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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Jan 13. 2022

쓰지 못했던 날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몸이 꽁꽁 언다. 밖으로 나가는 일을 꺼리고 집안만 있으니 몸이 둔해진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몸만 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도 얼어버린 것 같다. 여름에는 흘러넘쳤던 감정이 바짝 긴장을 했고 덩달이 머리도 굳어 버렸나 보다. 그 영향으로 한 동안 글 쓰는 일에 소홀했고 몇 줄 겨우 써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이 두려웠다.


글을 쓰다가 서랍에 넣어두고 한참 지나 다시 꺼내 쓰다 또 서랍에 넣어두었다. 한 단락 쓰고 시간에 쫓겨 잠시 내려놓았다 다시 이어 쓰려고 하면 뭔가 맥이 끊어져 더 이상 글을 이어갈 수 없었다.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기록하고 쓰는 일을 게을리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완성된 글이 없었을 뿐이다. '완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의 '완성'으로 끝맺음을 해야 하는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꼭 써서 올리자 내일은 꼭 써서 올리자라고 마음먹었던 게 벌써 서너 달이 지난 것 같은데 다행히 60일 정도 지난 모양이다. 얼마 전에 브런치 알림음에 60일이라고 뜬 것을 본 것 같다. 


내가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독자는 귀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는데 성의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날은 감정 과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다가 어떤 날은 마음이 여유롭지 않아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나의 마음은 열정으로 타올랐다가 두려움이란 찬물로 사르륵 식어버렸다. 그렇게 감정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쓰지만 쓰지 못했던 날들이 흘러갔다.



내 글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보여 주고자 하는 욕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글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다만 용기를 내는 시점이 점점 늦어졌을 뿐이다.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라며 결심을 했고 나는 펜을 움직이고 노트북을 열었다. 늘 그렇듯 나는 '무엇'이라도 써 내려갔다. 


글 쓰는 행위는 내가 내 마음을 열어 보는 행위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칠 땐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그저 힘든 감정만 남아있다. 하지만 종이 한 장 꺼내 볼펜을 들고 손을 움직여 '무엇'이라도 쓰면 마법같이 흐트러진 나의 마음들이 정리가 된다.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문자가 될 수도 있고 날개를 달아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누군가에게 가 닿아 위로 혹은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날카로운 칼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찌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아마 내 글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어떤 글을 쓸지 이 글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 줄지 말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제도 그렇게 했고 오늘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아마 내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늘 그렇듯 난 글을 쓸 것이다. 두렵고 무섭지만 열의를 다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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