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영어수업에서는 I have no schedule 이 아니고, I have no plan(s) 이라는 것을 배웠다. 영어로 대화를 할 때 습관적으로 '나 오늘 별다른 계획 없어' 라는 말을 할 때 schedule이라는 명사를 가져와서 할 때가 많은데, 오늘부로 깨끗이 고쳐보려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구글번역기와 파파고번역기만을 의지하여 업무를 하고, 영어회의도 미리 준비한 스크립트와 순서가 엉망진창인 막 던지는 생존영어로 여지껏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한 계단 올라서고 싶어서, 그리고 어디에서 영어를 해도 부끄럽지 않게 하고 싶기에, 주 2회 정기적인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이제 겨우 두어달 되었는데 벌써 아주 많은 것들을 깨닫고 배웠는데, 그것을 내것으로 만드는 체화시키는 예습/복습을 하는 숙제를 잘 하지 않아서 진도가 느리다. 매일 아침 맥도날드에 가서 까페라테를 마시며 책을 읽은게 거의 10년이 되다보니 이제는 아침에 맥을 가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정도로 습관이 되었는데 영어공부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그것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정도까지 습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말이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는데, 영어수업시간에 가족 얘기들을 주고 받다보니 문득, 엄마집에나 다니러 갈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우선은 너무나 머리가 감고 싶었던지라 둘째를 학원에 데려다 주고난 후 따끈한 물로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오늘이면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읽으러 이디야로 향했다. 이디야에서 까페라떼 한잔과 오리지널 번을 함께 먹으면서 책을 읽는 시간은 주 1회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me-time이다. 이디야에 올 때까지만 해도 아직도 엄마집에 갈까 말까 하는 마음이었으나 책을 다 읽고, 시간이 정오가 넘어가고 나니, 최소 왕복 5시간은 걸릴 운전거리가 부담스러워졌다. 고3인 아들 밤 10시면 픽업하러도 가야 하고..하면서 Not this time으로 정리한다.
오전까지는 이디야에 손님도 거의 없고 한적하고 조용해서 에어팟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오후가 되면서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들어오셔서 좌석이 가득차고 매우 시끄럽고 복잡해져서 에어팟을 착용하고 유튜브로 음악을 크게 듣는데 용재오닐의 쇼스타코비치 왈츠2번이 나와서 너무 좋다. 지금은 어쿠스틱 카페의 Long Logn Ago가 나오는데 이것도 나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람 많고 좀 시끄럽고 복잡하더라도 나에게는 성능 좋은 에어팟이 있으니 외딴섬에 혼자 있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이어지는 곡은 아주 오래전부터 애정했던 어쿠스틱 카페의 Last Carnival이다. 오늘은 이렇게 여유롭게 나만의 me-time도 충분이 갖고, 그냥 만다라트 챠트에 타이틀만 적어둔 2025년 계획에 대한 상세한 플랜도 좀 세워봐야겠다. 월요일 아침에 또 수업이니 최소한 오늘 받은 숙제라도 좀 신경써서 해 봐야겠다.
3년 정도 전에 골프를 시작한 후 골프장에서 종종 골프 샷 사진을 찍어줄 때가 있어서 그것을 액자포함 구매해서 방 거실 여기저기에 서너개가 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아.. 정말이지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나 이때 이뻤네' 하는 생각. 올해 들어 유난히 눈이 부쩍 나빠져 책 읽기도 힘들고 심지어 폰으로 영상 보는것조차 불편해지곤 해서 그런지 자주 어제가, 몇달전이, 지나가버린 모든 시간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이것은 혹시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된다.
오늘도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겠지. 나는 어쩌면 여행을 싫어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그럴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신포도일꺼야 이론에 맞추어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 로 치부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월 초 좋은 사람들과 대전에 이응노 미술관을 다녀온 후로 어쩌면 나는 내 취향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면 조금 멀지라도 찾아다니며 관람하는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요정식탁에 나온 전미도 라는 배우가 너무 매력적이고 이뻐서.. 이제는 그녀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뮤지컬 무대도 구경하고 싶어졌다. 어제 저녁에는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라는 뮤지컬도 검색해봤었는데 토요일에는 전미도가 안나오고 내가 레귤러한 일정이 있어 보통은 추가 일정을 안 잡는 일요일에만 나왔다. R석이 13만원이던데, 그 정도 투자 할 만큼.. 좋아하게 될까 싶다.
회사생활이야 편안하기만 할리는 없다. 늘 조금쯤은 살얼음판이고 그렇지만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이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도 다들 너무 훌륭하고 존경스럽다. 할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이 회사에 오래오래 근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