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메이커> 리뷰/결말/실화/해석
영화 '킹메이커'를 봤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그와 함께 일했던 선거 전략가 엄창록을 모티브로 삼은 서창대(이선균 분)가 선거판에서 벌이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입니다. '목적'과 '수단'을 '김운범의 빛'과 '서창대의 그림자'라는 이미지로 그려내며 매력을 뿜어냅니다.
빛과 그림자를 연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정치인 김운범은 빛이고 전략가 서창대는 그림자'라는 걸 조명과 카메라 구도를 통해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에는 동시에 두 사람 얼굴에 빛이 들어옵니다. 자동차 라이트가 창밖에서 두 사람을 동시에 비추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디테일이 인상적입니다. 김운범이 사회운동가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대선후보까지 가는 동안 점점 후광이 커지고요. 서창대는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 최측근인 이 실장(조우진 분)과 만날 때 달라지는 빛의 방향과 그림자 위치, 당내 경선 후보들마다 다른 명도 등을 보여주며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거리를 둡니다. 빛과 그림자의 상대성까지 고려한 겁니다.
이야기 구조도 영리하게 짰습니다. 이야기 전체가 '공화당 VS 신민당' 구도로 흘렀다면 정치적 메시지로 보일 수 있었을 텐데요. 신민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 가장 긴 러닝타임을 쓰면서 이를 피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며 이야기를 한 갈래로 집중시킵니다. 덕분에 관객들이 정치적 대립보다 각 인물의 관계, 심리적 긴장감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메시지가 노골적인 건 아쉽습니다.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정당한 목적을 위해 부당한 수단을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는데요. 연출을 통해 김운범과 서창대가 빛과 그림자라는 걸 표현했는데, 서창대에게 '그림자'라는 별명까지 지어줍니다. 마치 "여러분, 그림자를 보세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대사도 직접적입니다. 인물들이 '수단'과 '목적'이라는 단어를 거듭 언급합니다. 김운범과 서창대가 처음 만난 날, 서창대는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서창대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대사인데요. 영화 후반부에 다시 서창대가 언급하는 '수단'이라는 단어는 다릅니다. 마치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킹메이커'는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선 재밌고요. 연기도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변성현 감독이 영화 '불한당'보다 더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불한당'에서 과하게 부렸던 '멋'을 줄였습니다. 이전보다 멋을 더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의도를 나타내는 방식이 이전보다 성숙해졌습니다. 다소 노골적이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1970년대를 넘어서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변성현 감독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