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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Y et May 21. 2018

세상 제일 부러운 것

남은 아무것도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하여

'응답하라 1988', '쌈마이웨이', 그리고 최근에 열렬히 시청한 '나의 아저씨'...

모두 내 마음을 매주 힐링해주었던 유일한 낙이 돼주기도 했던 고마운 드라마들이다.

아직까지도 다시 봐도 매번 모든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 드라마들에 나오는 하나하나 모든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가기에 한 번도 지겹다고 느낀 적이 없다.


미국에 있을 땐 매일 'Friends'를 보며 하루의 안 좋았던 감정들을 싹 날렸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스트레스를 그렇게 한방에 날릴 수 있었던 내 가벼운 마인드가 그립다.

정말 많은 시즌과 팬덤이 있었기에, 이 드라마는 계속 재방송을 매일 TV에서 해주었다.

하도 많이 봐서 그 등장인물들이 마치 나와 오래된 친구가 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위에서 나열했던 이 모든 드라마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오래된 동네 친구'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방인으로써 내가 세상 제일 부러워하는 것이다.

나는 6학년 때 한국을 떠나서 사실 동네 친구라고 하면 초등학교 친구들과 유치원 때의 친구가 있다.

하지만 10년 동안 연락을 못한 사이라 모두 당연히 서먹하기 마련이다.

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나도 내가 의문이고 많이 탓할 때도 있다.

그런데 정말 되돌아보면 나의 미국 생활의 시작과 끝은 익숙해지려는 노력에 미쳐있었던 것 같다.

사람, 관계, 공부, 언어, 문화, 환경, 학교, 선생님, 수업, 등 모든 것에 적응하려고 난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 나의 연락을 마음속에 곤히 기다리고 있던 분들에겐 내 지금의 말이 핑계라고 느낄 수도 있다.

나에게 서운할 수 도 있다. 나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가 먼저 연락하려고 노력도 안 했었는데 그들이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서운해할 자격도 없다는 거 안다.

사실 그래서 내가 먼저 용기 내어 만나자고 막 지금 당장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진심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것도 막상 너무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속으로 정말 궁금하고 보고 싶은 친구들이 몇몇 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걸까...

너무나도 두렵다. 내가 생각해왔던, 그동안 정말 그리워했던 그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바뀌었을까 봐 무섭다.

또한 내가 보고 싶어 했던 만큼이나 그 친구는 나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었을까 봐 무섭기도 하다.

나름 한국에 돌아오면 반갑게 마주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는, 기대되는 옛날의 친구들에게 연락조차도 못 건네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사실 모두 그런 점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무언가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상상하고 기대에 꽉 차게 품고 있던 것을 현실에서 드디어 마주했을 때 모든 나의 환상이 와장창 깨지고, 내 마음 또한 상처로만 남을까 봐 두려운...

나의 옛날 그들과 행복했던 시절들을 더럽히고 결코 깨트리고 싶지 않던 것이다.

나에게 이젠 옛날 '동네 친구들'이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초등학교 친구들이 나를 페이스북으로 찾아서 연락했었다.

(사실 나를 어떻게 찾은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런데 거의 모두가 나처럼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땐 나를 찾은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신났었는데, 인터넷에선 서로 그렇게나 어색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한국에 왔더니 모두가 너무나 고요해졌다. 아무도 같이 만나자는 소리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몇 달 생활하다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하늘을 찌르고 있는 청년 실업률에 한국의 친구들은 끝이 없는 경쟁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 또한 막 대학을 졸업하여 취업의 문이 두려웠고 괜히 사람이 작아지는 것 같았고 

왠지 미래가 밝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전혀. 신나는 일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첫 취업문을 잡아보는 거라 나는 그때 매우 열정적이었다. 스스로 오기가 나여서 일 수 도 있다.

그리고 무언가 내가 한국에서 '안정'되면 친구들을 찾아 나서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더 당당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나를 토닥이며 더더욱 파이팅을 외쳤었다.)

그래서 다행히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보다 빨리 취직하게 되었고,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몇몇 친구들을 스스로 먼저 연락해서 만나보게 되었다. 

어떤 친구는 예상대로 과거의 성격과 얼굴만 같고 몸만 길어졌다. 진심 몸만 길쭉하게 늘어 논 것 같았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긴 대화를 나누며 정말로 즐거운, 재미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친구는 나의 외로움을 미끼로 삼아 나와 약속을 잡아 만날 때마다 무례하게 행동하였다.

