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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뭇별 Mar 07. 2024

살아가고 있다는 것

오랜만에 그리 길지 않을 편지를 남겨요. 사실 약 기운에 어떤 말을 남기고 어떤 말을 삼킬지는 모르겠지만, 어수선한 활자들을 통해 당신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만은 꼭 담고 싶어요. 다만, 가엽게 보지는 말아요.


요 근래 겪어본 가슴 두근거림, 그것 참 뭣 같더라고요. 분명 설렘이랑 같은 두근거림인데, 죽을 것만 같은 것도 같은데. 물에 젖은 수건처럼 늘어진다는 말이 어떤 건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건조대에 반듯하게 널어진 것과는 달리 바닥에 처박혀 무참히 널브러진 내 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안 나고 배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울다가 보니 젖고, 또 젖고 마를 새가 없었어요.


그래도 나, 살아가고 있어요.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았어요.


사랑하는 것들로 인해 죽어가고 있지만, 그것들을 위해또 살아야 한대요. 그렇게 내일도 살아지겠지요?


처절하게 살아가는 것도, 헐떡이며 숨 쉬는 것도

어쨌든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요. 이 모든 것들도 언젠간 골목 어귀를 돌면 다 사라질 거예요. 억겁의 시간이 아닌 순간일 뿐이니, 지금만 잘 살아가면 또 어떻게든 살아지겠지요.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당신의 등을 끌어안고 저 달처럼 기울고 싶어요. 모난 상처들을 둥글게 끌어안고 함께 웅크린 채 그래도 사랑이 있어 다행이라고 되뇌고 싶어요.


있잖아요, 나랑 도망가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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