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콩깍지 연장술이 실행되었습니다
*오글 주의보*
아침에 흐리던 날씨가 개었다. 하늘은 설레는 파란빛을 뿜어냈고 햇살은 아주 화창했다.
봄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날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지라 중거리든 장거리든 차를 타고 드라이브 나가기엔 여건이 되지 않았고, 밥을 다 먹고 창밖을 보고 있자니 괜히 우울해졌다.
틀어둔 노래도 그다지 소용없었는데 그때 남편이 물었다.
우리 옥상 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눈물이 핑 돌더니 울음이 터져버렸다. 날씨가 좋으니 갑자기 손발이 묶인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 어깨에 기대 훌쩍이고 난 뒤 남편은 잠시 누워 있으라고 하더니 옥상에 캠핑 의자를 폈다. 우리가 가진 캠핑의자는 두 종류였는데 그중 좀 더 피기 힘들지만 좀 더 기대기 편안한 긴 형태의 의자였다.
올라가기 전 남편이 컵 두 개를 가져왔다.
- 뭐게?
* 커피?
- 아니
* 녹차?
- 우리 집에 녹차도 있어?
* 없지 ㅎㅎ 그럼 뭔데
- 유자차:)
원래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했으나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에 유자차를 타 온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유자차에도 불구하고 그 바람은 생각보다 강해서 우린 옥상을 십 분도 즐기지 못했다. 그나마 유자차 덕분에 오들오들 떨진 않았을 정도였다.
준비한 것에 비해 턱없이 짧은 시간을 즐겼지만 남편은 아무 불평 없이 의자를 다시 정리했다. 조심히 내려가란 말 뿐이었다.
고마웠다.
그날 남편은 달도 별도 따다 줄 멋진 오빠로 보였다.
콩깍지가 6개월 더 연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