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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쭈 Dec 13. 2016

근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대전

대전 레트로 여행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라는 영화를 기억하세요? 


1980년대에 인기를 얻었던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라는 영화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시간여행을 그렸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했던 이 영화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나 역시 이 영화를 좋아해서  2015년 10월21일의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었다. 

아직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감동을 주는 '길'이 많다.  옛 충남도청사(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대전역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원도심의 길도 이중 하나로,  원도심의 골목길을 따라가면 내 앞에  1920~ 1950년대로  향하는 문이 열린 착각이 든다.  근대는 일제강점기로 암울했던 시절이면서 다시 되풀이되서는 안될 과거다.  그게 우리가 이 길을 기억해야할 이유다. 

옛 대전형무소 망루- 옛 충남도청사(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흥동 뾰족집-대전여중 강당- 대흥동 성당- 
대전창작센터(옛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충청지원)- 옛 충남도지사공관-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다비치 안경)- 철도청 재무과보급창고- 대전전통나래관- 소제동 철도관사촌/솔랑시울길 


내가 걸었던 이 길은  근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회상, 회고, 추억이라는 뜻의  ‘Retrospect’  에서 따와 <대전 레트로Retro여행>이라고 이름지었다. 

   


구 대전형무소 망루


대전 선병원 맞은편에  있는 자유회관(자유총연맹)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망루.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과거의 잔혹했던 형무소시설이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 자리는 독립투사를 투옥시키기 위해 대전감옥소를 지을 당시 만들어졌었다. (1919년 5월)  이 곳에는 안창호, 여운형, 박헌영 등의 많은 독립투사들이 수감되었었고,  6.25사변때에는 연합군에 쫓기던 북한군이  수천 명의 양민을 무참하게 학살했던 겨레의 아픔이 서린 현장이기도 하다. 


구 대전형무소망루(대전문화재자료 제47호)  대전광역시 중구 중촌동 (자유회관 내) 


옛 충남도청사( 대전 근현대사전시관)

옛 대전형무소 망루에서 버스를 타고 3~4정거장을 가면  옛 충남도청사 건물이 있다.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건물은  대전에 들린다면 꼭 들려야 할 장소 이자 내가 추천해마지 않는 장소다.


그 이유는 충청남도 도지사가 도정업무를 수행하던 집무실과 그 부속공간을 고스란히 보존해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관공서를 보존해놓은 공간이 종종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집무실과 부속실을 보존해놓고 국민에게 개방한 장소가 없다.  2년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더 좋아진 이 곳을 다시 한 번 소개하겠다. 

간부회의가 이루어졌던 집무실

충남도청은  1896년 충청남도가 탄생한 이래 공주에 있다가 1932년 10월 대전으로 이전하였다. 
홍성 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기 전인 2012년 12월까지 대전에 있었으니 무려 80년간이나 있었던 셈이다.  80년간 대전청사를 거쳐간 도지사는 총 43분으로 그 분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물건들이 전시되어있다. 

집무실과 테라스

36대  안희정 지사가 마지막으로 도정업무를 수행하셨을 때의 현장을 보존해두었다. 집무실에는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는데, 테라스에 서면 대전역까지 훤하게 뚫린 도로가 보인다. 도시계획에 맞춰 정비된 대전을 느낄 수있다. 전에 방문했을때는 전시실에 지역 소수서원 자료를 전시해두었는데. 이번에는 흥미로운 전시를 하고 있었다.  충남 옛 도지사실 제4회 특별전이라고 해서 행정용구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릴 수있는 전시였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주판, 위조문서 감별기, 공문서 사송가방, 순찰시계., 문서발송인과 같은 귀중한 자료들을 볼 수있었다. 

1층 입구에 있는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은 대전의 탄생부터 철도, 일본인의 이주, 대전의 구국운동, 대전의 성장까지 근대도시 대전의 100년사 자료들을 모아놨다. 대전원도심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의 변화를 눈치채려면  전시관을 꼼꼼히 살펴보는게 좋다. 

대전근현대사 전시관(옛 충남도청사/ 등록문화재 18호)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01 
10:00~18:00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휴관)/ 관람료 무료




대흥동 뾰족집

옛 충남도청사에서 10분정도 걸어가면 대흥동 뾰족집이 있다. 
방문하기 전까지 뾰족집이라는 이름이 낯설기도 했는데. 도착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원뿔형의 특이한 모양때문에 뾰족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929년 철도국장 관사로 지어졌으며. 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을 절묘하게 합쳐놓은 목조주택이다. 대전 지역 근대건축물 중 개인 소유 주택으로는 가장 오래된 집으로, 현 위치로 이전하고 복원중이지만, 개방이 늦춰지는 점이 다소 아쉽다.

*대흥동 뾰족집(등록문화재 제377호)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37-5 



옛) 대전여중 강당

건축양식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봐도 유래가 궁금해지는 이 건물은 
1937년  대전여중 강당으로 준공되었다고 한다.  초가지붕이 연상되는 아르누보 풍의 부드러운 지붕선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유려해 보는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웠고,  대전여중 본관건물도 이런 라인을 살려 조화롭게 지었다. 
현재는 대전갤러리건물로 사용되고 있어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게 어색하지 않다.  주변에 미디어에 나온 칼국수 맛집(스마일칼국수)이 있으니 혹시라도 시장하다면 여기서 해결하고 가도 좋을 듯싶다. 

* 대전여중강당(대전갤러리. 대전문화재자료 제46호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대흥동 성당

 1960년대 초기 성당건축물의 사례로  종탑은 고딕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거대한 성당내부를 기둥없이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만든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1962년 성당이 지어질 당시에는 대전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대흥동과 은행동의 랜드마크였다고 한다. 손을 모으고 있는 듯한 좌우대칭의 외벽구조가 특이하다. 
본당 외벽에 있는 12사도 부조상도 잊지말 것~!


