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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Mar 31. 2022

별 따주는 대신 유자차를 타 준 남편

10. 콩깍지 연장술이 실행되었습니다

*오글 주의보*


아침에 흐리던 날씨가 개었다. 하늘은 설레는 파란빛을 뿜어냈고 햇살은 아주 화창했다.

봄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날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지라 중거리든 장거리든 차를 타고 드라이브 나가기엔 여건이 되지 않았고, 밥을 다 먹고 창밖을 보고 있자니 괜히 우울해졌다.

틀어둔 노래도 그다지 소용없었는데 그때 남편이 물었다.


우리 옥상 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눈물이 핑 돌더니 울음이 터져버렸다. 날씨가 좋으니 갑자기 손발이 묶인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 어깨에 기대 훌쩍이고 난 뒤 남편은 잠시 누워 있으라고 하더니 옥상에 캠핑 의자를 폈다. 우리가 가진 캠핑의자는 두 종류였는데 그중 좀 더 피기 힘들지만 좀 더 기대기 편안한 긴 형태의 의자였다.


올라가기 전 남편이 컵 두 개를 가져왔다.


- 뭐게?

* 커피?

- 아니

* 녹차?

- 우리 집에 녹차도 있어?

* 없지 ㅎㅎ 그럼 뭔데

- 유자차:)


 원래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했으나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에 유자차를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유자차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생각보다 강해서 우린 옥상을  분도 즐기지 못했다. 그나마 유자차 덕분에 오들오들 떨진 않았을 정도였다.

준비한 것에 비해 턱없이 짧은 시간을 즐겼지만 남편은 아무 불평 없이 의자를 다시 정리했다. 조심히 내려가란 말 뿐이었다.


고마웠다.

그날 남편은 달도 별도 따다 줄 멋진 오빠로 보였다.


콩깍지가 6개월 더 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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