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Y et Jun 06. 2018

시간을 느리게 느끼고 싶다

꼭 매일 바쁘게만 살아야 할까

난 아쿠아리움을 좋아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패턴이나 색감을 보면 이상하게도 희열을 느꼈었다.

물론 사람들이 만든 화려한 패턴과 색깔들도 좋았지만

그냥 자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더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또는 독특한 무늬를 가진 물고기, 형광빛을 자유자재로 내는 물고기를 보면

그것들을 내 눈에 직접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놀라움과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런데 요즘 나는 조금 '다른' 기쁨을 그들에게서 찾아보게 된다.


물속에서 천천히 꼬리지느러미와 비늘을 살랑이며 지나가는 물고기를 보면,

그들은 그냥 '살아가는 것'인데 어쩌면 그건 그냥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내 눈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게 느리게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똑같은 곳을 느리게 맴돌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시간을 

이 세상에서 나보다 제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을 느리게 느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정말 그냥, 그저 '살아가는 중'일 뿐인데...


사람이 마음가짐에 따라 삶의 방향이나
사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내 마음이나 감정을 그렇게 쉽게 바꾸겠다! 해서 단번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게 정말 가능은 할까.

그런데도 조금 욕심내서 나도 그들처럼 시간을 느리게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조금 더 느긋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즐기고 아끼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그렇게 나 자신이 바뀌고 나면, 세상 그리고 나의 일상이 평소보다 좀 다르게 보이고 특별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거실에 있는 우리 집에서 제일 큰 창문 바로 앞에서 대자로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오늘따라 너무나 맑은 하늘이었기에 감사하게도 구름이 느리게 움직이는 게 맑은 하늘색 바탕에서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내 숨소리 또한 귓속말처럼 나에게 느린 멜로디처럼 들려지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좋았다.


아마 누군가가 나의 지금 모습을 보면
쟤 또 게으름 피우고 있네..

지금 얼마나 사람들은 바쁘게 힘들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데 얜 뭐하는 거지...

정말 시간을 제대로 효율적이게 쓰지 못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사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의 어두운 깊은 속마음에서 메아리로 나 자신을 몹시 괴롭히고 있는 것 일 지도...


오늘 어떤 유튜브 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대충 살자"라는 비디오였다. 어떻게 보면 가장 유혹적이면서도 가장 이슈가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가장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어쩌면 이 말은  막강한 반대파가 나오게 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막상 클릭해서 보니 그냥 최대한 단순한 말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할 수도 있는 그 열심히 살지 말자라는 철학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그냥 너무 '완벽하게'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말자는 의미였다.
사실, 아무도 우리에게 태어나서부터 "넌 모든 것에 완벽해야 해"라고 말해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린 왠지 모르게 스스로가 완벽해지려고 매일 노력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전에 말했듯이 지금 휴직 중이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압박감을 주며, 하루 종일 쉬고 있어도 전혀 쉰 거 같지 않은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잠시 웃다가도 내가 지금 이렇게 웃어도 되나 또는 이런 소소한 행복도 느껴봐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며 또다시 스스로에게 이상한 벌을 주기도 했다. 그래. 아직도 누군가는 나를 꾸중을 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안정된 곳에 자리잡지 못했다고. 그런데 다시 그 잔소리를 자세히 귀 기울여 보자. 여러 주변인들의 합쳐진 목소리일 뿐이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 또한 나 스스로를 괴롭히려는 내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난 정말 이제 그만 자신을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나라도 나를 내편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나는 바다거북처럼 육지(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선 조금 느려 보일지 몰라도
나도 '나만의 바다'(평상시의 소소한 행복)를 만나서 그 바닷속에서
오로지 내 시간을 최대한 길게 그리고 느리게 느끼며 살고 싶다.



항상 컴플레인은 한없이 나열하여 끝날 줄 모르는 리스트가 만들어지면서도, 하루에 좋았던 일이나 감사했던 일을 생각해보려면 막상 손이 잘 안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이젠 짧은 순간에도 여유를 느끼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리곤 더 이상 너무 바쁘게 살아서, 너무 시간을 빠르게 지나와서, 어제 무슨 반찬을 먹었는지도 기억 못 하는 하루를 그렇게 계속 흘러 보내고 싶지 않다.

나 자신에게 조급 해지라고 다그치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 늘 지금까지 나를 너무 재촉해왔었다. 하지만 내적 스트레스만 늘었을 뿐 그 재촉으로 인해 막상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시간도 나에게 가까워지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져 빨리 멀어지고 싶었을지도.. 주는 시간마다 이걸 다 어떻게 쓰지? 하고 찡그렸으니 말이다. (주어진 선물도 못 챙겨 먹다니...)

 
조금 더 느긋해지고 싶다.

지금보다 조금 더 느슨해진다고 큰 죄가 아니다.

그만 나의 마음을 내가 정한 이상한 시간 재판장으로 인해 감옥에 가두어

매일 스스로를 죄인처럼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도대체 언제 이런 '시간의 룰'을 만든 건가.

시간을 마냥 펑펑 낭비하고 싶다는 게 아니다.

더욱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나만의 시간을 잘 만들고
기억에 남을 수 있을 만큼 잘 느끼고 즐겁게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남에게 더 이상 의식하지 말고, 시간을 자기 속도에 맞춰가며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다거북처럼 말이다.


소확행 collector : 바다 거북





일단, (제일 먼저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은)
나에게 하는 내면적 잔소리를 줄여나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제일 부러운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