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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또봄 Nov 09. 2017

메르스 너 때문이야 (2)

말기암 극복 그림일기 3화

그림 : 김예슬


새로운 팀에 들어온 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니 혼자서 하는 일도 제법 늘어났다. 하지만 배가 아픈 건 이전보다 두 배는 더 심해졌다. 불과 7개월 전에 종합검진을 받았을 때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지난 달에는 10km 마라톤도 완주했었는데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모르겠다.


어릴 땐 '혹시 내가 슈퍼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하게 넘어져도 뼈가 부러진 적도 없는 나인지라 '별일 있겠냐'라는 생각으로 그저 버틸 뿐이었다. 거기다가 뉴스에선 연일 ‘메르스 몇번째 환자’라는 소식을 전하고, 심지어 학교까지 휴교하는 이 마당에 큰 병원에 가서 내 몸뚱아리를 검사하는 것은 사치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저 동네병원들과 한의원을 돌며 받은 약들로 버틸 뿐이었다.


오랜만에 친한 형님을 만나러 여의도로 갔다. 이야기 도중 나도 모르게 또 얼굴이 찡그려지자 어디 안 좋냐며 물어보신다. 그래서 요즘 내 상태를 이야기 했다. “그럼 여기 한번 가봐. 여기 우리 아버지 암도 잡아낸 명의가 하는 내과야. 우리 가족들은 여기만 가.” 라며 병원 한 곳을 추천해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 예약을 하고 다음날 바로 찾아갔다. 왠지 이번에는 좋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이 곳도 다른 병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픈 내 배를 꾹꾹 눌러보고 아프냐고 물어보기만 할 뿐이다. 의사선생님은 3일치 약을 지어줄 테니 우선 먹어보란다. 그리고 제대로 알기 위해선 내시경 해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다.


다행히 7월이 되니 메르스 감염자 발생이 연일 0명째가 나오며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있었다. 건강검진을 앞당겨서 받아보려고 내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내일 오전 밖에 시간이 안 될 것 같았다. 내일 오전이 아니면 한 달 뒤까지 풀 스케줄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진병원에 전화해보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2주 전에 예약해야 받을 수 있는 회사 종합검진이 메르스 덕분에 지금 예약하면 내일 검진이 가능하다고 했다


'메르스 너는 참 밀당도 잘하는구나.'


                                             - 3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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