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무 많은 조언들...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 우울해지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말하거나 친한 친구에게 말을 해서 풀었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심플했던 방법들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들다, 우울하다, 이런 기분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이렇게 말로 나열하면 정말 짧고 심플한 감정들인데, 이젠 막상 이 감정들을 소리 내어
크게 표현하려고 하면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되고야 만다.
지금도 어렸을 때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힘들 때 부모님, 가족, 친구에게 요청해보라고.
그런데 내 눈엔 이젠 모두가 너무나 각자 힘들고 지쳐 보이기에... 막상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 미안해진다.
내 힘듬을 몽땅 풀어놓기엔 괜히 나만 징징대는 아이가 된 거만 같고...
이젠 왠지 혼자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할 것만 같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옛날에 나는 사실 우울해도 보통 하루 넘고 이틀을 넘긴 적이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화나 있는 것을 하루를 넘기진 못한다.
왜냐하면 혼자 꿍하고 있는 에너지가 너무 소모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약한 저질체력 덕분에 그냥 스스로 화를 식히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일을 바로 시작하게 된다.
항상 만화영화나 영화에 보면 이유 없이(?) 우울해 보이거나 세상에 불평, 불만 있는 어른 캐릭터가 꼭 한 명씩 등장할 때가 있다. 난 그런 어른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았고 왠지 불편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멀리하고 싶었다.
세상 누가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리? 주로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마침 생각해보니 꼭 미디어 속이 아니더라도 실제 주변 어른들만 봐도 그런 캐릭터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주로 할아버지가 그런 분이셨던 것 같다. 웃는 얼굴을 잘 본 적이 없다. 항상 무표정 아님 금방 혼이라도 낼 것 같은 표정. 무언가 꽁꽁 화를 속으로 삭이고 있지만 무언가 슬픔이 가득해 보인 표정.
왜 항상 화가 나있을까?
왜 항상 모든 것에 대해 짜증이 나있는 거지?
세상이 그렇게 싫은가?
옛날에는 의젓한 행동을 하거나 양보하는 행동을 하면 어른들은 종종 이런 칭찬을 했었다.
"아이고, 이제 다 큰 어른이네~"
그때마다 나 또한 내가 대견스러워진 것 같고 멋져지는 것 같아서 덩달아 흐뭇한 표정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며 정말 여러 가지의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젠 내가 생각해왔던 그 "어른"이라는 의미가 점점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모두 어른이라고 꼭 양보할 줄 아는 거 아니었고, 어른이라고 남을 잘 챙겨 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이 무엇을 모르거나 헤매고 있을 때 스스로 배워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꾸중만 날리는 분들만 보았다.
그래. 회사는 학원이 아니다. 학교도 아니다.
하지만 모를 때 물어보라고 해놓고 물어보면 무턱대고 화내거나 짜증만 내는 건
결코 내가 생각해 왔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랫사람이라고 무시하고 윗사람이라고 굽실대는 건 더더욱 내가 바라던 어른의 모습들이 아니었다.
그 어른들은 하나같이 모두 죽을상으로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모두 이미 삶에 질려버린 표정이었다.
솔직히 나는 내가 아직 존경할 수 있고 배우고 싶을 만한 어른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이젠 "어른"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큰일이다.
요즘 내가 많이 이상해졌다.
이젠 일주일이 넘게 우울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나 되고 싶지 않았던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커가면서 "둘리"에서 나오는 고길동 아저씨를 공감하게 되고,
"톰과 제리" 중 톰을 응원하게 된다더니...
이제 이게 무슨 말인지 점점 알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내 마음이 둘리이고 싶고 제리이고 싶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사람들이 내 자리 주변을 지나가다가 물어봤었다.
"너 지금 괜찮아? 굉장히 화나 있어 보여."
사실 눈이 많이 건조하고 안 좋은 상태여서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오랫동안 집중할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속마음으론 난 정말 행복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나 또한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그래. 모두 직업을 100프로 만족하고 좋아할 수 없다. 항상 행복하고 기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난 정말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도전정신은 덩달아 완전히 식어가고 있었다.
벌써 일에 대한 열정도 식고,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치여 이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
이젠 긍정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되었고, 항상 무언가가 불안했다. (특히, 미래가)
그래도 딴 나쁜 생각들을 지우려고 그때마다 해야 하는 일만 집중하고 더더욱 그곳에서만 힘을 빼어 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번아웃 상태가 급격히 빨리 찾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최선을 다해 일을 해주었는데도, 회사가 막상 어려워지며 나를 자르게 되었다.
그 후 정말 온갖 생각이 들게 되었다.
더 이상 열심히 일해주고 싶지도 않고, 다음 회사도 똑같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내가 필요 없어지면 버리겠지.
그리곤 점점 세상에 대해, 이 상황에 대해 화도 나기 시작했었다.
난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을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에게 온 거지?
