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송년회..
오랫만에 만난 이들과 대화를 하는데
스며들지 못하고 넘나들지 못한 채
유리창에 또르륵 겉도는 빗물이 된 느낌이다
“ 난 골프가 최고야. 골프만 하고 살면 좋겠어”
“ 난 그런 일은 안해, 그냥 이렇게 사는게 속 편해”
“ 난 아니야, 난 이럴 거야…”
“ 난 이게 좋더라. 난 그 사람은 싫어 “ 등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주장을 펼치는 대화…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니라
한쪽이 말하고 그 말이 끝나면
다음 사람이 말하고..
서로 순번만 이어받는 느낌이었다.
각자 혼자 하는 반쪽짜리 대화 같았다
대문을 열지 않고 자기 방에 서서
창문만 열고 하는 대화,
내 방을 절대 안 나갈 것이며
누구도 내 방에 들이지 않겠다는
절연함을 품은 대화,
들어갈 수도 없는 방, 나오랄 수도 없는 방에서
각자 자신의 방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니라 혼자 하는 말 같았다.
나는 대화를 통해
나의 세계를 나누고 상대의 세계를 얻으며
정신의 산책을 떠나고 싶었다
생각의 소풍을 갔으면 싶었다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며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싶었다
“ 내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어때?”
“ 일에 대해서 나는 요즘 이런 마음이 드는데
내게 해줄 얘기있어? “
“ 그럴 수도 있겠다 .
그럼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어때? “
“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관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답을 정해놓고 불변하는 자신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무너뜨릴 각오가 된 대화
내 생각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연 대화
상대 생각에 허물어질 용의가 있는 대화
상대 생각을 추앙할 기회를 찾는 대화
이런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스며들고 싶었다
비싼 호텔 밥 먹고 돌아오는데
마음은 허기지다.
집에 가서 뻥튀기라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