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네가 어제 꿈에서 말이야
잘 자, 내 꿈 꿔~
이 말을 듣고 조성모, 이정현이 떠올랐다면 우린 친구다. 같은 나이는 아닐지라도 같은 문화와 TV광고를 공유한 한 세대의 사람일 거다.
남편과 연애를 할 때도 이런 오그라드는 말로 전화를 끊은 적은 없지만(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없다.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않다.) 결혼한 지 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서로가 꿈에 나온다.
오늘은 신기하게 둘 다 서로가 꿈에 나왔다. 내용까지 비슷해서 정말 신기해 글로 남겨본다.
남편의 꿈에서는 우리가 헤어졌는데 내가 오빠를 잊지 못하고 오빠의 학교 (꿈속에서 꽤나 젊어졌었나 보다)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못 잊겠다고 질척거리는(?) 나를 다시 만나주었다는 혼자만의 망상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기다리고 있는 내가 무척 귀여웠다는 말에 개꿈이라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내 꿈에서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헤어졌었다. 뭔지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교통수단의 문제로 멀리 떨어지게 됐는데 나는 택시를 타고 투어를 해야 했고 오빠는 오빠대로 어디선가 내 쪽으로 오는 길이었다. 꿈속에서 시간이 꽤 흐르고 택시에서 마지막 투어 장소에 내린 나는 '여기는 어딘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익숙한 체크무늬 회색 재킷을 입은 오빠가 안녕? 하면서 짠 나타났다. 솔직히 꿈이었음에도 너무 반가웠다.
오늘이 아니고도 오빠는 꿈에 내가 나왔을 땐 종종 내가 뭐 이랬네 저랬네 하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혹시 꿈에서라도 서로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일어나서 괜히 혼내보기도 한다.
언젠가 남편이 내가 꽤 자주 본인 꿈에 나온 얘길 해서, 혹시 이 사람 어떤 여자가 나온 꿈이면 다 나라고 뻥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어쩌면 부부가 서로의 꿈을 꾼다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딱히 부부모임에서 꿈 얘기를 해보지 않아서 이런 경험들이 남들도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다.
설사 남편의 착각 혹은 (거짓말) 배려로 그냥 어떤 여자가 나온 꿈을 내 꿈이라 생각하거나 말한다 해도 다른 특정 여자가 나온 꿈보단 낫다고 생각해버리련다.
앞으로도 오빠가 내 꿈을 계속 꿔주었으면 한다.
오빠 잘 자, 내 꿈 꿔: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