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목요일 아침, 동네 베프의 remind톡. '굿모닝(노란 햇님 이모티콘). 이번주 토요일 등산 갈꺼지?' 'ㅇㅇ 갈껀데, 안미끄러우려나?', '너 아이젠 없지?','ㅇㅇ','하나 빌리면 좋은데', '근다고 아이젠까지 하고 가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 안되면 내꺼 주께','눈이 샤르르 깔려있을 것 같아', '강요는 안할건데 ㅎㅎ''가고 싶음 빌려주께 중간에 눈 있는데서면 하면 됨', 'ㄴㄴ 아이젠을 할 생각은 없음' ' 생각해보고 확정해서 알려줌세', '그래'
같은 날 오후쯤이었나, 매주 토요일 아침9시까지 둘째를 윈터스쿨에 데려다줘야 해서 사당역에서 9시경 만나자는 산행을 시간상 나는 어렵겠다고 업데이트를 했으나..
2월 14일 금요일 아침 다시 톡이 온다.
'낼 아침 9시에 출발' '종합운동장 9시 10분' '아이젠은 없어도 될 듯'
이 친구네 집과 우리집 가운데가 종합운동장 역이다.
이것은... 나를 꼭 데리고 가겠다는 일념이 포함된 일종의 '요청'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결국 토요일 아침 8시.
'아이 학원 데려다주고 집에 차대고 가면,,, 9:10은 좀 어려워 보이는데...'
'내가 어떤 약속에 늦는걸 굉장히 불편해 하는 편인데,,, 9:30도 괜찮다면 , 가볼까?'
이렇게 뭔가 끝까지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정말 가고 싶은가 아니면 가기 싫은건가 내 마음 나도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가게 된 산행.
나는 정확하게 9:30에 종합운동장역에서 2호선에 슬라이딩해서 탑승했다.
친구가 한칸 앞으로 오라고 해서 한칸 앞으로 갔더니 친구와 친구동생이 있다.
올해 월 1회 꾸준히 산행을 계획하고 있는 홍자매.
익스트림 스포츠, 발에 뭘 붙이는 스키 이런거를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끝까지 망설이다 조인하게 되었지만, 막상 가보니 역시, 너무나 좋았다.
미세먼지 매우 안 좋은 날이라고는 하나, 내가 느끼기에는 공기가 달게 느껴져서 일부러 의도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게 되었다.
이 친구랑 함께 가서 구입했던 제대로 된 비싼 등산화, 드디어 개시.
돈 값 한다는 느낌으로, 미끄럼 방지가 제대로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예상대로 미끄러운 곳도 녹아서 질펀한 곳도 눈쌓인 곳도 있었으나 다 괜찮았다. 걸을만 했고, 나는 강원도 첩첩 산중에서 태어난지라 본능적으로 알았다, 어디를 딛으면 덜 미끄러운지를.
중간중간 양지바른 곳이었던지 눈과 얼음이 전혀없이 다 녹은 곳은, 정말이지 뽀송뽀송하니 폭신하니 너무나 걷기에 좋았다. 역시나 집에서 나서기만 하면 되는 구나. 분기별 한번만이라도 이 친구를 따라 나설 수 있기를.
오...래전에 내가 아직 나를 잘 몰랐었을 때, 나는 내가 막연히 산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는 산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고, 특히나 산행 후 모여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 하는 그 뒷풀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제 들었다. 나는 어쩌면, 정말로 산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몇번 더 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친구는 골프멤버들 골프치고난 후 식사하면서 다음 일정 잡듯이, 3월에는 어느 산으로 갈까 하면서 바로 일정과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친구가 언급한 날짜인 3/22(토) 그 주는 내가 해외 출장이 잡혀있어서, 귀국일정이 어떨지 몰라서 확실하지 않다고만 업데이트를 해줬고, 어쨌든 매월 이렇게 따라갈 멤버들이 있어서 어쩐지 매우 든든한 느낌.
사실 혼자라면 정말이지 나서기 어려운게 산행 아니겠는가.
막상 신발만 제대로 갖춰 신으면 준비하기 번거로운 것도 거의 없고, 애 학원까지 보내고 출발했는데 산행 마치고 점심식사까지 하고 집에 왔는데 겨우 2시. 얼마나 뿌듯하던지.
정말이지 나를 꼭 데리고 가려했던 이 친구에게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종종 그래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