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영 Dec 09. 2018

밤, 바다 꿈

수면 위의 수면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으면 때때로 물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한밤, 별이 동동 떠 있는 바닷물에 오롯이 떠서 물결 흔들리는대로 내 몸도 작게 울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길 바랐나 보다. 침대가 물 위이기를, 어두운 내 방이 깊은 밤 바다이기를. 머릿속 생각을 모두 지운 채 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까만 밤을 응시하다가, 머리를 물에 쑥 집어넣고 천천히 헤엄쳐 해변으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


자는 동안 마음이 조급해지는 꿈이 있다. 마음 졸여야 하는 상황이 꿈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잠에서 살풋 깼을 때 여전히 조마조마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것이 꿈이었던 걸 깨닫고 다행이라 여기며 다시 그 꿈을 잇지 않길 바라는 꿈.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다시 그 꿈 속 상황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 꿈.


-


하룻밤을 자야만 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참 다행한 일이다. 그날이 끈질긴 하루였다 해도 그 시간을 단절해낼 수 있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자신만의 취미를 즐긴다지만, 사실 우린 날마다 도망가고 있다. 하루치의 현실로부터. 자고 일어나면 검었던 기분이 밤과 함께 조금은 물러난 느낌이 든다. 그 덕에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를 이어나간다. 이내 현실로 빨려들어간다.


*


오늘밤엔 평화로이 바다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침대에 가만 누워 눈을 감고 밤의 물결에 몸을 맡기다, 눈을 떴을 때 빼곡한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았으면. 살결에 따뜻한 바닷물이 철썩이고, 철썩이는 소리만 들리고, 별빛이 비치는 바다가 꼭 하늘같은, 그런 바다 위에 떠 있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