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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sleeplay Aug 25. 2020

ep03. 앗살람 알레이 꿈

밥 안타키야 문을 들어서니 시간의 터널로 들어간 듯하다. 하나하나 벽돌로 짜 맞춰 이어진 길을 바라보며 걷다, 기세 좋게 나귀를 타고 가는 아저씨와 부딪는다. 앗살람 알레이 꿈, 멋쩍게 인사를 건네니, 알레이 꿈 살람, 푸근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준다. 좌우로 펼쳐진 장사판과 가게들은 긴 수크로 이어지고, 오래전 이 길을 밝혔을 천장 위의 채광 창은 이제 전깃불에 맥을 못 춘다.


도시의 삶은 골목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시의 핏줄 같은 그곳에는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뛰노는 아이와 열심히 일하는 어른에게서 풍기는 땀 냄새, 세련되지 않았지만 입맛을 돋우는 소탈한 음식 내음까지 솔직하게. 대로변의 활기와는 다른 생기가 가득 차있고, 그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정겨움이 그득한 골목을 나는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한참 동안 수크와 골목을 헤집고 다니다가 광장으로 들어서니 황톳빛의 알레포 성채가 우뚝 서있다. 예쁜 엽서 두어 장을 사고서 근처 작은 노천카페에 들어가 앉는다. 맥주를 주문하니 무알코올 음료만 있다는 잘생긴 종업원의 말에 의기소침해진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알코올 그득한 차가운 맥주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할 무렵, 보고싶은 이에게 꾹꾹 눌러쓴 엽서에는 어느새 가는 모래가 먼지처럼 쌓여 있다.


*평화로웠던 시리아와 지금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Aleppo, Sy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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