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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Mar 09. 2021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

영화를 쓰다 1 - 「빌리 엘리어트」와 소설 「데미안」의 만남

 

1. 우리들의 마음속 '데미안'을 찾아서

 

 소설 「데미안」을 묵상하는 것, 그것은 오로지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지금까지 내가 애정한 모든 것들, 노래와 그림들, 책과 장소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것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나를 닮은 사람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내가 결혼하고 싶어 했던 어머니도 나를 닮았고,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이성들은 모두 나와 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나의 자화상이었다. 우물 속에 비쳐 일렁이는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우리 자신을 닮은 누군가가 존재한다. 그는  안에 있는 ' 다른 '임과 동시에, '나이면서 내가 아닌  누군가'이다. 소설 데미안 의하면 그는 야곱에게 싸움을 걸었던 천사였고, 아벨을 죽였던 카인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끝까지 부정한 강도였다. 헤르만 헤세는 야곱과 천사도, 카인과 아벨도, 예수 그리스도와 강도도 결국  중심의 자아는 동일하다고 말하며 끝에 가서는 그들이 합일될 것이라고 고백한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은 동주 시인의 구리거울 속 사나이처럼 욕되고 슬픈 자아이다. 우물 속 자화상처럼 밉지만 가엽고, 그리운 추억 같은 자아인 것이다. 욕되고 못난 그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건전한 나르시시즘이고 아름다운 자기애이다. 나는 내 안의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의 은밀한 곳을 눈으로 매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건강한 희열을 느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우리 자신을 닮은 누군가가 존재한다.

 

2. '빌리 엘리어트', 발레로 자신을 사랑하다

 

 소년 '빌리 엘리어트'는 또 다른 소년 '데미안'과 얼마나 아름답게 닮아 있을까. 이십 년 전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제이미 벨은 미소년, 곧 데미안 그 자체였다. 그는 발레를 통해 자아를 찾아간다. 런던에 있는 발레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선생님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며, 선생님은 그가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격려한다. 세상이라는 알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 앞에는 얼마나 많은 낯선 세계들이 펼쳐질까. 하지만 그 세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다면 얼마나 기쁘고 반가울까.

 발레는 남성적인 몸으로 여성적인 춤을 추는 양성성의 행위예술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그런 신비로운 춤을 추며 거울 속에서 자기애를 발견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의 몸을 사랑한다', '나는 나의 가장 은밀한 곳을 사랑한다'. 거울을 보며 그는 아름다운 주문들을 되뇐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몸으로 터득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진짜 나를 찾는 것은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찾아가는 여로와도 같다. 내 안에 있는 데미안과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 같은 아름다움을 나는 어떤 이성에게서 발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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