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으로 이어지는 내일

by 윤아영

내일을 생각할 때, 나는 더 이상 멀리 가지 않는다.

예전의 내일은 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으로 채워져 있었다.

무엇을 더 이루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내일은 언제나 준비해야 할 대상이었고,

방심하면 놓쳐버릴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내일은 조금 다르다.

다정함으로 이어지는 내일.

크게 바뀌지 않아도 되고,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내일이다.

오늘의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인 채로 건너갈 수 있는 내일.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내일.

그 내일은 멀리 있지 않다.

늘 지금, 이 순간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상담실에서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듣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예전처럼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되묻는다.

“지금, 오늘을 어떻게 대하고 계신가요?”


here and now의 관점에서 보면,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어제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가 실제로 만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다음 시간을 결정한다는 것을

상담 장면에서 수없이 확인해왔다.

내일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의 태도를 아주 조금 바꾸는 일이다.

오늘의 나를 무시한 채로는, 어떤 내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내일은 언제나 오늘의 연장선 위에 있고,

그 연결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정함이다.

다정함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문제를 없애주지도 않고, 흔들림을 완전히 막아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정함은 내일로 가는 길을 덜 거칠게 만든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고,

방향을 잃어도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남겨둔다.

다정함이 있는 삶은 빠르지 않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내일을 이렇게 상상한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시작할 수 있는 하루.

어제의 흔들림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

오늘의 속도가 내일의 발목을 잡지 않는 시간.

그런 내일이라면, 굳이 멀리까지 내다보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숨을 고르고 있는 나를 데리고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수없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은지, 무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의 속도가 맞는지.

그 질문들은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멈추게 했고, 숨을 고르게 했으며,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다정해지게 했다.

아마도 이 글의 끝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내일을 바꾸는 답이 아니라, 내일로 이어지는 질문.


다정함은 특별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의 나에게 조금 덜 엄격해지는 선택,

누군가의 속도를 함부로 재촉하지 않는 태도,

흔들리는 날에도 나를 버리지 않는 마음.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어느새 내일이 된다.

이제 나는 내일을 예전만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확실하지 않아도,

다정함이 이어진다면 괜찮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일은 여전히 모르는 영역이지만,

적어도 나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방향이라는 확신은 있다.

다정함으로 이어지는 내일.

그 내일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나에게 말을 걸었던 바로 이 순간부터.

그리고 나는 그 내일을

조금 느리게,

조금 덜 엄격하게,

조금 더 다정하게

맞이하려 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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