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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Nov 01. 2021

우리의 할로윈

더 이상 북적이지 않는 파티

할로윈은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으레 치러지는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 명절도 아니고 상업성으로 생겨난 행사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저 파티 분위기 만이라도 집에서 소박하게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했다. 할로윈 파티 풍선을 거실 벽면에 달아두고 아이의 귀여운 맥도날드 코스튬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오는 남편이 롤케이크를 사 오면 할로윈 데코픽을 만들어 분위기 좀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코로나가 생기기 이전에는 이런 일회성 이벤트는 집에서 하지 않았다. 그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북적이며 제법 파티 분위기도 내고 놀다 왔으니 할로윈의 경우 집에서 반 친구들과 나눠 먹을 캔디 정도 챙겨 보내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원에서는 되도록 북적이는 행사들은 축소되었고 월례행사였던 생일파티도 요즘엔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 유치원에서 할로윈 파티를 경험했던 아이는 꽤 오래 지났음에도 종종 그때의 즐거움을 이야기를 한다.


"할로윈 파티도 재미있었고 시장 놀이하는 것도 재미있었어~ 그리고 엄마 아빠가 유치원에 와서 같이 영어수업도 하고 만들기 수업한 것도 또 하고 싶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람이 많이 모여도 위험할 게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게 벌써 2년 전이 되어버렸다. 그런 아이의 말을 듣고부터 나는 유치원에서 하는 행사들을 작게나마 집에서 해주려고 노력했다. 손재주가 없어 화려한 파티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슷한 느낌을 내주려고 늘 고민하고 애쓴다.



집에 붙이는 파티 풍선 말고 이번엔 특별히 현관문에 풍선과 "happy halloween"이라는 문구를 붙여두었더니 아이는 현관문에서 부터 신나 했다. 사실 이번 할로윈은 이사와 새로 옮긴 유치원에서 행사를 할 줄 알았는데 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리 귀여운 맥도날드 코스튬까지 준비했는데 말이다. 집에서 할로윈까지 챙기긴 번거로워서 그냥 지나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 떨면 아이가 신나 할 것을 알기에 엄마는 또 움직이게 된다.


아이는 하원하고 돌아와서 "이게 다야?"라고 말했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유치원에서 배운 할로윈 노래를 부르고 조금 불편하지만 귀여운 맥도날드 코스튬도 흔쾌히 입어 주었다. 아빠가 퇴근해서 오면 서프라이즈 해주자고 했는데 가발이 너무 불편해 일단 벗고 간식을 먹고 있었다. 그 사이 눈치 없는 아빠는 벨도 누르지 않고 바로 집으로 들어왔고 아이는 아빠를 보고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그냥 들어오면 어떻게 우리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전날 코로나 2차 백신을 맞아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남편은 아이를 위해 다시 한번 나갔다 들어오기로 했다. 아이는 신나서 다시 가발을 쓰고 장갑을 끼곤 현관문 앞에서 "아빠 이제 들어와도 돼!"라고 말했다.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아이는 손을 흔들고 "해피 할로윈~"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의 할로윈은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기분만 냈을 뿐이다. 이전처럼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가기엔 일상이 너무 무료하고 이전엔 당연했던 즐거움들을 빼앗긴 아이가 안쓰러웠을 뿐이다. 더 이상 북적이는 파티를 즐길 수는 없지만 우리는 소중한 울타리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하루빨리 이 상황들이 끝났으면 하는 기도를 한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이제 모두들 안이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편으론 두렵지만 또 한편으론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더 조심하면서 진정한 위드 코로나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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