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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Aug 06. 2021

오랜만에 만난 아침

'기록'이 알려준 과거의 기억

오랜만에 새벽 시간에 일어났다. 아니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동안 쭉 알람을 맞춰 놓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일어났었지만 화장실만 다녀오고 곧바로 침대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동이 트는 것을 확인하며 일어났다. 제일 먼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건 평소의 루틴과 비슷하다. 부엌 식탁에서 책을 읽을까 했는데 더운 여름 안방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잠을 자기 때문에 내가 식탁 등을 켜면 식구들이 불편할 것 같았다. 평소 보는 책이나 글을 쓰는 노트들은 모두 식탁 한쪽 구석 내 자리에 있는데 몇 시간 보내자고 다 옮겨가기 힘들어서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과 노트 한 권씩만 들고 작은 서재방으로 들어갔다. 작년 봄에서 초여름까지는 이 시간에 눈을 뜨고 서재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글도 쓰고 책도 읽었었다. 하지만 아주 더운 여름이 되면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는 식탁에 자리를 잡았고 동이 트지 않은 시간에는 책을 읽을 수 없으니 잠에게 그 시간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작은 서재방에서 독서모임으로 읽는 책을 읽다가 눈앞에 보이는 노트 하나를 펼쳐 보았다. 작년 봄부터 여름까지 새벽시간을 탐닉하면서 태양을 보고 감상한 느낌을 가감 없이 기록했던 노트다. 매일 같이 기록하진 못했고 봄부터 시작해 초여름이 올 때까지 띄엄띄엄 작성했던 흔적이 있고 날짜는 제일 마지막에 썼던 글에만 기록되어 있다.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 앉아 있으니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2020년의 하루하루는 정착지가 없는 끝없는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코로나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 말곤 달리 방법이 없었다. 평범했던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앉은자리에서 창밖을 내다봤고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그 아래 우거진 숲 나무 들을 보며 위로받으며 기록했다. 그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권의 노트에 오롯이 담긴 그 기록은 지금의 나에겐 위로가 되어 준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내 일상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엇을 쓰고 무엇을 읽는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말이다. 


(8.5일 기록하고 올리지 않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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