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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또봄 Nov 03. 2017

마음을 달래죠 클래식

말기암 극복 그림일기 2화

그림 : 김예슬

며칠 내내 아프던 배가 오늘은 더 난리다.

일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이 놈의 배는 리듬을 타는 것마냥 덜 아팠다가 갑자기 심하게 아픈 것이 반복하면서 혼자 춤을 추고 있으니 전혀 집중이 안 된다. 별일 아닌 양 안 아픈 척 하며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지만 이미 내 얼굴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모니터에 있는 글씨며 팀원들이 하는 말들, 나에겐 아무 소리도 안 들어온다. 고통을 잠시나마 달래고자 친구가 추천해준 위에 좋다는 양배추즙 하나를 숨을 참고 빨대로 쭉 빨아들여봤다. 꼭 무슨 걸레를 빨아먹는 맛 같아 벌써 몇 번째지만 맛에 도무지 적응이 안 되지만 계속 아픈 것보다 나으니 꾹 참고 들이켰다.


하지만 괜찮아지는 것도 잠시, 배가 다시 심하게 아파오니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마침 지나가던 팀원이 내게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아니, 아까 점심 때 멀 잘못 먹었는지 배가 좀 더부룩하네. 근데 머 괜찮아지겠지."


그냥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될 걸, 왜인지 약해 보일 것 같아 난 괜찮은 척하며 속으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군대에서 장교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나 보다.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싫고,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빈 회의실을 찾아 들어갔다. 왠지 이럴 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진정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집중을 하며 ‘내 손은 약손’이라 생각하며, 두 손바닥을 세게 비벼 그 따뜻해진 손을 포개어 아픈 배를 지긋이 눌러 속을 달래니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며 좀 참을 만 해졌다.


달래진 배를 잡고 업무를 하러 다시 갈려다가 생각해보니 그곳에서 통증을 억지로 이겨내며 나는 어쩌면 가장 약한 모습의 나를 만났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Classic이 아니라 Clasick 이었다. 다행히 오늘따라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날씨가 너무 좋다.


                                             - 2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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