토록 푸짐한 아침식사는 점심까지도 힘을 내어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연료 같은 존재였다. 소다빵과 감자 빵, 콩, 베이컨, 꼭 우리나라 순대 같은 맛의 black pudding과 white pudding, 그리고 달걀후라이가 거의 항상 아침 주 메인 재료로 올라온다. 거기에 홍차와 우유 그리고 꿀을 같이 내어준다. 아이리쉬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보다는 홍차를 많이 마신다. 영국의 영향때문에 아마 그러지 않나 싶다. 어쨌든, 약간은 니글니글 거릴 수 있는 아침상을 홍차로 말끔히 입안을 씻어낼 수 있으니 환상의 궁합이 따로 없다.
왜 아이리쉬들은 아침을 이렇게 푸짐하게 먹었을까? 궁금한 나는 민박집주인이었던 리사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리사가 말해주기를, 감자 농사를 하는 농부들이 아일랜드에서 상당히 많았던 (지금도 많지만) 예전에는 아침일찍부터 농부들이 밭을 갈고 농사를 지으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고 한다. 섬나라이니 농사를 한번 지으려면 돌들도 다 걷어내야 하고 잡일이 보통 땅에서 해야 하는 양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지 않으면 농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농부들이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콩과 그들의 주 식재료인 감자로 만든 빵, 그리고 달걀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을 하기 위해 먹었던 음식이었다.
아일랜드 여행을 간다면 호텔에서 묵기보다는 꼭 에어비엔비나 민박집 같은 곳에 한 번은 머무르기를 추천한다. 집집마다 아침을 요리하는 방식이 틀리기 때문에 아침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머무르는 동안에 한 번도 아침이 포함이 안 돼있는 민박집을 본 적이 없다. 비싼 호텔보다 가정집에서 머무르며 아일랜드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