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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SHOP Dec 23. 2016

심플한 게 핫한 법

후암동의 골목에서, ATO헤어



종로의 역사는 서울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요. 서울의 과거가 곧 종로의 과거예요. 그리고 아주 오래된 서울의 미래는 다시 종로에 있어요. 아는 사람은 알 거예요. 종로가 말 그대로 얼마나 핫해졌는지. 하지만 뜨거운 공간이 된 종로는 겉에서 볼 수 없어요. 아주 깊숙이 들어가봐야 느낄 수 있어요. 종로의 골목은 오래되었지만, 새로워요. 북촌이 그랬고, 서촌이 그랬어요. 익선동이 그렇고, 가까운 을지로와 충무로도 그래요. 종로를 걸어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부암동도 후암동도 있어요. 종로의 북쪽에도 달라진 분위기가 있어요. 


오래된 동네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기도 해요. 깔끔하고 심플함을 추구하는 도시 생활자의 ‘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 있어요. 여기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만들고 그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들로 인해서 거리가 바뀌고 분위기도 달라져요. 


그래서 우리도 그곳으로 갈 거예요. 직접 찾아가고 느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Intro


종로의 북쪽에 ATO헤어가 있어요. 경복궁역 사거리에서 청운동 방향으로 직진해요. 자하문 터널을 지나고 부암동 서울 미술관이 보이면 근처에 도착한 거예요. 미술관 맞은 편 뒤 골목으로 찾아 들어가면 되거든요. 그곳을 찾는다는 생각보다는 종로의 구석구석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가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사실 건물과 입구만 보면 여기가 헤어샵인지 집인지 혹은 사무실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요. 그래도 여기다 싶은 곳이 바로 그곳이니까 자신 있게 문 열고 들어가세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바깥의 분위기가 180도 다르니까 너무 놀라지는 말고요.





About? ATO salon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저의 두꺼운 코트는 제 몸에서 벗어나 입구 옆 옷걸이에 걸렸어요. 유럽의 레스토랑이나 살롱에서 그렇게 해주잖아요. 대규모의 프렌차이즈 살롱에서는 옷이 사라지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그렇게 걸려있어요. 가벼워진 몸으로 찬찬히 샵을 둘러보니 올 화이트의 벽과 미니멀한 블랙 라인의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아요. 정갈하다는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미용실의 냄새는 얼마쯤 파마약 냄새와 염색약 냄새, 가끔 음식 냄새 그리고 어설픈 방향제와 체취가 뒤섞여 우리가 흔히 아는 냄새가 돼요. 하지만 ATO는 향기로 기억될 것 같아요. 대리석 테이블 위에 놓인 딥디크 디퓨저의 향기로. 마음이 은은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았어요. 




Taste


역시 음악만큼 취향을 드러내기 좋은 것도 없어요. 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대략 그려지는 상이 있잖아요? ATO도 역시 그래요. 깔끔하고 정갈한 사람 같은 공간에 음악이 아늑하게 흘러요. 사장님이 일본의 편집숍에 흐르던 곡에 사로잡혀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대요. 저도 바로 저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어요. 좋은 음악은 나눠야 미덕이지만 아직은 저만 아껴 듣고 싶어서 여기서 공개하지는 않을 거예요.



ATO 헤어샵에는 조명, 시계 같은 오브제 하나하나가 허투루 있는 것이 없어요. 확고한 취향의 전시장이죠. 각기 다른 개성의 빈티지한 소품들이 꼭 그곳에 있어야 할 공간에 있어요. 한 치의 오차가 없죠. 완벽하게 정리된 이 공간의 분위기는 잘 재단된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도 같아요.




Detail


다양한 해외잡지가 빼곡하게 줄을 맞춰 꽂혀있어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자이너를 신뢰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누군가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에요. 어떤 잡지, 어떤 책, 어떤 소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도 이 공간에 찾아올 이유는 충분해요.



자신의 시그니처를 새겨 넣는다는 것은 자부심의 표현이에요. 공간과 분위기로 자신을 은유할 수 있지만, 디테일에 이름을 넣어 자신을 확고하게 드러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잖아요. 내 일이라는 믿음. 무심한 듯 세련되게 새겨진 미용 가운의 jung ye 프린팅이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왔어요.




Procedure


저는 오늘은 시술을 받지 않았어요. 대신 긴 머리의 팀 디자이너가 머리를 잘랐고 대신 기다리는 동안 차와 과자를 먹었어요. ATO에 올 이유가 또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좋을 사진을 얻어 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카페 같은 헤어살롱에서는 기다림도 즐거워요.



긴 머리가 짧은 머리로 변하는 순간은 묘한 쾌감이 있어요. 보는 사람도 그래요. 정예 실장님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자 이제 자를게요.’ 하면서 서로 다짐을 확인하는 찰나의 순간이 느껴지기 때문일 거예요. 결심한 대로 내디뎌야 하는 용기를 실행에 옮기는 건 아주 드문 일이잖아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짧은 머리의 내 모습이 어색해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죠. 


 그리고 짧은 머리의 디자이너는 좀 더 확고하고 용감해 보여요. 쿨한 게 핫해요. 심플하고 정갈한 태도가 어쩌면 가장 시크한 것임을 ATO에서 배울 수 있어요.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공간. 그 곳에서 우리도 ATO의 분위기와 비슷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면 오해일까요?



한줄평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하고, 그 분위기는 때로 비싸고 얻기 힘들다. 어쩌면 그래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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