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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소흠 Jul 29. 2019

스웨덴 우메오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공부하기

왜 미국이 아니라 유럽, 그것도 북유럽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공부할까?

약 5년 전, 대학교 입학 후 사람들이 그래서 어떤 공부를 하니?라고 물었을 때 UX 디자인이라고 말하기까지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UX라는 분야가 많이 알려진 지금, 이제는 나의 학사 전공보다는 석사 진학에 대한 새로운 설명이 필요하다. 왜 스웨덴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공부하니? 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어떻게 우메오 대학교를 가기로 결정하고 준비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가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왜 북유럽이었는지?

여름의 핀란드와 겨울의 핀란드

질문에 대한 답은 왜 북유럽이었는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왜 스웨덴이었는지로 먼저 시작한다. 필자는 대학교 4년 동안 핀란드에 좋은 인연이 닫아 헬싱키에 4번 다녀왔다. 학교 프로그램, 해커톤, 인턴십 등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핀란드 땅을 너무 자주 밟고 있었다. 첫 시작은 단지 학교 프로그램 때문에 갔던 핀란드였지만, 방문할수록 점점 북유럽의 디자인, 그리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북유럽에 관심이 많아지게 됐다.


헬싱키의 알토 하우스 | 헬싱키의 이딸라 & 아라비아 디자인 센터
스톡홀롬 시내에 있는 IKEA 스토어 | 스톡홀롬 감라스탄의 에어비엔비

흔히들 북유럽 디자인이라 하면 가구와 인테리어를 제일 먼저 생각하고, 실제로도 핀란드의 알바 알토, 스웨덴의 이케아, 덴마크의 핀 율 등 가구가 북유럽 디자인의 가장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구는 의식주 중에서 "거주"라는 우리의 가장 큰 생활공간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고, 그렇기에 북유럽 디자인의 정신이 결국 이들의 모든 생활 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비록 북유럽 디자인과 생활 방식을 단순히 몇몇 단어로 단정할 수 없겠지만, 그들의 자연친화적인 면, 그리고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점이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그 결과물에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었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그들의 생활 방식은 불필요한 군더더기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중요시했고, 나는 꼭 자연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형식 대신 그 안의 알맹이를 우선으로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왜 북유럽 중에서도 스웨덴이었는지?

사실 북유럽 4개국(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중에서 나는 핀란드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나에게 가장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는 4개국 모두 지원했지만, 기존에 익숙했던 핀란드 대신 새로운 환경을 원했기에 핀란드 외에 나머지 3개국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그중에서도 스웨덴을 가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스웨덴을 2번 다녀오면서 스웨덴의 디자인이 내가 추구하고 싶은 디자인의 이념과 가장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UX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 (inclusive design)"라는 개념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용자 친화적인 UX나 사용자를 위한 UX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가 붙도록 많이 들어봤지만, 그래서 이 "사용자"라는 집단이 "모두"가 되었을 때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정말 어려우면서 또 동시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어렵고도 중요한 개념을 스웨덴의 축제에서 직접 경험하게 되었을 때, 이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Way Out West는 매년 8월 초에 예테보리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로, Slottsskogen이라는 예테보리의 공원에서 3일간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작년에 한국 아티스트로는 Peggy Gou와 Yeaji가 공연했고, Arctic Monkeys나 Kendrik Lamar와 같이 락, 힙합, 댄스, 인디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다루는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마치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페스티벌이지만, 음악 장르가 더 다양하고 규모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연령대가 정말 다양했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이벤트였던 점이다. 같이 갔던 스웨덴 친구의 엄마도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간다면서, 페스티벌 현장에서 정말 모두가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페스티벌 자체도 공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WoW Talk라고 문화나 정치와 같이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연이 열리고 있었고,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는 단편/장편 영화나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는 주로 2030대를 위한 우리나라의 음악 페스티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고, 나는 여기서 비로소 전시회나 책에서만 보던 inclusive design을 직접 체험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이라면 졸업 후에 다시 돌아와 공부하면서 스스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왜 하필 우메오였는지?

IxDA Awards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ixda/12485668194/)

2달간 헬싱키 생활을 마치고 온 후 나는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서 남은 학교 생활에 전념했다. 그러던 중 Interaction Design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IxDA라는 국제 대회에 졸업 작품을 출품했고, 운이 좋게도 예선 진출을 했다. 나는 예선 진출작 중에서 비록 회사에서 제출한 프로의 퀄리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비슷한 학생들은 수준이 어떠한지 궁금해서 학생들의 작품을 둘러보았다. 그중에서 유독 Umeå라는 학교에서 여러 작품이 선정된 것을 볼 수 있었고, 도대체 처음 들어보는 Umeå 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학교인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HCI나 UX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면 대부분 미국의 실리콘벨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한국에서 해외 석사 과정으로 인지도가 높은 곳은 미국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나 Umeå 를 찾기 전까지는 미국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기에, Umeå Institute of Design은 유럽의 문화, 그중에서도 북유럽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내가 꼭 찾고 있었던 학교였다. 


UID (출처: https://www.azuremagazine.com/schools/umea-university-institute-design/)

Umeå Institute of Design (UID)의 석사 과정은 크게 Interaction Design, Product Design, Transportation Design으로 이뤄져 있고, 내가 다닐 예정인 Interaction Design과는 한 학년당 교환학생을 포함해 10-12명인 소규모 정원의 학교이다. 스톡홀름도 아닌, 우메오라는 약 인구 8만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에 어떻게 디자인 학교가 있는지 신기하지만, Red Dot Awards에서 디자인 학교로 수년간 1위를 했으며, Umeå Institute of Design (UID) 졸업생 역시 IDEO와 같은 글로벌 디자인 회사로 취업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2015년에는 스웨덴에서 All The World in a  Design School이라는 UID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이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UID가 어떤 학교인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가장 잘 알 수 있다.

* IDEO의 CEO인 Tim Brown이 UID를 방문한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rf62qsO7aY


내가 느낀 UID는 소수 정예인 학교이지만, 그만큼 학교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세하게 관리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공부한다면, 트렌드에 민감하며 새로운 것을 항상 가장 먼저 보고 경험하기 위해 큰 도시에 있어야 된다는 나의 고정 관념을 깬 학교였다. 다른 유명한 디자인 학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각 나라에서 한 명씩 모아 더욱 다양하고 국제적인 학생들과 함께 2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기에, 그 이후로 약 1달 남은 석사 지원 일정에 맞춰 나는 지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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