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의 디자인에 대하여
매년 디자이너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가진 일반인들이 늘어나고 내가 디자인업계에 종사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예전보다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진행되었지만, 상가의 간판개선사업부터 국가기관,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리브랜딩,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지역브랜딩, 디자인적 감각을 지닌 상호부터 개인 사업자들, 개인 쇼핑몰과 오픈마켓의 커스터마이징,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방법이나 패키지디자인, SNS에서 더욱 이목을 끌어당기는 사진 작품, 모델, 작가 그리고 광고들까지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다양한 디자인 결과물의 연결은 개개인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고 일정 수준의 디자인 지식을 가질 수 있으며, 너도나도 자신만의 소신과 시각을 가지고 좋은 디자인과 덜 좋은 디자인을 판단하거나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내고, 아이디어나 영감으로 변화되는 긍정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좋은 현상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디자인의 기획이나 배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물 만을 보고 좋다, 별로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스타일이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로 그 어떠한 인사이트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왜’라는 질문에 ‘그냥’이라는 답변만 하는 사람들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엄청난 핵심 인사이트가 발생 되고 그것이 디자이너에게 전달된다면 좋을까? 나중을 생각했을 때는 좋을 수 있지만 당장에 전면적으로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인사이트가 소용이 없다.
콘서트 포스터를 간단하게 예로 들어보자.
디자인에 들어가기 앞서 디자이너 또는 기획자가 기획을 한다.
1. 포스터에 담을 내용은 무엇인가.
일단 가장 필요한 콘서트명, 일시, 장소, 유의사항 등 일단 이 내용만으로 해당 콘서트를 관람하러 갈수는 있다.
2. 디자인 컨셉을 도출
이미지 위주의 포스터로 제작할것인지, 필요한 내용외 가격이나 콘서트 라인업, 주최, 주관 등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전부 담아서 이미지의 비중을 낮출것인지 선택을 해야한다.
만약 여기서 홍보 수단이 포스터 벽보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고 한다면?
왠만해서는 글을 많이 넣어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 할 것이다.
이미지 위주의 포스터는 그 포스터로 고객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여 찾아보게끔 해야하지만,
정보가 많이 담겨있는 포스터는 적어도 정보는 전달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기획과 컨셉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는 수천장을 인쇄하고 배포 되었으며, 이미 인사이트로 인한 수정은 불가능하다. 인사이트가 나오더라도 그저 ‘다음에’ 라는 말로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것이다.
앱디자인도 지속적으로 수정할 수 있고 개선될 수 있다! 게임 분야도 수정작업을 한다! 개선작업을 한다! 모든 디자인 분야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디자인은 끝이 있다’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디자인은 축적이 아닌 소모성이다. 앱 디자인이 개선되고 수정되는 것일까? 어느 정도까지는 수정되고 개선되겠지만 ‘앱’이라는 서비스라는 것에 대한 기능적인 개선과 개편이다. 디자인은 어느 정도까지만이다. 그리고 나서는 테마가 교체되거나 컨셉이 바뀐다. 게임 또한 디자인이 완료되고 수정되고 개편되기보다는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고 디자인 수정이기보다는 교체에 가깝다. 그저 이전에 이용된 디자인은 교체되는 것이다.
웹, 앱, UI, 편집, 게임, 3D, 영상, 광고 등 디자인 분야에서는 디자인 결과물이 고객들에게 소모된다. 그리고 어떤 디자인이 더욱 효과적으로 소모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UX는 사용자의 행태를 학습하고 색채 심리학에서는 ‘빨간색과 주황색은 식욕을 자극하는 색상이다’ 같은 색채 심리를 학습하고, 타이포, 레이아웃 등 디자인을 하기위한 디자인 요소들을 효과적인 소모를 위해 학습한다. 이렇게 학습한 요소들로 디자이너는 더욱 효과적인 작품을
디자인이 실생활에 가까워 짐에 따라 디자인 분야에 대한 허들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디자인 교육도 겸하고 있는 본인의 경험으로는 약간의 미적 감각이나 센스가 있으면 디자인 분야로 도전을 해보는 비전공자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그렇다 보니 요즘 많은 비전공자가 조금의 디자인 교육을 받고 신입 디자이너 1, 2년 차의 주니어 디자이너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때까지는 자존심이 강한 디자이너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편이며, 그렇다 보니 자기 생각을 많이 녹여내고 창작을 한 결과물에 선임이나 주변의 수정, 개선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것을 힘들어하거나 버티지 못하고 디자이너를 포기하는 사연도 많다.
디자인 분야에서 창작은 많은 책임이 따르고 고되고 힘들다. 일단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언가를 기획하며, 사람들의 이해보다는 설득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디자인 작품은 사람들에게 ‘내 스타일에 안맞는’, ‘효과적이지 않은’ 디자인이 되며, 소모되지 않는 디자인은 그저 내 폴더 한켠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본인과는 맞지않는 곳인지 생각하고 도전을 멈추고는 한다.
여담이지만 가끔 본인도 창작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열심히 잘 창작품을 만들어도 요즘은 레퍼런스가 너무 많아서 "어? 이거 OO디자인 하고 비슷하네?" 라는 소리도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다. 그때는 정말 뭐했나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재조합하고 설계해서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소모시킬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한다. 현시대에서 흔히들 말하는 디자인은 창작, 예술과는 거리가 생겨버린 설계, 조합, 구축, 계산하는 분야가 되었다. 요리재료를 쌀만 가지고 있다면 만들 수 있는 음식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고기, 채소, 과일, 향신료 등 많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면 수백가지의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이 디자인도 많은 자료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디자인 설계를 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잘 만드는 것은 그다음)
그리고 버텨야 한다.
본인도 처음은 그랬다. 내가 원하는 상상의 세계를 일러스트로 그리고 표현하고 싶었고 멋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으며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 내가 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방식의 디자인도 적성에 맞았을 뿐이다. 비전공자라도 충분히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설득하는 방법, 자신의 디자인을 설득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면 조금 더 버틸 만 할 것이다. 전공자 또는 주니어를 넘어간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지속해서 자신의 데이터를 늘려야 한다. 가끔가다 툭툭 튀어나오는 괴물 같은 실력의 비전공자, 중고등 학생들을 보면 오금이 저리지만 버텨내야 할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디자이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