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3집 <동심원>으로 돌아온 밴드 전기뱀장어와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1인 밴드도 밴드라고 할 수 있을까?”
'밴드' 전기뱀장어의 7년 만의 정규 3집 < 동심원 >은 이 질문에 대해 유쾌하고도 호쾌하게 응답한다. 답변은 YES! 2009년 결성 이후, 몇 차례 멤버 변동이 있었지만 꿋꿋이 항해를 이어가던 그룹이 '황인경' 1인 밴드가 된 건 올해 2월의 일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연이은 탈퇴를 목도한 그는 밴드 존립이 위태롭던 와중 되려 정규 음반 발매를 선언한다.
모든 지휘가 황인경 손끝에서 진행됐지만 앨범은 여전히 '전기뱀장어'였다. '별똥별', '송곳니', '스테이크', '거친 참치들', '적도' 등 기존 히트곡이 떠오르는 그룹 특유의 청량하고 무해한 사운드가 작품에 힘 있는 단면을 만들었고, 엉뚱하고 독특한 가사가 노래에 특별한 질감을 더했다.
그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밴드의 새로운 서막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려는 듯했다. “멤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킨 이유”를 묻자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과 초심”이란 답이 돌아왔다. < 동심원 >은 동그랗게 원을 그려, 다시 초심의 자리에서 새 챕터를 열어내는 전기뱀장어의 다짐과 그 결실을 품는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의 이뮤클 팟캐스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정규 2집 < Fluke >(2016) 이후 7년 만에 정규 3집 < 동심원 >을 발매했다. 이후 다양한 무대에 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공연을 했던 건가?
음반 발매 이후 처음 했던 공연은 '세계 동심원의 날'이란 앨범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이다. 이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기획 공연인 '친구가 되자'라는 무대를 했다. 개인적으로 친구가 되고 싶은, 팬심이 있는 밴드와 전기뱀장어의 조인트 공연이다. 이번이 Vol. 1로 밴드 전기양과 함께했다.
예전에 한참 클럽 공연을 할 땐 끝나고 뒤풀이도 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그런 게 없어져 좀 아쉬웠다. 또 활동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팀들이 많이 없어졌다. 인디 밴드 자체의 생명력이 그렇게 길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살짝 외롭다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리즈 공연을 기획 중이다.
끝으로 엊그제 < 다과회 : 불의섬 > 이라는 팬 미팅 반, 공연 반 무대를 진행했다. 일종의 다과회로 팬들이랑 모여서 맛있는 거 나눠 먹고 이야기도 하고, 장기 자랑도 하고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올해 2월 단독공연 < 졸업식 >을 끝으로 전기뱀장어의 유일한 멤버가 됐다. SNS에 올린 것처럼 “하루는 자신감에 차 있다가도 다음 날은 부담감이 엄습하는 요즘”이기도, “전기뱀장어에게는 아무래도 위기의 시기”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다.
마음이 비어 있었는데 다시 많이 차올랐다. 그 글을 쓸 때만 해도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솔직히 말해서 팬들에게 힘을 받고 싶었다. 멤버 없이 1인 밴드로서 준비하면서 외롭다는 기분이 들었다. 제4의, 제5의 멤버인 팬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팬들이 전해준 마음과 응원들로 자신감을 얻었다. 그 힘으로 음반을 냈고, 단독 공연을 비롯한 공연을 진행했다. 흔들리던 마음이 꽤 많이 채워졌다. (웃음)
이번 정규 3집 < 동심원 >은 밴드의 유일한 멤버로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쓰고 편곡한 첫 번째 작품이다. 제작 기간이 얼마나 되나?
콘셉트를 잡고 데모를 다듬는 프리 프로덕션 과정까지 포함하면 1년 반 정도 걸렸다. 본격적으로 레코딩을 시작한 건 올해 봄쯤이었고.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1인 멤버가 될 줄은 몰랐다. (웃음) 솔로 뮤지션 '황인경'으로 정규 1집을 내려고 했었는데 멤버들의 탈퇴가 이어지면서 내 머릿속에만 있던 황인경 정규 1집이 붕 떠버렸다.
그 둘을 병행하기가 좀 어색하더라. 그러면 이제는 내가 곧 전기뱀장어니까. 전기뱀장어는 곧 황인경이니까 솔로 음악을 전기뱀장어 음반에 수록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솔로 음반에 넣으려던 곡 중 대표적인 게 이번 앨범의 '동심원'이다. 전기뱀장어로 작업을 하던 것과 내 솔로 음악들, 언젠가 전기뱀장어 음악으로 내야지 하고 데모로 가지고 있던 곡들을 합쳐서 이번 음반을 만들었다.
