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SHOP Jan 17. 2017

모르는 데 어떻게 가요?

알아서 이렇게 가요. 봉천동 골목, HAIR NIJIMU



간판이 없다는 건 모르고는 절대 찾아갈 수 없는 것과 같아요. 근데 어떻게 알고 가냐고 물어보면 딱히 얘기해 줄 방법은 없어요. 그냥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곳은 아무리 숨어 있어도 티가 나요. 그렇게 한 번 오면 무심한 듯 친절한 매력에 빠지게 될 거예요. 다시 방문할 수밖에 없는 봉천동의 1인샵 ‘헤어니지므’에 찾아 갔어요.






Intro


‘간판이 없는데 과연 운영이 될까?’라고 걱정하기 쉽지만, 이 또한 완벽한 1:1 서비스 제공을 위한 원장님의 배려에요. 간판을 보고 지나가던 손님이 들어오면 예약한 손님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100% 예약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사람 대 사람의 약속으로 시술 시간 만큼은 고객에게 쏟고 싶은 마음이 입구에 적혀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행잉 소품과 조명, 가지런히 놓여진 헤어 제품들이 눈길을 끌어요. 왠지 다른 헤어샵에선 본 적 없는 낯선 느낌의 브랜드와 제품 패키지가 문득 궁금해져요. 자칫, 비싼 물건을 덜컥 사버리게 되진 않을까 걱정되나요? 괜찮아요. 이렇게 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은 데는 다 남다른 이유가 있어요. 원장님의 자신감이기도 하구요.





Consultation


원장님이 직접 옷과 짐을 받아 소파에 얹어주셨어요. 1인샵이기 때문에 개인용 락커는 따로 갖추지 않으셨다고 하네요. 가운을 입고 시술 의자로 향하는데 나름대로 정돈된 질서가 눈에 들어왔어요. 게다가 1인샵치고 굉장히 넓은 공간인 것도 모자라 1명만 담기에는 뭔가 과분하게 큰 거울도 인상적이에요.



오늘 방문 목적은 ‘또’ 커트예요. 짧은 머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죠. 한번 자르고 나니 금방 지저분해지는 데다 여기저기 뻗치는 머리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다듬기는 아깝고, 또 새로운 커트를 하자니 더 짧아지는가 싶어 난감했으나 고민하는 마음을 바로 읽었는지 원장님이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단발은 어떠세요?”


“단발 좋아요. 하지만 지금 머리는 단발할 수가 없어 보이는데... 가능한가요?” 라고 되묻자


“당연히 지금은 안되죠. 한 달에 자랄 수 있는 머리 길이엔 한계가 있으니 오늘 더 자르지 말고 단발을 위해 길러보시는 건 어떠세요? 단발 스타일은 이런 게 잘 어울리실 것 같고요.” 라고 제안하셨어요.


“단발머리로 기를 때까지 뻗치는 머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엔 어떡하나요?” 라는 저의 질문에는


“머리가 뻗치는 이유는 머릿결이 좋지 않기 때문이고 결에 집중하면 자연스러운 머리 모양이 나올 것이니 관리에 좀 더 신경 써보세요”라는 얘기까지 해주셨어요.


본연의 피부가 좋아야 메이크업을 해도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고 누구나 해줄 수 있는 얘기인데, 왜 항상 놓치고 있었는지. 피부에 투자하는 것의 절반이라도 헤어에 좋은 제품을 아낌없이 쓰고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rocedure


결국, 꽉꽉 채워 담아주신 과일주스와 과자만 먹으며 30분간 상담만 했어요. 아! 물론 매장에 흘러나오는 어쿠스틱 재즈풍으로 편곡된 노래들도 실컷 감상했지요. Say you love me와 Lullaby of Birdland가 특히 좋았어요.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가서 머리를 하지 않고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미용실은 많고 원장님의 스타일도 다 제각각이니 맞는 미용실과 맞는 고객을 찾는 것이 서로에게 주어진 숙제일 테죠? 그런 면에서 니지므 원장님은 단점을 콕콕 잘 짚어내면서 즉각적인 해결이 아닌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해주시는 분이라 저에게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는 계속 자랄 테고 스타일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무래도 그런 모습이 더욱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머리가 어깨에 닿을 때 즈음 원장님을 떠올리고 자연스레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요?




Detail


이 문을 나서면 처음 들어올 때 보았던 중용의 글귀가 또 저를 반기겠죠? 오늘따라 나가는 발걸음이 왠지 아쉬워 샵을 조금 더 둘러보고 싶어져요.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각종 헤어 제품들. 건강하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니지므 원장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단발이 되려면 다음 방문까지 몇 달 정도가 남은지라, 원장님도 제가 다시 올지는 조금 의문이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문을 나서기 전 해주신 원장님의 말씀처럼 기회가 되면, 인연이 되면, 제가 단발로 기르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 꼭 다시 만나요.




한 줄 평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 확실히 아는 사람. 꼭 필요한 것에 집중 하는 샵.
매거진의 이전글 금요일의 헤어살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