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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녜스 May 25. 2022

그래, 닭알은 공짜.

마이 그린 멜로디

시골  살 때의 좋은 점은 자급자족이 나름 가능하다는 점. 물론 의지와 실천이 뒤따라야 하지만. 농사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동물을 기르는 일도 가능하다.  


특히 가금류를 기르는 일이 은근 쏠쏠하다. 요즘처럼 달걀 대란으로 달걀값이 엄청 치솟는 시기에 매우 유용하다.


작은 밭떼기만 있으면 누구나 가금류를 기를 수 있다. 우리도 돼지나 소를 기르는 건 거나한 일이므로, 개와 닭만 기르고 있다.  


완벽한 영양소의 조합의 상징인 닭의 알.


꼬꼬댁하는 닭 종류는 다 길러본다. 시골 장닭(갈색, 흰색)부터 오골계, 청닭 등등. 신기한 건 알이 누가 낳았냐에 따라 다른 크기와 색을 띤다.


중닭 정도의 닭이 처음 낳는 닭알은 굉장히 작은데 반해 성체가 낳은 닭알은 더 크다.


일반 우리가 자주 보는 달걀과 다르게 청계가 낳은 알 껍질은 푸릇 빛이 돌고, 하얀 닭이 낳은 알 껍질은 새하얀 색이다. 그래서 낳는 걸 보지 않아도 누가 낳았는지 알 수 있다.  

                       

얘들에게 정도 든다.

시장에서 작은 장닭을 사서 잘 꾸며진 닭장에 넣어주고, 사료를 주면 얘네들이 신기하게 밥 주는 사람을 졸졸졸 쫓아다닌다.


닭장 앞이 넓은 풀밭이어서 평소에는 그냥 풀어두는데, 지들 맘대로 흙 목욕도 하고, 병에 걸릴까 항생제 먹일 필요도 없다. 지천에 널린 잡초들을 뜯어먹어서 닭장 근처에는 아무리 여름이어도 울창한 수풀이 자라질 못했다.


이렇게 풀어놓은 닭이 낳은 알을 노른자가 사서 먹는 달걀의 것보다 훨씬 샛노랗다. 그리고 소금을 치지 않아도 짭조름하고 더 고소하다. 껍질도 되게 단단해서 날달걀을 탁하고 깨면 껍질이 그냥 부서지지 않는다. 힘을 허투루 주면 금만 갈 뿐이다. 힘차게 내려쳐야 깨지는 껍질을 보며 얼마나 신선한지를 알 수가 있다.


물론 닭은 키우는 데에도 수고스러움이 있다. 이들도 생명체라 지들만의 리그가 있다.


수탉과 암탉을 같이 넣어놓으면 수탉 한 마리가 암탉 일곱, 여덟 마리를 지배(?)하는데, 이때 다른 수탉이 있으면 조금 더 센 놈이 약한 놈을 쪼고 괴롭힌다. 죽인 적도 있다. 그래서 암탉은 많아도 되지만 수탉은 한 우리에 두 마리 이상 두지 않는다.


수탉의 난(?)으로 닭장이 풍비박산이 나 버린다. 하루 종일 꼬꼬댁! 하는 약한 수탉의 울부짖음이 우리 귀를 괴롭힌다. 안쓰러워서 두고 볼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수탉은 꼭 한 마리만 둔다.


이 구역의 왕인 수탉이란 놈은 어찌나 허세를 부리는지 모든 암탉 위에 올라탄다. 참 꼴 보기 싫은 모양새지만, 자연의 섭리이니 어쩔 도리는 없는 것 같다.


사실 굳이 수탉이 필요한가 싶기도 한 게, 암, 수를 같이 놓아두면 암탉이 유정란을 낳는데, 이 유정란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무정란보다 영양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엄마는 꼭 암, 수를 놓으시는데 나는 영 마뜩지가 않다.


그래도 가끔 병아리를 볼 일이 있는 건 좋다.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암탉 중에서도 유독 모성애가 진한 애들이 있다. 얘들이 성체가 되면 자기가 낳은 알을 품기 시작한다. 이때 달걀을 뻇으려고 하면 콕콕하고 손을 쪼아서 알을 지킨다.


그럴 때면 머쓱해서 손을 빼고 돌아선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품어진 모든 알들이 부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성애가 진한 암탉 아래서 삐약삐약 소리가 난다. 어찌나 경계를 하는지 상자에 따로 넣어주어야 한다. 약한 병아리를 다른 성 닭들이 공격하고 심한 경우에는 죽이기도 한다.


산기슭의 탕자 같은 이들이 신기하게도 밤 6시가 넘으면 알아서 집으로 기어들어간다. 연어 귀소본능의 닭 버전인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풀숲을 헤치고 6시 땡 하면 닭장에 들어가 있는 닭들이라니. 말이 통하지 않는 닭들이지만, 뜻은 통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키운 닭은 도저히 잡아먹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치킨을 안 먹는 건 아니어서, 이중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치킨과 족발이 당기는 날에는 장을 보러 가고 있다. 시골에 살면서 즐기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이 5일장. 5일장에 대해선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사료값은 들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풀을 뜯어먹는 이들이 주는 선물인 - 물론 우리가 빼앗아 먹는 거지만 - 달걀을 얻을 수도 있어서 이 모든 수고스러움은 감내할 만하다


가끔 오리도 기른다. 오리는 닭들보다 뭔가 더 졸졸졸 쫓아다니는 맛이 있다. 얘네가 낳은 알은 조금 더 크다. 닭알보다 더 고소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여전히 사 먹는 일반 달걀보다는 훨씬 고소하고 노른자도 진하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샛노란 노른자 맛을 보고 싶다면, 마당 한 구석에 닭 몇 마리를 길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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