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통 갈피를 못 잡는 요즘이다. 많은 생각과 딱 그만큼의 좌절과 절망이 근저에서 분노로 자라고 있다. 왜 기뻐하지 못할까, 모든 것의 원인을 찾아 한참을 바깥에서 서성였는데, 망설이다 집어 든 시집에서 조금은 답을 찾은 것 같다.
그에게는 아직도
수줍음이 남아 있어
그에게는 아직도
긴장미가 남아 있어
나는 그를 보면 설레는 것이다
그에게는 아직도
열정이 살아 있어
그에게는 아직도
첫마음이 살아 있어
나는 그 앞에서 떨리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마르지 않는
그 사람의 내밀한 푸르름 앞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어
먼 저편을 바라보는 그 아득한 눈동자 앞에서
- 박노해,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