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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꿀벌 Feb 12. 2023

첫 커리어로 주니어 PM

UX하다 PM된 주니어의 감사한 1년의 배움



20대 대부분의 시간 UX를 쫓아다녔다. UX를 공부하던 시간은 늘 열정이 넘쳐있었고, 즐거웠다. 그리고, 나는 첫 커리어를 Associate Product Manager (a.k.a 주니어 PM)로 시작하였다. 나를 오래 봐온 지인들은 나의 커리어의 시작이 PM인 것에 아주 잠시 놀랐고 대략 PM이 어떤 역할인지 듣고 나면 대부분 긍정의 대답을 하였다. “너는 기획/소통 그런 거 잘 어울려, 잘 할거야”. 주변 사람들은 나의 새로운 Role에대해 긍정을 표했지만 정작 나는 PM으로서 커리어를 쌓는것에 대해 하루가 갈수록 확신이 떨어졌다. PM은 분명 역할을 정의하기 복잡하며 높은 성숙도를 요구하는 직무였다. 그럼에도 이번 주말도 여전히 한 주간을 돌아보며 나는 나의 첫 커리어가 PM이라는 것에 감사함이 가득찼다. 이번 주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이 되었다. 지난 1년의 업무를 돌아보며 배운 내용들을 적어보고 다시 한번 나의 역할에 감사함으로 부족한 부분은 더 의식하여 노력하고자 글로 정리하였다.






UX연구원에서 PM으로


지난 1년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전, 간단한 나의 이야기를 해보면.. 나는 석사로 UX를 전공하고 PM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와 대학 초반 2년 정도는 타이포그래피에 푹 빠져있었다. 타이포그래피 관련 프로젝트를 열심히 쫓아다니다 단순히 지면에서 노는 것을 넘어 디지털에 반영되는 디자인이 좋았고 그렇게 UI를 그려나가며 자연스럽게 UX를 접했다. 타이포그래피 덕후로서 타이포그래피와 UX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글을 어느 맥락에서 어떻게 읽어나가는지에 따라 판형, 글줄 길이, 글자 크기, 인쇄되는 종이 등 지면에서의 모든 경험을 관리하는 타이포그래피와 같이 UX도 그렇게 목적에 따라 그리고 유저의 타입에 따라 여러 리서치 방법론을 통해 서비스의 경험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했다. UX가 너무 재미있어 조금 더 전문적으로 UX리서치를 배우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였고 그렇게 나는 UX가 나의 천직이 될 줄 알았다.




어쩌다 PM으로?


실제 마켓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2020년 당시만 해도 주니어 PM은 업계에 그리 많지 않았던 만큼 내게 PM이란 역할이 눈에 띄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그저 대학원을 마무리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실제 마켓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강연, 책들을 찾아보다 Product Manager라는 직군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고 ‘실제 마켓에서 사용자의 경험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에서 PM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며 하루에 관련 책 몇 권씩을 읽어나가며 PM이라는 직무에 순식간 몰입하였다.


돌아보면 나는 맥락, 조건에 따라 해석되고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에 흥미를 크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발 담가보기로 마음먹은 IT업계에서 ‘PM’은 서비스의 전체 프로세스에서 사업 요구사항, UX, 개발 최적화 등 여러 다양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논리를 더해 서비스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역할이라는 것 그 자체에서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감사히도 PM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많이 울며 배웠다. 우리 집에 작년 12월 조카가 태어났는데 정말 모든 순간 운다. 아기들은 태어나면 모든 경험이 생경해서 운다는데, 나 또한 PM으로 일을 하며 모든 경험이 생경해서.. 마음으로 울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이전엔 몰랐던 많은 부분을 볼 수 있게되었고, 깨달을 수 있게되며 스스로도 체감하는 성장을 하였다. 아래로는 PM으로 일하며 배운 내용들 그리고 아직 고작 1년 된 주니어지만 짧은 경험으로 배운 주니어 PM의 역할을 적어보았다.






리더, 동료,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바탕으로 사업과 서비스를 이해하기


제품의 존재 이유인 서비스 방향성은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발견되면서부터 그리고 개발이 진행 및 완료되기까지 팀내외로 지속히 발화되어 일이 되게 하는 데에 중요한 구심점이 되어준다. 때문에 A부터 Z까지 제품의 모든 제작 과정에 involve가 되어 있는 PM은 그 누구보다도 제품의 방향성을 뚜렷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지속적인 고민을 더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니어로서의 PM은 서비스의 큰 줄기가 되는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해도를 얻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회사의 전략과 방향성에 나의 리더 또는 시니어 PM과 유관부서 상급자들의 현재 생각에 정렬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작은 단위의 제품 개선부터 큰 단위의 새로운 기능 개발까지 현재 우리팀의 나와 동료들이 진행하는 업무의 가치를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기획 문서인 백로그를 디벨롭 해나가기 위해 사업의 전체 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이다.


