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Y et May 12. 2018

매일 하는 이방인 인터뷰

더 이상 영혼 없는 질문 그만, 정말 듣고 싶은 분만 welcome

한국에 10년 만에 돌아와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다.

"여기 왜 돌아왔어요?"

"그곳이 더 일하기 좋지 않을까요? 여긴 너무 힘든데..."

"돌아가고 싶지 않나요?"

처음 한국에서 회사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을 때도 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나를 외계인처럼 보는 시선이나 아님 아주 반짝이는 신기한 돌멩이를 본 거 마냥 보는 시선들...

사실 이 모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또 한편은 이런 점들이 나를 더욱 외롭게 느껴지게 하였다.

그래도 관심이 무관심보다 나은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사실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좋게 느끼려고 애썼었다. 

그래도 꼭 나쁜 점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때론 장난으로라도 영어로 인사하거나 말을 걸어주신 재미있는 선배도 생겼었다. 그분은 하루에 인사 한마디로라도 나를 웃게 해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의아했던 점은, 

나에게 미국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서는 내가 대답을 디테일하게 말해주면 관심 없는 것처럼 갑자기 모두 딴 곳을 본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대체로 큰 그룹으로 같이 있을 때 대화를 하게 되면 대부분 그랬었다. 아직도 확실히 왜 리액션이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대답해주는 나의 입장으로썬 괜히 많이 뻘쭘해졌었다. (도대체 왜 물어보신 거야..) 그래서 점점 나의 대답도 그냥 교과서처럼 짧고 상대방이 생각하는 데로만 대답해주고 말게 되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반짝이는 답안으로만. 

왜냐하면 아무도 암울했던 것 또는 힘들었던 것은 듣고 싶지 않으신 거 같으니까.


나만 열심히 하는 인터뷰... 굉장히 지친다.


한편으론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자칫 잘난척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조심스럽게 이렇게도 생각해본다. 대부분 나의 미국에 관한 대답을 듣지 않으시려는 분들은...

유학을 한 번도 가보시지 않으셨지만 내심 유학이나 외국의 생활에 대한 아주 큰 로망을 가지고 계신다.

하지만 그 마음을 막 드러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미국에 대해 꼬치꼬치 묻고 싶어 하진 않으신다.

그래도 꼭 하루에 한 번씩은 미국에 대해 질문을 던지시기 때문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느낀다.

또 한편으론 이렇게도 예측해보았다. 

어쩌면 나와 공감 가는 게 없으니까, 할 말이 없어서 듣는 체 마는 체 해버리셨을 수도 있다고.. (난 사회생활에서 또다시 상처받지 않으려고 계속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가며 이해하려고 노렸했던 것 같다.)

매일 인터뷰를 하는 것 같아서 일이 바쁠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최대한 좋은 답변을 드리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점은 내가 아주 자세히, 정말 솔직히 (나쁜 점, 힘든 점까지)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그분들은"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왜냐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깨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도 배려하여 되도록 자세한 답변은 아끼려고 한다. 

나의 성급한 솔직함으로 대화의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으니까. 

하지만 나도 상처받는 사람인지라.. 영혼 없는 판타지적인 미국 질문들은 이제 그만 삼가 주셨음 한다.

나도 정말 용기 내여 마음을 열고 나만의 이야기를 열심히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질문 주신 분들이 딴짓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척을 하면 정말 힘이 빠진다. 그리고 난 이제 "이런 자세로" 듣는 분들에게 너무나도 지쳤다. 또한 내 답변조차도 점점 영혼이 빠지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이렇게 변해가는 나 자신도 싫다. 나를 점점 이렇게 만들지 말아줬으면 한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일 것이다.



상처받았던 일을 너무 길게 말한 것 같다. 이제 한국에 10년 만에 왜 돌아오게 되었는지를 말해보겠다.

1. 비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자의 계약기간이 끝나게 되었다.)

2. 졸업 (동생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나는 대학을 마치게 되며 시간이 딱 맞아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3. 가족 (미국에 10년 동안 있으면서, 한국에서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 동생, 부모님들은 비자 때문에 미국의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장 슬펐던 일은 한국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우린 모두 한마음으로 당장 날아가서 장례식을 치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얼굴도 자주 못 뵈고 연락도 자주 못했던 점이 가장 마음 아팠다. 이런 불상사를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기에, 할머니와는 끝까지 같이 살고 싶어서 돌아오게 되었다.)

4. 부모님 (나의 친구들은 모두 미국에 있지만, 부모님들은 한국에 친구들이 더 많으셨다. 그래서 그분들과 한국을 많이 그리워하셨다. 물론 나도 한국이 그리웠었고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이 밖의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이유들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것에 대해 후회하냐고,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사실 이 질문들이 좀 나에겐 잔인한 질문들이다.

난 다시 이방인으로써 한국에 어떻게 서든 적응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오히려 파이팅이라는 짧은 응원이라도 힘이 된다. 그런데 미국이 그립지 않냐고 물어보시면 난 다시 마음이 약해지는 기운을 느낀다.

절대 상처를 주려고 하신 질문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되도록 안 해주셨음 한다.

난 지금으로썬 솔직히 정말 강해지고 싶다. 힘이 아니라 멘틀이 강해지고 싶다는 말이다.

더 이상 이방인으로써 외롭고, 슬프고, 우울하고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래서 기분을 다운시키게 하는 질문들은 삼가 주셨음 한다. (아무 질문도 하지 말라는 건가.. 그런 의미는 아니다.) 

그냥 이방인으로써 너무 특별하게 느껴지고 싶지 않다. 그냥 일상적인 질문이 그리운 것 같다.


그래도 나의 답변이 진심으로 궁금하시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비자로 인해 미국에서 너무 오랜 세월 동안 갇힌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으로썬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전혀.

오히려 다른 곳의 외국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일단 (미국 말고 다른 곳의) 여행을 최대한 많이 하고 싶다.

미국 친구들은 당연히 보고 싶다. 매일 메시지를 한다. 정말 고맙고 힘이 되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나름 안정된(?) 삶을 느끼기 시작할 때 그때서야 미국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 후에 다른 외국생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여행도 이곳저곳 (한국 내 포함해서)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냥 조용히 맘속으로 해도 괜찮다. 소소한 응원만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내시고 한국에 돌아오신 분들에게도 응원을 꼭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판타지적인 미국 생활의 질문 중의 하나의 답변은, 

"우리는 매일 파티를 하지 않았다"이다.

미드는 미드일 분... 사실 이것만은 귀여운 질문이었던 것 같다. ^^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 각자 다른 시계를 가지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