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부탁전화를 받았다
전화하기 전에 엄청 갈등했단다
나도 비슷하다
부탁하기 두렵다
요청하기 어렵다
복화술하는 것처럼
입술이 안 움직이고
얼굴에 경련만 인다
#왜 그럴까?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부담스러운데도 억지로 들어주면
그조차 보기 불편하니까
혹시 거절 받을까봐
그러다 앞으로 관계가 손상될까봐
종국에는 나를 무시하고 우습게 볼까봐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느니
차라리 내가 아쉬운 게 낫다
#진짜 그럴까?
청원하는 것이 애원하는 것 같고
요구하는 것이 구걸하는 것 같은 건
상대의 느낌이 아니라
내 상상이다
내가 누군가의 요청을 받았을 때
그런 마음이었으면
남도 내게 그런 마음일거라
상상하게 된다
반면 나부터 부탁을 받을 때
요청을 들어줄지 선택의 여지가 있으며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특권이라 생각하고
도울 수 있는게 기쁨이라 여겼다면
상대도 그런 마음일거라 상상한다
상대의 마음과 반응을
내 기준으로 지레 짐작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탁을 들어줄 만만한 상대를 찾아 나서야할까?
부탁은 받지도 말고 하지도 말아야할까?
그냥 철판깔고 모르는척 부탁을 해야할까?
아니다
내 마음부터 정리해야한다
<< 세가지 정리 >>
1)상대와 나와의 관계설정.
우리사이가 부탁 거절에
금 갈 사이인가?
2)스스로와의 관계설정.
내 부탁이 상대에게 가치는 커녕
손해를 부르는 일인가?
3)미래와의 관계설정
거절받으면 나의 미래는 달리 방도가 없는
막막하고 구차한 처지인가?
이 세가지를 정리하고
내적 독립성을 확보한 후에
가볍게 입을 떼자
나는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그는 그것을 검토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