이 팁을 모르던 대략 6개월 전 나는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반년 정도 적은 인원의 팀에서 PM으로 일을 하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팀을 이동했다. 당시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하는 APP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의 PM롤을 맡았는데, 한창 PM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배우며 열정이 넘치던 나는 이동한 팀의 상황과 사업의 전략에 대한 이해도 없는 체 몇몇 실무자들을 모아 APP 서비스의 OKR을 세팅하는 워크숍을 연것이었다.(ㅎㅎ) 그 일이 있고, 나를 지금의 팀으로 부른 회사의 디렉터로부터 장문의 DM이 왔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시보니 겁도없는 주니어에게 엄청나게 친절한 메시지이다.

이 사건이 있고, 하루하루 팀에서 업무를 진행해나가며 서비스와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나는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나의 리더 그리고 이해관계자들과 주기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과 서비스의 전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비정기적으로 나의 리더 PM 분들을 찾아가 사업의 방향성, 서비스의 목표를 묻는 커피챗을 갖곤 했고, 이동한 팀의 개발, 디자인 리드들과 정기적인 커피챗을 통해 그들의 생각에 정렬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올해 내가 팀의 주요 문제를 파악하고 우선순위 업무를 진행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더하여 프로덕트 팀원들 외 마케팅팀, 연구팀 등 유관 부서와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 형성을 통해 지금 우리 회사에서 나와 우리 프로덕트 팀이 해야만 하는 ‘일’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사업의 전략과 방향성은 시장의 현황에 따라 지속해서 모양을 조금씩 바뀔 수 있음을 경험하며, 주니어 PM은 나보다 상위 레벨의 리더 그리고 유관부서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의 전체에 대한 맥락을 이해했을 때 지금 발생하는 프로덕트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적절한 대안 또한 제시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구체적인 호기심으로,

팀의 Motivating 되기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업의 전략과 서비스의 전체를 이해하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리더와 지속해 공유하는 일의 중요성은 결국, 우리팀이 해나가야 할 일의 백로그(일)을 쌓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찾기 위해서다.


내가 속한 팀에선 요구사항이 담긴 문서를 백로그로 관리한다. 백로그는 진행해야 하는 일의 ‘배경, 문제, 가설, 기대효과’가 담긴 문서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팀원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이는 Jira 스토리 티켓에 적히기도 하지만 나는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노션페이지에 업데이트한다. 백로그를 쌓아나가기 위해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팀의 현재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더욱이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호기심이다. 여기서 고객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의 보이스가 될 수도 있고, 회사 내부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백로그의 주요한 요건들을 딥다이브하며 채워나가는 것이 PM의 중요한 역할이다.


백로그를 구성하는 내용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면, ‘배경’은 해당 기능이 왜 출발했는지 기능을 제작하는 모든 실무자들이 기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단락이다. ‘문제’는 목표하는 KPI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있어 맹점이 되는 원인이다. 가끔 문제와 배경이 혼동될 수도 있는데 문제가 훨씬 명확해졌을 경우 팀은 솔루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대효과’는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하는 비즈니스 임팩트이다. 결국 이를 통해 기대하는 목표 매출은 무엇이며, 유저가 얻게될 가치는 무엇인지 집중하고 PM은 팀에서 수행하고 있는 일의 결과가 일이 되는 일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된 백로그를 공유하다 보면 배경에 대해 팀과 하나로 정렬되고 나 또한 정확히 소화되지 않은 지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리더에게 질문할 수 있게된다. 그리고 더하여 잘 정리된 백로그는 일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의 동기를 이끌어주기도 한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기’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일을 하다 보면 일의 목적과 가치가 희미해지고 누구나 동기를 잃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PM이 팀에서 진행하는 일에 대해 꾸준히 검토하고 백로그를 날카롭게 디벨롭하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높여 논리적인 이해도와 자신감이 높아진 상태로 팀원들과 소통하게 되면, 이러한 에너지가 팀원들에게도 전이되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백로그는 분명 그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는 문서이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본인들의 Specialized를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오늘의 테스크를 해결해나갈 때 확신을 두고 현재 하는 업무의 관해 이야기해주는 PM이 있다면 그들은 PM 에대한 신뢰와 기대를 기반으로 그리고 우리가 해내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꺼이 그 엄청난걸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직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팀과 하나 되어 일이 되게하기


