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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Y et May 02. 2018

모두 각자 다른 시계를 가지고 있다

나의 발전이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일을 그만둔 후, 사실 나는 많이 우울해 있었다.

누구보다 게으름 잘 피고, 누구보다 신나게 놀 수 있다고 믿어 왔는데... 이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사실 프리덤을 한껏 느끼며 하하호호 할 수 있었던 건 딱 3개월까지만 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가면 내 또래애들이 나보다 얼마나 잘 나가는지 자랑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메아리가 들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모두가 비웃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사실 이런 우울 덫은 인터넷 어딜 가든 나와있었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끊을 수도 없는 노름이었다.


난 사실 내가 이렇게 긍정적이지 못하고 멘탈이 약한 사람이 될 줄 몰랐다.

일단 사람을 만나기 싫어졌다. 아무랑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백수가 된 나는 자신감이 바닥과 한 몸이 되어가고 있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게 귀찮고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사실 백수가 죄가 아닌데.. 괜히 난 나 자신에게 죄인이라고 도장을 매일 찍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죄송하고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 답답해서 슬펐던 것 같다.


어느 날, 전 직장 친구에게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너무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는 터라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내 힘듬을 얘기해버렸다.

처음에는 서로 맞장구를 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친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걱정거리를 다 말하면 개운해질 거라 믿었지만 마지막의 그 친구의 표정 때문에 더 찜찜해졌다.

또한 그 친구로 부터 그리 많은 위로를 받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길 도중, 난 버스에서 "긍정적인 사람 되는 방법"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나를 아주 꾹 찔리게 하는 문장이 있었다.

1. 부정적인 사람을 멀리하라.

그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나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 요즘 세상 모든 것을 삐뚤게 느끼고 있었던 때라 그 글귀 조차도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부정적인 사람들은 모두 외톨이로 살아야 하나? 위로조차도 받을 수 없는 그런 가치 없는 인간인가?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많은 생각 끝에 난 결국 내가 잘 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말았다.

그 친구 또한 나 못지않게 많은 힘듬을 가지고 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 와서 나만 이방인이다 지독히 외롭고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방에서 온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며 동병상련 벗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에이전시에서 끊임없는 야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분명 그 친구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와 만나기로 약속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기적 이게도 나의 한탄만 하다가 우울한 대화로 친구와의 만남을 끝냈던 것이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곤 난 결국 더욱더 나를 가두기 시작했다. 

점점 내 걱정조차도 나누기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자신을 가둘수록 우울함의 블랙홀에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 마침 미국에서 친한 대학교 친구의 생일 알람을 페이스북에서 받게 되었다.

사실 억지로 밝은 척하며 웃는 힘조차도 없었지만, 친한 친구기에 애써 밝은 톤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의 답장을 보았을 때 정말 나는 내 삶에 대해 짜증만 내고 있었던 아이에 불과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친구는 비록 오피스 직장을 가져보지 못했지만 나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가장 내 마음을 토닥여 주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시계가 있다고 믿어. 난 그냥 지금 조금 서툴고, 느린 시계를 가졌을 뿐이야.

내가 안정된 삶의 시간에 가까워지기 위해 더 노력해봐야지."

그래, 난 지금까지 이런 솔직한 파이팅을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다.

"맞아, 나도 힘들어" 아님 "그래, 너 힘든 거 알아" 이런 말 보다 훨씬 와 닿았던 감동적인 말이었다.

그리고 내 등짝을 한번 확 치며, "등펴, 아직 굽을 때가 아니야"와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씩씩함과 당당함은 왠지 모르게 나에게 비타민처럼 힘을 돋게 해주고 있었다.


마냥 긍정적이게 삶을 받아들이기엔 솔직히 버겁다.

그래도 지금 무엇이라도 해내려고 애쓰는 나에게 "너 늦었어"라는 잔인함을 안겨 주지 말자.

KFC 할아버지는 삶의 우여곡절 끝에 60대 후반의 나이로 KFC를 창립하게 되었다. 

에릭 칼이라는 어린이 동화 그림작가도 할아버지 나이가 돼서야 작가로 일하기 시작하였고, 성공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사람의 미래 끝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없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아무 도전이나 노력도 없이 포기로 살아온 삶보단 알차게 일하고 후회없는 삶이 훨씬 뿌듯하지 않을까?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에릭 칼의 동화책이다.


난 아마도 이번해 말까지 백수일 것 같다. (미리 도장찍기)

난 이제 취준생도 아닌 이직하려는 애매한 경력자.

한동안 거의 일 년이 되는 공백 기간을 가질 거란 큰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젠 그만 걱정하려고 한다.

(걱정은 정말 할수록 끝이 없는 악순환이기 때문이다.)

난 더 공부하기로 했다. 결코 그 공백기간이 마이너스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야 자신감도 더 가지게 되고 길게 보면 나중에도 더 높은 성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

이젠, 지금까지 항상 우울해하고 불안해 온 이 긴 기간이 조금 많이 아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모두 하나의 절차라고 생각된다. 더 이상 감정과 가위 바위 보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그 기간이 때때론 다시 찾아올 때가 있다. (이건 자연적인 감정 덩어리이다.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것.)

하지만 그때마다 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인드 컨트롤!

KFC 할아버지, 에릭 칼, 대학 친구를 떠올리며 파이팅해보련다. 


(팁: 때때론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20-30대 퇴사한 유투버들의 솔직담백 대화들도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결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거다. 모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다!)


늦었다는 건 없다.

각자 다른 시계를 가졌을 뿐.




모두 각자 빛나는 시간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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