* 대흥동 주교좌성당(등록문화재  제643호)  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 471



옛 농산물 품질관리원 충청지원(대전창작센터)

'우주극장-그림자들의 몽타주'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던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기초과학과 아트를 융합시킨 보기드문 전시였다. 여러 작가의 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해주는 이 건물의 과거는... 1958년 농산물 검사소 대전지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대전창작센터(옛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충청지원/등록문화재 제 100호) 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 470 



옛 충남도지사 공관

중앙로 성심당을 지나가다가  <60주년 성심당 전시회>를 옛 충남도지사공관에서 한다는 전단지를 보았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곳이지만 옛 충남도지사공관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에 솔깃해 일정을 미루고 전시에 참여했다.  관계자분께서 말씀하시길  대전의 근대건축물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이 곳에서 전시회를 기획했단다. 

옛 충남도지사공관은  1932년 충남도청 준공과 함께 지어졌으며,당시 외지에서 부임해온 도지사가 거처하던 공관이다.  80년이 넘는 오래된 건물이지만, 대중에게 개방된 건 몇 년 되지 않아  대전시민들에게도 생소하다.  6.25때는 이승만 대통령이 거처로 사용하기도 했던 곳이었다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기억하는 순간 어떤 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서울에서 오셨나봐요?"

명함을 주시며 자기소개를 하셨던 그 분은 대전토박이셨고. 내게 개인도슨트를 자처하셨다

대전의 옛 이름, 한밭이라는 지명은 이름처럼 밭이 많아 밀을 많이 심었고 
그래서 밀가루 생산량이 많아 밀가루나 파스타, 만두와 같은 음식들이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간척지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임금대신 밀가루를 받으면서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전에 성심당이 유명해지고, 칼국수가 유명해진건 다 이런 이유에서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셨을때 성심당에서 대접했던 식사를 전시해두었다(우)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은 역사적 건물이지만, 일본식 가옥구조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옛 충남도청사와 더불어 꼭 방문해봐야할 장소다. 주말이면 충남도지사공관 앞 마당에서 플리마켓이 열린다.  

*옛 충남도지사공관(대전문화재자료 제49호)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326-67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현 다비치 안경)

목척교를 건넌 후 대전역에 도착할 때쯤 조금 색다르게 생긴 건물이 있다. 
안경점의 간판을 달고 있어서 잘못봤나 했는데. 1937년에 건립한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으로 광복 후 1997년까지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전형적인 형태가 보이는 외관에 장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민간 자본에게 매각된게 아쉬움이 남는다.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대전광역시 동구 중동 다비치안경 건물 



구 철도청 대전지역 사무소 재무과 보급창고 3호

대전역 뒷편 주차장에 있기때문에 스쳐지나가기 쉬운 건물이다. 1956년  철도청의 필요 물자를 이동·보관하던 창고로 건립된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 보급 창고’는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구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 보급창고3호(등록문화재 제168호) 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 299-1



대전 전통나래관

대전무형문화재 제 6호- 불상조각장.

대전전통나래관은 대전의 무형문화재를 전수하고 교육을 받을 수있는 장소로   전통을 이어나가고 전통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소제동 철도 관사촌으로 가는길이 헷갈려서  안내석에 앉아계셨던 문화해설사님께 길을 여쭤보았다. 솔랑시울길, 소제동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셨고,  대전 근대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있었다.  


대전 전통나래관 대전광역시 동구 철갑2길 2



소제동 철도관사촌/ 솔랑시울길

문화해설사님께서 알려 주신대로 전통나래관에서 나와 계룡공고까지의 길을 걸었다. 
'원도심 도보여행'이라는 지도를 보고 걸으면 좋으련만. 
대전역 관광센터에 지도가 똑 떨어져서 결국 발길이 닿는대로 걸었다. 

전통나래관의 문화해설사님께서 말씀해주시길 
소제동 철도관사촌에 적산가옥이 남아있는 이유는 대전역  근처에 자리잡았던 사람들이 철도역 기술자나 관계자들이었고 그들이 일본인이었기때문이라고 한다. 인근 솔랑산에는  일본인 유원지와 신사가 남아있었고, 이 마을은  전쟁을 겪으며 사람들은 판자로 집을 짓고 자리잡게 되었다. 

소제동은 대전에서는 개발이 더딘 낙후된 지역이지만, 대전의 과거를 회상하는데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문패를 보면 한자로 一,二,三(壹,貳,參) 이라고 표기된 집들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보물찾기처럼 이런 문패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일 수도 있다. 

솔랑시울길은 과거에 있었던 솔랑산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전통나래관 앞쪽에서 계룡 공고를 둘러 걸으면 소제동 철도관사촌과 솔랑시울길을 아울러 볼 수있다. 
아직도 대전에 이런 골목이 남아 있나 싶을 정도로 구수하면서 정감가는 동네다. 

*솔랑시울길 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


근대에서 머물렀던 시간을 현재로 돌아와 스케치를.

대전 레트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스케치작업

여행을 다녀온 후  박종훈씨의  <솔랑시울길>이라는 뉴에이지 앨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개발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솔랑시울길을 기억하면서 음악을 만드셨다고 하는데
솔랑시울길을 다녀온 내게는 근대로 떠나는 시간여행길, 대전 레트로 여행을  추억할 연결고리가 
생긴 셈이다.  솔랑시울길을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해도  당장 대전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정도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생각나는 곡이다.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솔랑시울길> 음악을 들으면서 대전 '근대로의 시간여행길'을 걸어보자.  
대전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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