그 친구와는 내가 스스로 연락을 끊었다. 왠지 모르게 옛날 친구에게 받는 상처는 배로 느껴져 왔다.

(사실 이런 점이 내가 가장 두려웠던 상황들 중 하나였고...)

하지만 역시 세월의 벽 때문이었을까... 모두 그리 오래 지속적으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새로운 오래된 친구들과 약속이 계속 생기고 있었고, 나는 다시 한국에서 이방인으로써 적응을 하려고 애쓰기 시작하며 또 사람들과의 약속을 잡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됐다.

특히 첫 사회생활의 고달픔은 나에게서 온갖 밝은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것만 같았다.

회사 노예의 발걸음이 시작되며 점점 몸과 마음이 좀비가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곤 또다시 그렇게 한국의 옛날 친구들과 모두 연락이 끊어졌다.

다시 손 내밀기가 어색해졌다. 그리고 회사에 나오게 되며 지금은 다시 자기계발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옛날 시절과 친구들이 그립다. 때때로 외로움이 다시 나에게 두들긴다 우울함과 함께.

허무함도 느낀다. 이렇게 오래 살아왔는데 맘 편히 불러 나올 친구 하나 없다니. 

모두 어차피 삶에 치여 살며 서로 친구들에게 연락 못하고 지낼 거라 스스로 그렇게 주문을 걸듯이 되네인다.

그리곤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집중하자를 외친다.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친구나 우정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힐링 드라마들을 볼 때마다 역시나 다시 느끼게 된다.

친구의 소중함을. 특히 동네 오래된 친구들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항상 든든한, 언제나 너무나도 편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는 성덕선도 부럽고, ('응답하라 1988' 주인공)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같이 씩씩하게 꿈을 향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최애라도 부럽고, ('쌈마이웨이' 주인공)

우울할 때나 힘들 때마다 같이 밝게 마셔줄 술친구들이 있는 박동훈도 부럽다. ('나의 아저씨' 주인공)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잔뜩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풍족(?)하게 살아와서 외국생활 10년이나 하고 한국에서 슬픈 소리만 한다고. (난 결코 부자가 아니었다.)


응답하라 1988
나에겐 모두 세상 부러운 주인공 캐릭터들이다


물론, 여러 조언들도 들어봤다.

여기서 교회나 성당을 다니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보지 그래?

그래. 해보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역시나 오래된 친구들의 그룹이 있더라. 

그들의 그룹이 나를 더욱 외롭게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난 아직 종교적으로 깊은 마음이 준비가 안된 것 같았다.

서클이나 재미난 동호회 그룹에 들어가 보지 그래?

사실 앱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친구가 되는 것도 해보았다. (무서워서 혼자는 못하고...)

세상 너무 어색했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친구도 찾기 힘들었었다.

다시 너무 힘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좀 포기상태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 이여나가는 것이다.

Socializing(사람을 사귀는 것, 소통하는 것)을 귀찮아하던 나는 이제야 매우 노력 중이다.

만약 나중에 더 나이 들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것은 악몽일 것만 같다.

그래서 나처럼 평소에 매우 집순이이며,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기는 introvert에게 노란 카드를...

나도 노력해서 주변 사람들과 계속 만남 또는 소통을 이여나가야 한다고.

아니면 나중에 세상 제일 외로운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아직도 내가 전화하자마자 집 밖으로 바로 나와 술친구되줄 친구를 못 만났지만,

힘든 일이나 평상 시일들을 소소하게 언제든 나눌 수 있는 미국 친구들이 있어서 천만다행인 것 같다.

그들과 인터넷 메시지로 소통하지만 항상 바로 답장해주는 든든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다행히도 그들과 소통할 때마다 다시 위로가 많이 된다.

나 지금 혼자 아니라고. 나의 메시지를 기다려주는 분들 아직 많다고.


한강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그 주변 공원이나 운동장을 볼 때마다 아직까지도 또다시 부러움을 느낀다.

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마냥 땀내며 재미있게 농구하고 소소하게 풀밭에 누워있을 뿐인데,

지금 바로 곁에 그런 친구들이랑 같이 있다는 것에 정말 내심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정말 모를 것이다.

그건 정말 내 눈엔 큰 행운들 중 하나이다. 그런 친구의 한 명 존재만으로도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마음속으론 알기 바란다. 난 그게 현재로썬 세상 제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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