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된 후에도 줄곧 ‘아직 나도 20대나 다름 없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해가 바뀐 지금, “빠른 년생”을 갖다 붙여도, 만 나이를 갖다 붙여도 어림 없이 서른다섯살이다.
이제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20대가 아니다. 그러다 문득 나의 20대를 떠올렸다.
내 20대는 치열했는가? 청춘이 살아 숨쉬었는가?
무엇이 가장 후회되는가? 이러한 회상과 질문 끝에 20대의 나에게 전하는 글을 하나 써두자 싶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과감하고 단호한 외침으로.
근거지 따위는 만들지 말아라. 네가 거기 있을 근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훨훨~~ 날아다녀라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나도 보고,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해봐라.
돈. 그 놈의 돈은 좀 못 모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평생의 숙제다.
그나마 그때 쓰는 모든 돈은 전부 일종의 투자다.
그러니 돈 한푼 아끼겠다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일만은 하지 말아라.
그렇다고 사치나 유흥 같은 낭비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딱 하나라도 깊게 파봐라.
취미나 운동이나 어떤 배움이나 상관없다.
끝까지 가본 힘은 모든 곳에 쓰인다.
해도 될까?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시간에 그냥 해봐라.
이미 뒤쳐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평생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해두지 않으면 안 될 실험의 시간이다. 그냥 해둬라 뭐라도.
머나먼 미래를 생각하며 갓생을 사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
조금 멍청한 짓도 해보고, 조금 미리 망해도 보는 것이 인생의 혹독함을 견디는 데 특장점이 될 수도 있다.
멍청한 짓에는 호구 같은 연애, 밑도 끝도 없는 술독,
있지 말아야 할 곳에서의 삽질. 등등등 지금 떠올린 그것이다.
분명 그때는 진짜라고 믿었던 것들이, 즐거움이라고 여겼던 것이 한없이 무의미해질 시간이 온다.
그럼에도 하지 말라고는 못한다. 늦게 배운 것들이 더 무서울 수도 있으니.
마음이 가면 그냥 해본다. 단, 올인은 안 된다.
똑같은 소주도 기왕이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안주에 도전해라.
너와 생각이 똑 닮은 친구 하나와
내가 참 갖고 싶은데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친구 하나를 찾아라.
생각이 닮은 친구와 안심하고, 나와 다른 친구에게서 계속 깨친다. 나의 원래가 원래가 아님을.
같은 동네, 같은 학교를 벗어나 커뮤니티와 집단을 돌아다니며 결이 맞는 평생 친구를 만들어라.
가벼운 인맥을 만들 필요는 없다. 같이 성장하는 동력을 나눌 자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의 성장에 웃어줄, 자극과 자긍을 함께할 이를 만들어라.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때에는 조급함을 거두는 것이 첫째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두 발짝 뒤로 물러서라.
불안이 너무도 가시지 않을 때는 인생 선배들을 찾아 나선다.
되도록 여러 경험을, 실패를 한 짝 이상 해본 사람들을 찾아가라.
공부는 안 해도 가끔씩 책은 들여다봐라.
이왕이면 읽지만 말고 쓰기도 해라.
너를 리뷰할 도구는 만들어 둬라.
일기든 사진이든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너를 알아갈 실마리를 마련해라.
무엇도 지우지 마라. 어제의 쪽팔림이 추억이 되는 순간이 온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할 구실을 만들어라. 누구와의 비교, 부모님의 기대, 세상의 잣대 그런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나는 어떨 때 내가 가장 사랑스러운지 찾아라.
적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20대의 나를 바라보며 후회 하지는 않는다.
지나간 것에 사무쳐 하기엔 나 역시도 젊다. 다행히 나에게는 아직 20대를 보내고 있는 동생이 둘씩이나 있다.
이 글이 그들과 그들의 친구들에게 조금의 울림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말해 두었고, 언젠가 이 말들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될 시간은 반드시 온다.
(사진은 10년 전 오늘의 나. 귀찮은 분들을 위해 요약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