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몸이 꽁꽁 언다. 밖으로 나가는 일을 꺼리고 집안만 있으니 몸이 둔해진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몸만 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도 얼어버린 것 같다. 여름에는 흘러넘쳤던 감정이 바짝 긴장을 했고 덩달이 머리도 굳어 버렸나 보다. 그 영향으로 한 동안 글 쓰는 일에 소홀했고 몇 줄 겨우 써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이 두려웠다.
글을 쓰다가 서랍에 넣어두고 한참 지나 다시 꺼내 쓰다 또 서랍에 넣어두었다. 한 단락 쓰고 시간에 쫓겨 잠시 내려놓았다 다시 이어 쓰려고 하면 뭔가 맥이 끊어져 더 이상 글을 이어갈 수 없었다.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기록하고 쓰는 일을 게을리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완성된 글이 없었을 뿐이다. '완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의 '완성'으로 끝맺음을 해야 하는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꼭 써서 올리자 내일은 꼭 써서 올리자라고 마음먹었던 게 벌써 서너 달이 지난 것 같은데 다행히 60일 정도 지난 모양이다. 얼마 전에 브런치 알림음에 60일이라고 뜬 것을 본 것 같다.
내가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독자는 귀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는데 성의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날은 감정 과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다가 어떤 날은 마음이 여유롭지 않아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나의 마음은 열정으로 타올랐다가 두려움이란 찬물로 사르륵 식어버렸다. 그렇게 감정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쓰지만 쓰지 못했던 날들이 흘러갔다.
내 글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보여 주고자 하는 욕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글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다만 용기를 내는 시점이 점점 늦어졌을 뿐이다.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라며 결심을 했고 나는 펜을 움직이고 노트북을 열었다. 늘 그렇듯 나는 '무엇'이라도 써 내려갔다.
글 쓰는 행위는 내가 내 마음을 열어 보는 행위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칠 땐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그저 힘든 감정만 남아있다. 하지만 종이 한 장 꺼내 볼펜을 들고 손을 움직여 '무엇'이라도 쓰면 마법같이 흐트러진 나의 마음들이 정리가 된다.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문자가 될 수도 있고 날개를 달아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누군가에게 가 닿아 위로 혹은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날카로운 칼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찌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아마 내 글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어떤 글을 쓸지 이 글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 줄지 말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제도 그렇게 했고 오늘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아마 내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늘 그렇듯 난 글을 쓸 것이다. 두렵고 무섭지만 열의를 다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