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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Oct 12. 2020

'지난 일 갖고 왜 그래?'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지난 일이니까 그러지.

무언가 서운한 게 있어 쌓아뒀다가 얘기하던 때가 있었어요. 제가 그럴 때마다 툭하면 ‘지난 일 가지고 왜 그래? 그 때 바로 얘기하면 되지.’라며 핀잔을 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그 말을 듣고 제가 참 못났고 지질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사이다 캐릭터처럼 뭔가 불만족스러운 게 있으면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사람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서운함을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제게 터뜨릴 때, 그런 식으로 응대했었습니다. ‘지난 일 가지고 왜 그래? 그 때 해결했으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저의 그런 대응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떠나갔어요. 그러니 저도 힘들어지더군요. 그래서 인간관계를 잘하던 형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감정을 쌓아뒀다 폭발시키는 게 제 기준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뿐인데, 사람들이 거기에 큰 상처를 받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자 그 형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민창아, 너는 살면서 이불킥하는 순간들 없었어? 나는 되게 많았거든. 그 때 당시에는 되게 깔끔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생각하다보니, 나의 그 대처가 내가 생각하기에도 되게 부끄럽고 민망하더라고. 


마찬가지로 감정적인 폭발도 그런 거 아닐까? 그 때 당시에는 약간 당황했을 수도 있고, 뭐 그냥 참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그게 사실 참기에는 많이 어려운 거 같아. 그런데 또 집에 가서 얘기하기에는 자신이 지질해보이고, 속 좁은 사람처럼 비춰지는 게 싫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렇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마음 속에 불편한 가시처럼 계속 자리 잡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 지난 일 가지고 왜 그래? 라는 말은 너는 참 속 좁은 사람이다라는 말과 같아. 속 좁기 싫어서 참고 견딘 사람의 상처를 후벼 파는 정말 안 좋은 대처인 거 같아. 


그 때는 그냥, 아 그 때 많이 힘들었겠구나. 내가 마음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한 마디 한다면 그 사람도 금방 풀릴 거야.‘


지난 일 가지고 왜 그래? 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 주변에 있으면 내가 괜히 별 거 아닌 걸로 마음 쓰는 것 같은 사람이 된 거 같아 자기 자신이 작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애써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죠. 그러나 이런 태도는 스스로에게 건강하지 못한 거 같아요. 저도 3년 전에 있었던 사소한 서운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풀지 못한 채, 남아있거든요. 그러니 이런 태도들은 전혀 지질하고 속 좁은 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참다 참다 얘기했을 때, ‘왜 지난 일 갖고 그러냐.’며, 나를 속 좁은 사람 취급하는 사람보다는,

‘그 때 그런 마음을 내가 헤아리지 못했구나. 미안해.’라고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세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스스로가 훨씬 더 솔직해지고 마음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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