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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진의 식당공부 Nov 03. 2024

보쌈전문점도 아닌데 하루 5번이나 보쌈을 삶은다구요?

❮보쌈전문점도 아닌데 칼국수집에서 하루 5번이나 보쌈을 삶는다고요?❯

     

❶ case 1.   

  

수원에 가면 미성옥이란 순대국집이 있습니다.

대로변에서 골목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있는데 손님이 끊이질 않는 맛집입니다.

순대양과 고기양도 많고 잡내 없고 깔끔하면서 찐한 국물이 정말 으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얼큰 국밥은 꽤나 칼칼하면서 매운 편이라 기호에 맞게 들깨가루를 더 넣어서 먹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곳은 특이하게 정식으로 먹지 않아도 머릿고기 한 접시를 3천원에 추가할 수 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머릿고기 수육만 따로 판매하는 곳은 드문데, 미성옥 순대국은 그만큼 신선한 내장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내부에 걸려있는 머릿고기 나오는 시간을 보는 순간 미성옥에 관한 이미지 전체가 통째로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빵집에 가면 빵 나오는 시간을 걸어놓잖아요?

그것처럼 미성옥도 하루 5번 머릿고기 나오는 시간을 오픈해 놓은 거에요.

오전에 두 번, 오후 시간에 세 번을 삶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머릿고기가 얼마나 맛있겠어요?

길거리 포차들 보면 순대를 삶아 스티로폴 박스에 넣고 비니루를 덮어 주문하면 김이 솔솔 나는 순대를 꺼내 썰어 주는 기억을 떠올리면 바로 답이 나오죠.     


➋ case 2.     


수유리에 있는 ‘엘림 들깨칼국수’에는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줄이 서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에도 우산의 행렬이 알록달록 예쁜 모양을 그리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기억이 나는 엘림 들깨칼국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자리란 자리는 손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저 칼국수를 파는 집일뿐인데 왜 이렇게 손님들이 많이 오나 싶어서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밖에서 식당 상황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맛있어요. 나는 1주일에 한번은 꼭 와요.”

“무슨 보양식 먹는 기분입니다.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힘이 난다니까요. 허허.”

“시골집 같아요. 외갓집에서 먹는 느낌이에요. 그래요. 여기 오면.”   

  

바쁠 땐 하루 23회도 회전한다는 초대박집에 대한 손님들의 평가랍니다. 

얼핏 보면 서울 변두리의 한적한 식당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하루 종일 손님으로 가득합니다. 

과연 이 식당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수육을 만들 때, 고기는 딱 7kg만 삶아요. 이것보다 많으면 맛이 달라지거든요. 한 번에 삶을 고기양이 2kg 즉, 2덩이 밖에 안 되더라도 맛을 위해 반드시 40분을 삶습니다. 그렇게 하니 토요일 같은 주말에는 예닐곱 번 고기를 삶기도 하고요. 1번만 삶으면 가스비가 절약돼서 좋지 않을까 했는데 일정한 맛을 내고, 손님들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원칙을 고수하는 대표님 내외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졸저 ‘식당공신’에서 엘림들깨칼국수 김영록 대표님 인터뷰 인용)    

 

❸ case 3.    

  

외식경영 김현수 대표님께서 페북에 올린 글입니다.

보쌈주는 샤브칼국수의 컨셉에 인사이트를 주신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추석 명절 휴가 전날 30대 외식인과 종로3가 대련집을 벤치마킹했다. 대련집은 50년 노포식당으로 점심, 저녁 모두 영업이 잘 되는 식당이다, 특히 저녁주류 판매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는 낮이라 술을 안 주문했지만 일행 3명이서 보쌈 대짜와 칼국수 2인분 그리고 파전을 주문했다.

     

대련집 보쌈은 생배추보쌈으로 가격은 대 2만 9000원, 소 1만 9000원이다, 보쌈이라는 메뉴명이지만 대와 소 모두 주문하기 부담이 없는 가격이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것은 수입산 삼겹살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입산 중 오스트리아산 삼겹살을 사용하고 있다. 보쌈에는 기본 생배추를 제공하는데 추가 생배추는 4000원이다. 메뉴판에는 2000원으로 명기되어있는데 최근 들어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 나름 이해가 갔다. 보쌈은 다소 두툼하게 제공되어 수육이랑 대비되는 모양새다. 같은 삶은 고기도 수육보다는 보쌈이 다소 비싸게 받은 수 있는 메뉴명의 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련집 보쌈은 보쌈스러운 모양이다. 필자는 수입산 돼지고기에 약간의 선입견이 있지만 대련집 보쌈은 수입산이라는 것을 잘 못 느낄 정도로 제대로 잘 삶았다. 아마도 회전율과 가게의 오래된 내공이 힘일 것이다. 필자는 이런 수입산 돼지고기를 보쌈으로 파는 곳을 확인할 겸 추석 연휴 때 경기도 남부의 유명 족발집에서 보쌈을 주문했는데 삶는 기술과 요리화 등에 식당의 실력이 좌우하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실력의 차이가 현저하다. 필자가 연휴 때 다녀온 경기도 남부의 족발집도 내력이 있고 영업이 잘 되는 곳이지만 보쌈 기본 실력이 한창 떨어진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련집은 11시 오픈인데 금방 만석이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수의 고객이 직장인지만 대부분 테이블에서

보쌈과 칼국수를 90% 이상 주문한다는 점이다. 테이블 단가가 양호하다. 이 주문의 동인은 역시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기본 이상의 상품력 때문일 것이다.”  

   

❹ 하루 5번 삶는 보쌈 주는 샤브칼국수     


애초 해물을 베이스로 한 샤브칼국수를 생각했지만 위 언급한 세 곳을 벤치마킹하면서 콘셉트를 보쌈주는 샤브칼국수로 결정하였습니다.

해물은 관리도 힘들뿐 아니라 원가에 자신이 없었어요.     

반면 보쌈은 제가 잘 아는 메뉴거든요.

마실한정식을 하면서 보쌈 육수에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한약재를 사용해 보쌈을 삶는 원물을 만들었을 정도로 한방보쌈 만큼은 자신 있었습니다. 

여기에 미성옥이나 엘림처럼 바로 삶아 나가는 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잖아요?     


10:30분

12시

13:30분

오후5시

오후 7시     


이렇게 하루 5번 보쌈을 삶아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아 볼 계획입니다.     

  

❺ 콘셉트,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헝클어진 머릿속 생각을 한 줄로 압축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줄로 정리한 한마디는 창의적인 발상의 실머리가 되지요.

이 한 줄의 의미가 나를 알리고 상품을 광고하는 비즈니스 수단입니다.     

한 마디로 관심을 끌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나고, 꽂히는 한 문장으로 설득하지 못하면 고객들의 기억속에서 금세 사라집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식당이 새로 생기는 경쟁의 현장에서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한 문장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직감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을 선호합니다.

당신의 콘셉트를 한 마디, 한 줄로 정리해 보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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