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Workshop

by NAMIBORA

지난주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FY26 한국오피스 Beyond Workshop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새로운 회기년도가 5월 1일에 시작한다. 지금 2,3,4월은 우리회사의 마지막 분기로 다가오는 새해를 플래닝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한국오피스에 새 지사장님이 출근하신지 1개월 남짓, 조금 빠른감이 없지 않지만 그냥 업무파악하는데만 3개월을 보내버리면 안될 것 같다시며 Fullday workshop이 잡혔던 것. 시작하면서 그라운드룰을 언급하셨는데 '이 자리에서는 어떤 말이든 다 하자. 비판도 좋고, 제안도 좋고, 요청도 좋다. 어떤 의견이든 no limitation이라 생각하고 다 말하도록 해보자. 대신 어떤 말에도 상처받지 말자'. 야심찼지만,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우선 시작은 3개의 District(영업팀)에서 본 워크숍 관련 사전미팅 한 것을 공유하는것으로 시작되었다. 3명의 DM(District Manager)의 발표는... 정말이지 3인 3색. 어쩌면 그다지도 판이한 성향들을 지니셨는지. 우선 S의 PPT Slide장표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흔한 외국계회사의 굉장히 있어보이는 장표들, 이것저것 좋은 말들은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내용들, 설명 또한 그에 부합하다. 유려하고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이 가능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된 발표와 질의 응답. 중간중간 GM(General Manager,새 지사장)이 질문을 많이 하셔서 발표시간이 시작부터 많이 늘어졌다. 반면 이어진 두번째 District를 맡고 계신 M, 그분의 스타일처럼 완전히 현실적인 내용, 모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용만을 넣은 슬라이드.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작년에 사표한번 냈다가 거둬들인 사람이다, 작년은 내 평생 직장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한해였던 것 같다시며 다시한번 마지막으로 정말이지 잘해봅시다, 라고 멋은 없고 꽤나 둔탁하지만 그 진정성만큼은 여실히 와 닿는 짧고 굵은 발표를 끝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T, 잔잔하니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프레젠테이션. 타당성 있고 합리적으로는 보이는데 뭔가 임팩트는 없어서, 발표는 잘 끝내셨는데 듣는 사람이 뭐가 포인트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던 발표.


행사장에서 먹는 점심식사치고는 정말이지 퀄리티가 훌륭했던 짧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어지는 오후에는 2시간씩 Topic 1과 Topic2에 대해 미리 정해두었던 6개 조별로 토론을 하고 4시부터는 조별 발표가 이어졌다. 나는 3조에 속해 있었는데 발표자를 뽑기위해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했는데 마지막에 T와 C가 남았는데 또 T가 하시겠다고 하네. 우리조에 가장 어린 Y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자발적으로도 발표할 생각이 있었음에도 그냥 분위기상 가위바위보라서 그렇게 흘러갔는데, T가 또 발표를 한 것은 좋은 결정은 아니었던걸로. 사람들은 같은 사람이 자꾸 무대에 올라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역시나 우리조의 토론 분위기도 우리회사에서의 근속연수가 가장 긴 T위주로 내용이 흘러갔다. 물론 이분이 전혀 권위적인 분은 아니어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뭔가 내용이 T의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발표는 5조. 한 조당 거의 6명정도가 배정되었었는데 5조 발표자는 자기네 조의 근속연수를 다 합해봤더니 100년이 넘더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발표자부터가 20여년정도 우리회사에 근속했던 사람이었고, 최근 심한 스트레스로 3개월 휴직까지 했던 J 또한 15년은 넘고, 아이디어 좋은 SE인 H도, 지금은 나이 들어 아니지만 젊을 때 스스로 엄청 비상한 두뇌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CE(영업대표)도 전부 15년 이상씩 우리회사를 다닌 사람들이었던지라 말도 많도 탈도 많고 의견들이 많아서 발표자료로 정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열띤 토론 덕분이었는지 역시나 내용이 알찼다. 충분할수는 없을지라도 어느정도 이 워크숍에서 기대했던 Draft한 초안 정도가 나온게 아닌가 싶었다. 제로베이스로 놓고, 조직은 어떻게 다시 재구성하면 좋을지, 비지니스 방향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느쪽인지, 등이 다른조에 비해 월등히 상세하게 언급되었다. 정답이라 할수는 없겠지만 새 GM이 참조하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던걸로.


나는 의견을 많이 개진할 수는 없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 할일만 똑바로 잘하자 라는 일종의 개인주의 성향으로 많이 단련된 것 같다. 태생이 오지라퍼인지라 코로나 이전 매일매일 9시 출근해야 했던 시절에는 정말이지 회사 돌아가는 내용을 누구를 통해서든 다 듣고 알고 끼어들고 또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의 편중된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부로 판단하곤 했었으나, 코로나 초반에 이 회사로 이직하면서는 오로지 업무를 위해 꼭 필요한 미팅만을 주선하고 참석하고 하면서 그저 내 업무의 전문성만 높이고자 했다. 다른 부서의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믿었다. 실상이 그렇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닌 것. 그러니 요즘 주 2회 출근해서도 각자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애쓰고 있을꺼라 믿으니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자세로 대하게 되었다. 덕분에 올해 7월말이면 벌써 5년이 꽉 차는 이 회사에서 거의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난로같은 관계다. 그저 따뜻한 관계. 너무 가까워서 데일 염려도, 너무 멀어져서 냉랭하게 추워지지도 않는 그런 관계. 좋다. 최소한 나쁘지 않다. 이렇다보니 내가 이 조직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기술적으로 어째야 한다는 부분을 강력하게 어필할 부분은 전혀 없었던 것. 내가 담당하는 업무는 다분히 Post Sales적인 관점이라 지금 플래닝 세우는 이 전략들이 실제로 진행되어갈때 그저 뒤에서 잘 뒷받힘될 수 있도록 Support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워크숍에 참석하는것은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팀이 아닌 다른팀과 섞여서 함께 회사의 앞날을 고민해볼 수 있고, 여러개 조에서 토론 한 결과를 함께 공유하니 다양한 의견들도 들어볼 수 있는 드물게 좋은 기회였던 것. 물론 다 기억할수야 없겠지만 곧 조별 발표자료가 클라우드에 모두 업로드 될테니 찬찬히 다시 한번 훑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2025 서울둘레길 산행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