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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웨덴의 서울댁 Sep 19. 2021

스웨덴 결혼식: 결혼의 의미

남편한테 나랑 결혼할 생각이 있었냐고 물어봤다.

나는 스웨덴에 결혼을 안 하고 동거(Sambo) 비자로 왔다. 처음 유럽의 동거문화를 알게 된 건 2013년인가, 독일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일할 때였다. 그때 독일인 MD랑 돌아다닐 때였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여긴 다 동거를 한단다. 그전에 이미 유럽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얘네들은 다 동거만 한다, 10년 동안 같이 살기만 하거나 평생 그렇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10년 같이 산 친구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럼 결혼 선물은 뭘로 해? 하니까 축의금 100유로를 낸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난다.


스웨덴도 마찬 가지다. 네덜란드 친구 하나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어둠과 기나긴 겨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스웨덴에 살고 싶어 했다. 10년 동안 온라인 게임으로 소통했던 여자 친구와 사귀게 되면서 스톡홀름에서 2-3년간 살았는데 결국 헤어졌다. 하지만 딸내미가 하나 생겼다! 이 친구의 여자 친구는 이미 첫 번째 남편과 딸이 하나, 두 번째 남자 친구와 아들이 하나 이제 내 친구와 함께 딸이 하나 생겨서 한 집에서 엄마랑 아이들 셋이 살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부터는 그냥 납득해버렸다. 얘네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남편에게 물어봤다. 너 나랑 처음부터 결혼하고 싶었어?

어젯밤 신랑한테 물어봤다. 넌 우리가 장거리 연애를 하는 동시에 가족 비자를 신청할 때 결혼을 할 생각도 있었냐고. 왜냐면 한국 돌아간 후 2개월 있다가 신랑이 한국에 오고 난 후 꽤나 싸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당연히 결혼을 감안하고 스웨덴으로 가기로 결정을 한 것인데 신랑 생각으로는 나랑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바로 결혼을 하기엔 몇 가지 마음을 콕콕 찌르는 문제가 있었다. 결혼한다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고 같이 살다가 몇 달 있다가 싸워서 헤어질 위기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이며 (아주 괘씸하다)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다고 한다.


그때 사귄 기간이 5개월 정도고 같이 산 적은 없다. 문화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건 그때 내가 설득당한 부분이기도 하다. 신랑은 우리가 결혼하는 게 어떤 절차적 이득을 보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 세대 거의 모든 이들이 동거기간을 몇 년씩 겪고 결혼을 하거나, 아예 결혼을 안 하고 평생 살아가는데 저 멀리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비자받고 내가 온 후 당장 결혼을 하면 아마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무언가'를 위해 결혼을 저리 서두르는 구나라는 인식을 누군가는 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나는 그때 지인이 스페인 남자랑 결혼을 한 상태였고 그 남자분도 처음에는 동거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은 내가 내 고국을 떠나 저 멀리 가는데 결혼을 해야 갈 수 있다고 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두 사람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했다. 내 다른 일본인 친구도 프랑스 남자랑 결혼을 했는데 프랑스 남자는 당연히 동거를 하자고 했고 그 둘은 당시 일본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는 일본식으로 결혼을 하자고 했다 하고 그 둘은 결혼을 했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많이 봤는데 어차피 결혼하는 거나 동거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왜 결혼하면 안 되냐 해서 결혼했다는 커플도 봤다.




그러면 스웨덴에서의 동거 (sambo)와 결혼은 다른 점이 있을까?

정말 거의 없다. 여기는 일단 결혼식 = 결혼신고라 한국처럼 결혼신고를 미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른 점이라면 헤어질 때의 과정과 아이가 태어나서 신고할 때 정도다. 결혼하면 당연히 이혼을 해야 해서 법적인 절차를 걸쳐서 이혼할 수 있다. (이것도 사실 귀찮아서 안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사는 커플이 많다고 들었다.) 삼보 상태에서는 그냥 헤어지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이혼 과정이 한국에 비하면 덜 복잡하다. 아이가 태어나서 신고할 때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혀야 하는 서류 과정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이건 신랑 친구 말린 이 투덜거린 내용이었다.


그 외에는 일단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주어진 권리는 결혼한 커플에서 태어났거나 동거한 커플에게서 태어났거나 정말 동일하다. (그래서 스웨덴 남자들이 반드시 콘돔을 쓴다고 한다.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여성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또한 헤어질 때 재산권 분배나 상속 문제 역시 별로 다르지 않다. 물론, 같이 산 기간을 감안해서 법적 판결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동거 커플은 결혼한 커플이랑 별다를 바가 없다. 같다. 나도 여기서 살다 보니까 아니,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오히려 기울게 되었다.


신랑에 의하면 결혼과 동거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는 이렇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게 있어서 동거하는 것이 결혼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라면, 우리 세대에게 있어서는 같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가족이란 테두리를 결정하는 형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결혼은 그런 형식적인 부분이라 인식된다는 거다. 즉, 결혼하는 것은 일종의 세리머니처럼 특별히 형식적으로 두 사람 간의 관계를 포멀 하게 기념하는 행위로 인식된다는 거다. 이거다 보니 우리 시어머니한테 아주 재미난 점을 발견했는데, 이미 1살 된 아가가 있는 삼보 커플인 에릭이랑 미키네는 부부라고 인식을 하고 사귄 지 아직 6개월 정도 되고 갓 동거를 시작한 삼보 커플네는 약혼(!)한 커플이라고 인식을 한다는 거다.


스웨덴 결혼식 피로연에서 손님들의 자리 배치는 보통 신랑 신부가 정한다. 자리 배치를 정하는 게 아주 힘든데 그 이유는 몇 가지 상당히 보편적인 스웨덴 결혼식 문화 때문에 그렇다. 일단 결혼한 커플은 모조리 떼어놓고 약혼한 커플은 같이 앉히고 모르는 사람들끼리 섞어 앉는다. 여기서 시어머니는 같은 삼보 커플 둘을 다르게 인식했다. 난 이게 너무 웃겼다. 또한, 이미 애가 하나 있거나 둘이 있는 삼보 커플들 중 여자 친구들이 결혼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 궁금해졌다. 결혼이 뭐길래.




결혼에 대한 상상, 망상, 기대가 하나도 없었던 내가 엉겁결에 100% 셀프 결혼식을 6개월에 걸쳐 준비하게 되면서 글 쓸 거리가 아주 많아졌다.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고 여러 각도에서 스웨덴이란 나라에 대해 더 알게 되거나 더 아리송 해졌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신랑이 오더니 10년 전에 대학시절부터 사귀던 친구들이 곧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든 생각은 스웨덴 사람들은 결혼을 형식으로 여기고 그냥 같이 사는 걸 중요히 여기며 같이 살다가 인생의 어느 시점 여유가 생기고 한숨 돌릴 때가 되면 해볼까? 이러면서 결혼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글은 나를 저 멀리 결혼도 안 시킨 채 보내고 걱정하시다가 이제야 안심하고 행복해하시는 우리 엄마 아빠와 나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줬던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바친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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