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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일지 (25) 투시력

by 지윤정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혼자만 말해” 하품을 참다가

그간 대화를 나눌 상대가 참 없었나보다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표정이 딱딱해” 불편했는데

그간 감정을 드러내면 안되는 상황에

오래 있었나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해요


“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부정적이야” 언짢다가

그간 원하는 일이 잘 안되었었나 하는 연민이 생겨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를 내 ” 같이 싸우고 싶다가

편안하게 말하기엔 내면에 쌓인 게 많았나

평범하게 말하면 아무도 안 들어줘서 외로왔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을 극단적으로 해

항상 절대로 매번 제일 엄청나게 굉장히..

이런 부사를 벌써 몇번째 쓰는거야 ” 평가하다가

그간 생각이 다른 상대를 설득시키고 투쟁하느라

참 고단했겠다 하는 마음이 일어요


“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대인관계를 부담스러워 해 “

고쳐주고 싶다가

한 사람과 인연을 만들면 깊이 헌신하는

책임감이 큰 모습이 보여서 배우고 싶어져요


시선이 달라지니 신선한 호기심이 발동하네요

시각을 바꾸니 생각도 달라지네요

예전에는 겉만 봤는데 이제 조금씩 속도 보여요

예전에는 말만 들었는데 이제 말 이면의 삶이 들려요


부자를 보면 “좋겠다, 부럽다” 그랬는데

이제는 그 많은 재산을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짠하고,

결혼식 혼주 좌석에 앉아있는 부모님들을 뵈면

키우면서 얼마나 애 닳았을까 싶어 안아주고 싶고

큰 회사나 조직을 이끄는 회장을 만나면

그 많은 사람들 챙기고 감당하느라

어깨가 무겁겠다 싶어 등 두드려 주고 싶어요


표면만이 아니라 이면도 볼 수 있는 나이..

보이는 것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나이..

정말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요


한해가 저물어가고 또 한살을 먹는데

내년에는 어떤 능력이 생길지 기대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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