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해보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나는 어떤 요리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알고, 대략의 기법만 체크하면 못할 요리가 없다는 믿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렇기에 만드는 음식들은 대체로 그때그때 맛이 달라진다. 아주 심하게 망하는 경우는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거나 맥락과 느낌대로 해서는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하기 어려운 요리를 만들 때다. 그나마 한식은 먹어본 역사가 길고, 마늘과 간장, 고추장 등 만능 키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나마 본전은 뽑는 편이다.
어제는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다는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친구인 우럭의 말에 순두부찌개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잔뜩 핀잔만 들었다.
“이것은 찌개가 아니고 국이잖아.”
“순두부찌개에 콩나물을 왜 넣냐. 파를 먼저 볶아서 기름을 냈었어야 해.”
“삼시세끼 차승원의 순두부찌개는 이렇지 않았어”
만들어 준 사람을 향해 "그럼에도 잘 먹을게" 라거나, "그래도 맛있다" 라거나 빈말이라도 칭찬과 고마움의 표현이 한 마디 없음에 서운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나에게 아주 아주 큰 타격은 아닌 듯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만들어 낸 내가 중요하지 먹는 사람의 반응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상대를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것은 먼저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는 하는 행위가 무척이나 중요한 나머지 맛의 퀄리티를 올린다 라던가 레시피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자주 무시해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명백히 다른 문제인데 오로지 하는 것에 너무 많은 점수를 주는 탓이지 않을까?
남자친구의 친구 우럭은 순두부찌개의 정석을 향해 다시 한번 찌개를 끓여보자고 말했다.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찌개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실제로 도전 해봄으로 진정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는 것 같았다. 실제로 우럭은 무언가 어떤 일을 해야 하거나, 자신의 관심사나 호기심이 생겼을 때 그는 많은 부분을 이론으로, 책으로, 유튜브로 깊게 파고들어 그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고 그걸 현장에서 쓰는 좋은 능력이 있다.
이런 탐구능력은 그를 아는 동안에도 여러 번 봐왔다. 가령, 운영하는 스쿠버 다이빙샵의 인테리어를 직접 하자고 마음 먹고서 그 모든 것들에 대해 하나 하나 공부해 나가서 시간이 많이 걸려 했어도 결국 해내는 면이 그랬고, 단순히 궁금한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검증한 뒤 누군가에게 그 정보를 나누고 싶을 때에도 그랬다. 음식을 먹고, ‘맛이 별로네’ 하고 그냥 휙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는 한 스텝이 더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순두부찌개 사건을 겪어서야 새로 느꼈다.
그 후로 아직 나의 친구인 쩡의 레시피대로 먹어 보는 정도의 실험을 해봤다. 시판 양념소스의 힘을 빌리긴 했으나 파기름을 톡톡히 내고, 물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고추기름이나 청양고추의 매콤함을 강조하며 콩나물은 넣지 않는다. 지금은 이 정도의 교훈을 얻은 상태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위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제대로 된 순두부찌개의 맛을 내기 위해 앞으로도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볼 생각이다. 차승원 레시피도 따라해보고, 해물이냐 고기냐 베이스의 차이도 느껴보자.
순두부찌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