정말 온 세상이, 모두가 나를 싫어하고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곤 세 달이 넘도록 우울하고 초조해왔다. 그냥 아무 생각과 고민 없이 놀러 다니고 했어야 하는데...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도 나를 상관 안 하는데, 꼭 나만 놀고 있는 백수같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미래의 계획을 짜지도 못했다.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 했는데 너무 기운이 빠졌었다. 그냥 다짜고짜 미래가 어두워보이기만 했다. 드라마 "아저씨"에서 나온 대사처럼 그만 태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정말 멍 때리고만 싶었고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머릿속은 끝이 없는 걱정의 회오리로 그럴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일했을 만큼이나 집에서 아무 일을 안 하는데 머리가 깨질 만큼 아프고 스트레스가 나있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이유 없이 눈물이 고여왔다. 마치 맘속이 꽉 답답해지고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원망스러워서 확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작정 여행이 답이 아니었기에 나는 다시 스스로 고민의 늪에 빠졌다.
사실 무엇보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점은
전 직장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명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아니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도 혐오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젠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 끙끙 앓고만 있음 상황이 진전이 되지 않기에... 또한 지금 나는 무언가를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데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아서 정말 여러 방법을 스스로 찾아다녔다.
일의 적성 테스트도 해보았다. 하지만 너무 광대 범위 하게 "예체능"이라 나와서 도움이 안 되었다.
유튜브이나 네이버에서도 도움을 청했었다.
어떻게 해야지만 이 무거운 우울함을 버리게 되고 다시 열정적인 사람이 될까?
그리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이 질문들의 대한 답은 사실 아직까지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확실히 알게 된 점은,
인터넷에서 답안을 찾으려 할수록 답이 더욱더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성자마다 각자 다른 의견과 방법을 주기 때문이다.
누구는 빨리 회사를 떠나라고 하고, 누구는 최대한 회사에 붙어 있으라고 한다.
누구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라고 하고, 누구는 이미 늦었다고 한다.
누구는 우울하면 빨리 털고 일어나라고 하고, 누구는 그 우울했던 이유를 자세히 파악해보라고 한다.
누구는 우울증이라고 느끼면 빨리 정신상담을 받아보라고 한다. (사실 심각하게 이것도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가격이... 내가 자칫 정기적으로 낼 수 있던 것이 아니었다. 나에겐 아직 좀 부담스러웠다.)
누구는 취미를 가져보라고 한다 그런데 안 그래도 무기력한데 갑자기 취미 찾으러 갈 힘이 나질 않는다.
누구는 밖에 나가 보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나갈 힘도 없고 나갈 기분도 아니다!)
이 모든 글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쓴 것은 알겠지만, 난 아직도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머리가 점점 더 아파온다.
또한 내 마음은 계속 아무 힘이 없어지며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가장 심플한 방법으로 스스로 내 마음의 "긴급처방"으로 사용했던 것은:
- 좋은 글귀를 찾아보는 것
(힘이 나는 말들, 유명인의 명언 등. 이래서 요즘 위로해주는 책들이 유행인가 보다. 이런 글들은 대체로 무엇이 옭고 틀린 지를 따지지 않아서 좋다.)
- 나와 비슷한 상황들에 처해있는 분들의 유튜브 비디오나 블로그의 글을 찾아보는 것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위로도 되었지만, 그분들만의 긴급처방 방법들에 대해도 알아볼 수 있었다.)
- 나의 옛날에 행복했던/ 즐거웠던 사진들을 찾아보는 것
(옛날 친구와 가족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되며 지금 또한 그냥 또 하나의 "추억"으로 지나갈 것만 같다는 생각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 나의 현재 감정을 고스란히 적어보는 것
(지금 내가 하는 방법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이 방법이 제일 좋다. 꼭 누군가가 관심 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나만을 위해 기록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마음이 편해지는 잔잔한 음악을 찾아 듣는 것
(유튜브에서 그대로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이라고 검색만 해도 많은 몰랐던 좋은 음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맞는 리스트를 찾게 된다면 링크를 저장해 놓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듣자. 셀프 힐링이 된다.)
물론 항상 내 힘듬을 들어주고 풀어 줄 수 있는 친구와 부모님이 곁에 있다면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 또한 그런 감사한 분들이 주변에 있지만, 매번 달램이 고픈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스스로 힐링을 때때로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위의 방법들로 하려고 노력한다.
항상 위의 방법들로 갑자기 기분이 풀어지고 힘이 확 솟아나고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요즘 들어 자주 우울해지는 어른이 되어 느낀 건, 정말 계속 우울함을 품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완전히 그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털기 힘들 수 있어도, 자꾸 조금이라도 털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지도 치우지 않으면 큰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이 나쁜 감정들도 점점 무거워지고 오래 유지되고 만다.
아직도 난 그 감정들이 나에게 붙을 때마다 털고 다시 붙고를 무한반복 중이다.
아직 온전히 긍정적이고 내가 상상만 해온 "멋진" 어른이 되진 못했지만,
이젠 그냥 "행복한 나"의 모습으로 가까워지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으로썬 이것조차도 나에게 높고, 아주 소중한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