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holm, Sweden
생애 첫 호스텔
생애 첫 호스텔이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 구체적으로는 민박이나 호스텔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내게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오롯이 혼자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보러 가거나, 누군가와 추억을 쌓거나 기념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 되어가곤 있다.
구글 맵에 뜨는 몇 장의 사진으로 결정한 시티 백패커스. 드디어, 학생 때도 가보지 않았던 호스텔에 입성했다.
체크인, 체크아웃을 진행하는 프론트 공간과 조식 코너에 경계가 없다. 사진에서 본 대로 인테리어도 소품도 잘 어우러지게 되어있고, 분위기도 생각한 그대로.
한 번 접은 작은 종이를 주는데, 호스텔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다 그 안에 있다. 룸 비밀번호와 매일 바뀌는 메인 현관 비밀번호, 공지사항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지도가 너무 귀여웠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빈티지 소파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있는 응접실이 나오고, 지도를 따라다니며 주방과 공용 공간을 둘러봤는데. 주방이 엄청나게 넓어서 요리할 맛이 나겠다 싶었다. 각종 조리도구는 물론이고 머물던 사람들이 남긴 식자재를 보관해두고 있어서 마음껏 사용할 수가 있다. 야채나 파스타 소스와 면은 여행지에서 구입해서 다 쓰기 힘드니까 이렇게 셰어 하는 것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파스타 소스만 새로 사서 저녁도 해 먹을 수 있었다. 아이맥이 4대 있는 공용공간은 저녁마다 사람이 넘쳐났다.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몇몇이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딱 좋은데, 한 번이면 됐어요
몇 명이서 묵는 방이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꽤 컸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6인실이나 8인실은 너무 사람이 많아서 불편할 것 같고, 2인실은 사람이 너무 둘이니까 민망할 것 같고. 4인실이 적당한 것 같은데 여성전용은 만실이라 남녀공용 4인실로 예약했다. 놀랍게도 무려 12인실도 있다. 1박에 340 SEK 니까 한화로 4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치고 나쁘지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가게 되면 방 하나를 전부 예약해도 좋을 것 같다. 룸 컨디션이랄 것도 없이 미니멀한 공간인데, 계속 사람이 새로 오고 나가는데도 청소 상태도 깨끗했다.
나는 일찍 자고 싶은데, 누군가는 늦게까지 부시럭대며 휴대폰을 만지기도 하고. 옷 갈아입는 데 갑자기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까 봐 신경을 써야 하고. 공동 샤워실에 갈 때 주섬주섬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하고. 무엇보다 잠귀가 밝은데 무려 세 명과 함께 자야 한다는 것 때문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호스텔을 생각한다면 꼭 머물러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다. 이십 대에 갔으면 또 가고 싶은 곳이 되었을 수도 있다.
가장 좋아하던 공간은 호스텔 입구이자 프론트인 조식 코너. 평소에도 간단하게 요거트에 견과류, 과일 넣어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견과류와 뮤즐리가 뿌려진 요거트가 항상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침 일찍 나가는 날은 샌드위치를 먹고, 나가서 금방 점심을 먹을 것 같은 날에는 크로와상을 먹었다. 매일 같은 메뉴인데 4일 간 질리지 않고 잘 먹었다. 편한 옷을 입고 간단한 아침식사 후, 창가에 걸터앉아 마시는 커피가 어찌나 맛있는지. 넋 놓고 밖에 내다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되새겨보니 또 너무 좋았던 것 같은데, 다시 가게 되면 2인실 정도로 다시 한번 묵어볼까.
City Backpackers Hostel Stock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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