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감정이 힘든 날
유난히 감정이 힘든 날이 있다.
몸이 힘든 날에 감정은 멍하지만
감정이 힘든 날에 몸은
뼈가 모두 녹아내린 것처럼 흐물흐물하다.
일반적으로 여자라고 하면 생각이 드는 체구보다
내 체구가 조금 더 크긴 하지만
아무리 커도 그렇지
나는 하나뿐인데 먹을 게 얼마나 많다고
나 하나를 두고 감정이 이렇게 제각각 참 많이도 가지를 치는지....
몸 하나를 두고 곁가지를 참 많이도 뻗은 감정들을
눈으로 한번 흘끗 본다.
눈치 빠른 것들은 한 번의 곁눈질도 놓치지 않고 일제히 아우성을 친다.
눈을 돌려버린다.
흐물흐물해진 몸은 그만 이불속으로 들어가라 한다.
이불속은 포근하고 따뜻하고 들어가면 모든 것들이 조용히 사라진다.
얼마나 편안한지.
얼마나 안락한지.
그 무념함에 영원히 취할 수는 없는 건지.
무차별하게 폭력적으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의식은
눈을 떠 내가 낳은 감정들을 보라 한다.
너희들을 어쩌면 좋을지...
나는 그저 끌고 업고 씨름하며 갈 것 같은데,
그래도 따라올 것이냐,
제발 좀 떨어져 다오.
너희를 쳐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SF 영화에 나오는 영원불멸 재생 능력을 가진 괴물처럼
너희는 떨어져 나간 자리에 다시 가지를 치고 나온다.
너희를 어떻게 해야 내 이겨낼지는 아는데,
내 땅이 너무 메말라 있다.
너희들 가지에 푸른 잎을 피워낼 힘이
내 땅에 지금은 없다.
그래서 치사하게
그래서 간절하게
너희들을 드러내 글을 쓴다.
잠시
잠깐이라도
너희들을 달래주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