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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 Sep 25. 2018

철학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서른에 혼자 떠난 유럽, 프랑크푸르트 근교 여행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곳은 '하이델베르크'였다.

철학의 도시, 대학의 도시, 괴테가 생각나는 그곳

다녀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곳이었기에 기대가 컸던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까지 플릭스 버스를 이용했고

중간에 몇 군데를 경유해서 1시간이 좀 넘어서 도착했다.

비가 내릴 듯 말 듯, 흐린 날씨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나름 분위기 있었던 '하이델베르크'였다.

버스 하차장 앞에 관광정보센터가 있어서 하이델베르크성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낸 후에 길을 나섰다.

하이델베르크성 입구에 하차하면 푸니쿨라 탑승장이 있다.

입장권과 승차권을 같이 구매한 뒤 순서에 맞춰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서

성 입구에 도달하면 고즈넉한 성에 압도된다.

전쟁으로 인해 훼손된 건물은 아쉬움과 세월에 풍파를 견뎌낸 자부심이 함께 느껴졌다.

무언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과거는 사라지지 않음을 다시금 느꼈던 하이델베르크 성

하이델베르크의 포토존


하이델베르크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는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좋았다.

도시 자체가 특유의 아름다움과 특색을 지니고 있는 것도 맞지만,

아마도 프랑크푸르트 기차역 주변 홍등가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대비되어 폭풍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유명한 거대한 와인통

너무너무 거대한 술통은 카메라 안에 담기 힘들었다.

기념사진을 함께 남기는 것은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서

아쉬운 대로 술통과 술통을 지키는 난쟁이를 사진에 담고,

술을 즐기지 않는 1인이기에 와인 구매는 하지 않고 나왔다.

그리고 괴테의 흔적을 찾아서 정원으로...

괴테가 불륜을 저질렀던(?) 정원은 한적하고 감상에 젖기 좋은 그런 곳이었다.

이곳에서 마리아나를 만난 괴테는 사랑에 빠졌고, 덕분에 멋진 서동시를 쓸 수 있었다.

순간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이 떠올랐다.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봐,
들에 핀 꽃에게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게 왜 햇빛을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독일인의 사랑'을 읊는 사람을 만난다면

무조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상상을 해본다.

마치 내가 괴테와 연애하는 심정(?)으로 정원을 한참을 서성이다가 본격적으로 시내 탐방에 나섰다.

본격적인 도시탐방을 하기 전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굶주려있던 나의 배에서 밥 달라는 신호가 한참이었다.

급히 검색해서 찾아 들어간 한식당 '고기 마차'

긴 유럽여행 일정에서 '한식은 사랑'이요,

쌀알을 씹고 국물을 삼켜야 하는 나는 토종 한국인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순두부찌개는 정말 꿀~맛~이었다.

밥알 삼키다가 눈물 날 뻔 ㅠㅠ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고 마지막에 점원에게 물을 달라고 하였다.

당연하게 보리차를 받아 들었는데, 원래는 물도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룰을 몰랐던 동포에게 서비스로 주었다.

정말 감사하게 마셨던 보리차까지 싹 비우 고난 뒤 다시 하이델베르크 탐방에 나섰다.

하필 이날 부활절이었는데 성당에 들어가서 초를 올리고 기도를 드렸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기를"

칼 테오도르 다리를 건너 하이델베르크 성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엽서에 나올법한 그림 같은 모습

붉은 성 아래 유유히 흘러가는 강, 그 사이를 담담히 지키고 있는 다리

그냥 보고 있으면 가슴 뭉클하고 괜히 서글퍼지는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하이델베르크의 랜드마크였던 고양이 동상

고양이가 들고 있는 청동거울을 만지면 혹은 사진을 찍으면

무언가 좋다고 하여 살며시 인증샷을 남겼다.

강변을 따라 철학자의 길을 찾아 걷다 보니 하이델베르크는 조용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철학의 도시라고 하는가!

쌀쌀한 날씨에 몸을 녹일 겸 들어간 카페

카푸치노 한잔으로 피곤함을 달래보고 상념을 늘어뜨려본다.

동화 속 마을 같은 하이델베르크

조용하고 예스러운 도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숙박을 하며 여유롭게 느끼고 싶다.

카페에서 남긴 여행 후기는 7주간의 여행의 마지막 수기였다.

수첩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원래 마지막 날은 내일인데, 오늘 미리 글을 남긴다.
사실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 올 때는 그렇게 오기 싫었고,
이곳 위치가 홍등가 주변이라 최악에 가까운 기분마저 들었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점으로 하이델과 뷔르츠를 다녀오고 나서, 서서히 이곳에 적응해 간다.
숙박 기간 5일 동안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은 수시로 바뀌었고 지금은 나 혼자 있다.
다들 스탑오버로 찍고 가거나 쉬어가는 동네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있었지만 지내다 보니 지낼만했고,
이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돼서 좋은 마지막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작을 혼자 했으니, 마지막도 혼자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하릴없는 이도시에 정말 혼자서 마지막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괜찮다, 혼자여도 좋았고 마음 맞는 상대와 함께여도 좋고!
때로는 외롭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편하기도 했지만,
이 모든 추억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가는 게 꿈만 같다.
물론 마지막까지  절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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