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이해 못하지
결혼 후 남편과 장을 보러 가면 항상 꽃 코너에서 서성서성 거린다.
어차피 시들걸 알면서도 집을 짧게나마 향기롭게 해주고 싶어 꽃 한 다발을 살라고 하면
남편은 옆에서 ‘어차피 죽을 텐데... 차라리 오래 사는 다육식물이나 허브를 키워보자’라고 하며 꿍시렁 거린다. 나도 안다. 돈 낭비 일 수도 있다는 거. 그래도 $5불을 주고 잠시나마 행복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괜찮은 투자 같다. 또 꽃이 피어있을 동안이 나마 우리 집이 조금 더 활기를 띠고 향기로울 수 있지 않은가!
어렸을 때, 꽃을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 덕에 온갖 꽃이란 꽃은 다 보며 자란 탓인지 몰라도
꽃만 보면 그렇게 설레고 좋을 수가 없다. 오늘도 남편과 장을 보러 가서 이렇게 싱싱한 해바라기 한 다발을
손에 쥐고 빙그레 웃고 있으니 남편이 옆에서 ‘으이그~ 그리도 좋아?’ 하고 물어보았다.
노오랗고 커다란 해바라기야 말로 태양을 작게 조각조각 내어 꽃으로 만든 가장 밝고 강한 꽃이라 생각 하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다. 그러니 어찌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방금 이 노란 해바라기들을
부엌 쪽 카운터 위 하얀 꽃병에 꽂아 놓았다. 집안을 노란빛으로 환히 비춰주는 느낌이다.
우리 남편도 맘에 드는지 무심하게 '이쁘네.'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꽃이 주는 소소하지만 밝은 에너지는 돈 낭비가 아닌 자그마한 행복인 것임을
우리 남편이 얼른 알았으면 좋겠다.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