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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또봄 Jun 14. 2022

수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말기암 극복 그림일기 5화

그림 : 김예슬

병원에 들어선 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진료를 담당 해주실 의사선생님을 배정 받고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지 검색해 보았는데 명의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신 분이라는 검색결과에 왠지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내 이름이 호명이 되었고, 나는 작게나마 희망을 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질문이나 추가 검사를 더하시기도 전에 


차트만으로도 이미 암을 확신한 듯 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산정특례 대상자로 등록 해주었고 조직검사 후 어느정도 암이 전이 되었는지 보는 PET-CT도 한시가 급하니 바로 찍자고 하셨다.


‘내가 암이라니.’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고 모든 것이 불안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오진일수도 있으니까... 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누나 집에서 요양 아닌 요양을 하며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부모님께는 아직 말씀을 드리지 않은 상태였는데 다행히도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부모님 몰래 누나 집에 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가끔 통화를 할 때마다 건강한 척,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였다.  고통은 더 심해졌고, 복통은 더 심해지고 배가 부풀어오르면서 누울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결과가 나온 후 진료실을 다시 찾았다. '아 다행이네요!' 라는 말만 기대하며 희망과 초조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의사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던 의사 선생님은 거의 1분 동안 아무말씀도 하지 못하셨다.


1년같은 침묵의 1분. 잠시 후 의사선생님이 입을 떼어 말했다.


“아무래도 수술이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그 한 마디에 작게나마 품었던 모든 희망이 일순 사라지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니 막상 아무말도 못한 채 바보처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멍한 나를 뒤로하고 의사인 누나가 "혹시 조직검사 결과가 만약 다른 암이라면 희망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요?" 라고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희망 고문같아도 그 희망이라도 필요했던 난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누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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