멤버 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뱀장어의 색이 여전히 짙게 묻어 있는 작품'이란 생각도 든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나 사운드에 굳이 전기뱀장어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고 꾸준히 듣고 있는 분들에게 전뱀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인위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내가 지금까지 잘했던 것, 전뱀이 잘했던 사운드와 구성으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는 작품을 만드는 게 가장 우선순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록곡 '타고난 길치' 같은 싱글은 이전 전기뱀장어 음악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고독', '외로움' 등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과거 황인경 솔로로 발표했던 곡을 재발매한 거다. 솔로 커리어 중 퀼리티가 좀 아쉬운 작품이나, 지금의 나라면 좀 더 매끈하게 편곡할 수 있는 음악들이 분명히 있다. 또 전기뱀장어가 아니라 내 솔로로 냈기에 주목을 덜 받은 곡들도 있고. 이 노래가 그랬다. 좋은 노래임에도 편곡의 미진함 혹은 네임밸류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 묻힌 감이 있달까? 원하는 편곡으로 잘 만들었고, 그 덕에 더 많은 사람이 듣게 됐으니 기쁘다.
반면, '자연사 박물관'은 어떤 면에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은 EP < 최신유행 >(2012), 정규 1집 < 최고의 연애 >(2012) 시절의 전기뱀장어를 떠올리게 한다.
가사를 뜯어보면 약간 멜랑콜리한 감정이 담겨있다. 전기뱀장어는 항상 그런 아이러니가 재밌는 팀이다. 멜로디는 밝고 유쾌한 데, 가사는 어딘지 모르게 울적한. 이 노래가 딱 그렇다.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전기뱀장어의 기존 색깔을 확 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두 번째 순서로 곡을 배치한 것도 다분히 의도한 거다. 황인경 1인 밴드이지만 여전히 전기뱀장어스러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선언적으로 들려주고 싶었다.
타이틀 '동심원'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이번 음반의 중심이다. 내가 작품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사운드나 질감을 가장 잘 담고 있다. 말하자면 친환경적이고, 유기농스럽다고나 할까? (일동 웃음) 내가 느끼기엔 '동심원'이 가장 그런 걸 잘 드러낸 노래다. 아침에 푸릇푸릇한 잎들이 햇볕을 가리고, 숲속을 산책하는 그런 기분을 전하고자 했다. 이번 음반 전체가 좀 그런 인상이길 바라서 이 곡을 첫 트랙이자 타이틀로 배치했다.
음반 작업기를 보면 이번 음반 코멘트에 “멤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동안에도 황인경은 자리를 지켰고 새 앨범을 작업해서 발표하였다. 왜 계속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여러 번 썼다 지웠다고 했다. 그 답을 공유해 줄 수 있을지.
음반을 만들면서 스스로 계속 던졌던 질문이다. '나는 왜 계속 하는 것인가'. 기존 멤버들이 떠나가는데 나는 왜 계속하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차 음반의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참여한 필로스 플래닛 스튜디오의 신재민과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그때 내가 밴드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요약하면 '그냥 이걸 좋아해서'다.
음악 외적인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있다. '이걸로 돈이 되나'하는 생각이 물론 안 들 때도 있지만 들 때도 있는 거다. 또, '이번 공연엔 사람들이 예매를 좀 적게 하네', '페스티벌에서 나 안 부르네'하는 생각들. 따지고 보면 다 음악 외의 것들이다. 이번 음반을 사람들이 어떻게 들을까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따지고 보면 앨범 외의, 음악 외의 이야기다.
내가 외부적인 요소에 좀 많이 치중해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것들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나. 음악을 좋아한 그 초기의 모습. 거기서부터 그냥 쭉 나가는 거다. 이 장비를 쓰면 분명 적자이지만, 음악 좋아하고 멋진 음악 만들고 싶고, 멋진 작품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일단 1번인 거니까. 이 본질에 더 집중하려 한다.
이번 < 동심원 >이 여름날의 하루를 중심으로 흘러가듯, 전기뱀장어의 음악은 늘 '여름'과 맞닿아 있다. 전기뱀장어에게 여름이란?
여름의 강한 일조량 덕분에 식물들이 에너지를 많이 비축하는 것처럼 나무도, 식물도, 우리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여름에 쌓아둔 즐거운 추억과 기억, 받았던 에너지 이런 것들을 잘 흡수했다가 가을을 나고, 겨울을 나지 않나. 어떤 시간은 굉장히 밀도 있게 흐른다. 나 같은 경우 여름날에 한 단독 공연 혹은 페스티벌 무대에 섰던 잊지 못할 기억을 딱 새겨 놓고 여름을 지나 가을 나고, 겨울을 난다. 그런 에너지를 주는, 일조량 강한 여름날이 전기뱀장어의 음악이다.
이번 음반을 비롯해 전뱀의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됐으면 싶다. < 동심원 >과 함께한 여름의 기억이 남은 인생을 사는데 에너지를 더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하하하
인터뷰 : 박수진, 김성욱
정리 : 박수진
사진 제공 : 유어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