최근 함께 공부했던 석사 동기를 만났다. 그도 졸업 후 IT회사의 Product Manager로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친구보다 조금 먼저 PM으로 취업했고, 막 취업을 했을 당시 취업 준비를 하는 이 친구를 만나 내가 ‘이론’으로 배운 PM의 역할을 신나게 들려주었다. 친구도 잔뜩 기대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헤어지는 길엔 내가 가지고 있던 책 ‘인스파이어드’를 선물로 주며 취뽀를 기원했다. 그리고 대략 1년이 지나 만난 현재 우리는 대화 내내 업무의 어려움에 대해 숨이가쁘게 토로했다. 1년 전과는 매우 다른 온도의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우리가 이야기하는 어려움에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니어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분명 PM이라는 직무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컸다. 대화 중간중간 지속해서 나오는 말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였다.


작년 한 해 PM으로 일하며 이 직무는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고 매일 같이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이유 중 하나는 Generalist로서 여러 Specialist를 대상으로 ‘함께 해야 할 일’을 ‘나서서’ 되게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매일같이 나는 팀원들과 일을 하며 내가 모르는 지점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은 팀원들의 일이 되게 하기 위해 알아내야만 하는 영역들이었다.


처음 6개월 내가 있던 팀에서 이동하고 현재 진행하는 팀으로 와서 큰 변화 중 하나는 개발자의 수가 훨씬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진행하는 제품의 복잡도가 높아졌다는 것인데, 이렇게 프로덕트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개발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해결해야 하는 팀원의 질문들도 훨씬 어려워져만 갔다. 그리고 나는 점점 팀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처음엔 내가 그들의 모든 언어를 이해하는 정도의 경험이 쌓여야 이 어려움이 끝날까 싶어 절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 PM은 스페셜리스트인 그들만큼의 전문가가 될 수 없고, 되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이 짤이 생각난다. 프로덕트 세계를 조금 경험해보니 나는 정말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도 PM은 나와 함께 일하는 메이커들의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와 언어를 이해하고 생각의 흐름의 하나가 되어 팀원들도 원인을 모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물어다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팀은 주 2회 스크럼을 진행했다. 이 시간은 현재 진행 중인 업무에서 어려움을 묻고,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체크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나는 이 시간을 통해 팀원들이 일을 하며 조금이라도 병목이 되는 부분을 발견하고 해결하는데 집중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정직하게 소통하고, 모르는 부분에 있어서는 유관 부서 혹은 메이커 직군의 시니어들을 통해 답을 얻어 팀의 병목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분명 PM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직하고 투명한 소통으로 팀원들의 문제가 병목이 되지 않도록 일을 끌고가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백로그를 통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배경과, 문제, 기대효과를 소통하는 것은 물론 이해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질문은 정직히 소통하고, 알고있지 않은 정보에 대해선 적극적인 자세로 빠르게 정보를 물어와 팀의 병목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만 글을 줄이며..


결국 주니어로서 작년 한 해 내가 배우고 해온 일들은, 위 이야기한 큰 맥락에서 업무들을 수행하며 팀원들과 신뢰를 쌓았던 시간이었다. 나는 내가 PM으로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동료들과 소통하길 좋아하고, 고객에 몰입하는 경험을 찾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어렵더라도 PM으로서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되지 너무 고민하는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내 단 한 번뿐인 20대의 후반부를 앞으로 내가 꿈꾸는 비전에 가까워 질 수 있는 일을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런 관점에서 PM은 분명 정말 멋진 직무이고 이 역할을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면 이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남은 나의 20대는 더욱 밀도있는 경험을 위해 PM으로서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지난 1년의 경험, 그리고 주니어 PM의 역할이 이글로 충분히 전달되진 않을 거다. 부족한 만큼 열심히 지내온터라 값지게 들어온 인풋을 아웃풋으로 끌어내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지난 1년의 경험은 내게 쌓여 값비싼 자양분이 되어주었다고 장담한다. 올해는 여러 경험을 곱씹고 소화해내어 나만의 아웃풋으로 좀 더 자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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